제36호 2015년 5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현장-경남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며①아이들에게 질 좋고 차별 없는 밥상을 ]

급식도 교육, 공부보다 밥이 먼저다

글 주정영

지난 3월 9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 초·중·고등학교의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1일, 경남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은 중단됐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며, 친환경 급식은 복지가 아니라 ‘생명교육’이라는 두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급식은 더 이상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역의 환경을 살리는 생명운동이자 평등을 배우는 교육이다.>

 

급식도 교육
공부보다 밥이 먼저다

친환경 무상급식, 홍준표 경남도지사... 요즘 나는 눈을 뜰 때나 감을 때나 이 단어들과 함께하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 어느 날, 홍준표 도지사의 일방적인 학교급식 특정 감사 요청을 시작으로 경남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도교육청이 도청 하부 소속이었어? 감사원, 교육부 감사 말고 별도로 도청 감사를 또 받아야 하는 거야?’ 학부모들은 의아해 했다.

 

감사 문제로 시작된 무상급식 중단 논의 이후 도교육청에서 공동감사를 제안했는데도 홍준표 도지사는 무상급식 예산을 예비비로 돌려 버렸고, 예비비가 된 그 예산은 이후 ‘서민자녀 교육 지원사업’이라는 뜬금없는 사업 예산으로 발표되었다. 월 4만 원가량을 서민가정에 지원하여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는 도청의 설명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도교육청과 시·군에서 지원하는 저소득층 대상 지원사업과 중복되는데, ‘굳이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뿌리째 흔들면서까지 꼭 해야 할 사업이었나?’ 하는 것이었다.

 

학교급식을 단순히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점심값으로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급식을 통해 아이들은 평등하게 밥을 먹고 선생님에게 식사예절을 배운다. 또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로 이루어진 친환경급식으로, 무엇보다 깨끗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건강한 식사시간을 갖게 된다.

 

학교급식이 유상으로 바뀔 때 당장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학부모와 아이들인 것 같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지역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일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생산되고 접어지는 것이더냐”, “그래도 학교급식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서 저장창고도 만들고 생산성도 높여 겨우 자리 잡았는데 당장 판로가 없는 농작물을 어찌해야 하나” 하며 한숨을 내쉬던 생산자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렇게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고 분노에 차 있는 와중에도 문제 발단의 장본인인 홍준표 도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러 오는 곳이지 밥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는 막말을 했다. 이후 급식 중단 반대 피켓을 든 학부모들을 ‘종북좌파세력’이라고까지 하며 성명서를 발표하는 도청의 모습에 더 많은 학부모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남지역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를 만들었고, 한살림경남생협도 한목소리로 함께 운동을 이끌어 나갔다. 평생 한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피켓을 매일 아침 들고 거리로 나서 도·시청 앞에서 릴레이시위를 했고, 집집마다 베란다에 ‘급식도 교육이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어쩌면 홍준표 도지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내 집 식탁에만 관심이 많았던 많은 주부들이 ‘우리의 식탁’이 있음을 배우고 있다.

 

정치인들이 드디어 여론이 무서워진 걸까? 그동안 너무도 조용히 있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난 4월 10일 도의회에서 작년 수준의 70%로 무상급식 대상 폭을 높이는 중재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경남도청에는 ‘선별급식’이라는 명분을 주고 도교육청은 무상급식 대상자를 일정비율 회복하는 ‘명분 짜맞추기식’ 논의다.

 

하지만 엄마들은 원한다. 차별 없는 밥상, 의무교육 의무급식을. 급식도 교육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급식은 더 이상 복지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역의 깨끗한 환경을 되살려 내는 생명운동이자 학교에서만큼은 차별 없이 먹고 평등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자 나눔과 배려의 시간이다.

 

이제 경남에서는 무상급식이란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교육의 한 과정으로서 밥을 먹는 것이기에 무상급식이라는 말 대신 ‘의무급식’이라고 말한다. 어찌하다 이 사회가 밥보다 공부가 먼저가 되었는지, 인성보다도 경쟁만 부추기는 비뚤어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우리 경남의 엄마들은 오늘도 내일도 친환경 의무급식이 정상화되는 그날까지 이 불행한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 내고 주권을 되찾는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 주정영 님은 한살림경남생협 김해장유지역 운영위원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인 두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매주 수요일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