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

집이 필요한 사람 모여라

글 우미숙 편집위원

20~30대 청년들이 불안정한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두들협동조합’을 만들어 협동주거공간을 마련했다. 이름은 두더지하우스. 한 명이나 두 명이 머무는 방이 3개, 화장실과 거실, 공동식사를 준비하는 부엌이 있는 집을 보증금 없이 월 25만 원에 산다. 함께가 아니라면 1천만 원 보증금에 50만 원의 월세를 내며 살 뻔했다.

다중이해관계자들 공동주택 ‘두더지하우스’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에 있는 두더지하우스는 청년주거협동조합인 ‘모두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다. 지역에서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의 생활공동체다. 지하철 역곡역에서 떨어진 곳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집세가 싼 편이다.

모두들협동조합은 올해 3월 20일에 창립했지만, 이미 2년 넘게 청년주거협동조합으로 활동을 해왔다. ‘모두들’이라는 이름은 ‘모여라 두더지들’의 약자다. ‘자기만의굴속에 틀어박혀 자신을 둘러싼 어려움에 괴로워하는 두더지의 모습이 오늘날 청년들과 닮았다’는 의미에서 두더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두더지하우스 1호가 문을 연 것은 2013년 10월이다. 조합원 중 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집 보증금을 두더지하우스의 보증금으로 대여해 임대주택을 마련했다. 작년에는 네 채나 늘어나 현재 5호까지 운영한다. 두더지하우스는 모두 월세 임대주택이다. 여기의 세입자는 명목상 모두들협동조합이지만 각각 임대계약자는 개인이다. 임대보증금을 제공하는 공급자조합원이 직접 계약하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이나 이사, 또는 활동가가 계약자로 나서기도 한다.

현재 두더지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소비자(입주)조합원은 17명이다. 이외에 후원자조합원과 공급자조합원이 있다. 후원자조합원은 두더지하우스에 살지 않지만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조합원이고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낸다. 후원자조합원은 현재 1명이고 4명이 가입절차를 밟고 있다. 공급자조합원은 공동주택 마련을 위해 조합에 일정 금액이나 건물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법인 조합원이다. 현재 공급자조합원은 공동체은행 ‘빈고’를 포함해 6명이다. 공급자조합원은 500만~1천만 원 가량을 두더지하우스 보증금으로 빌려주고 매월 은행 이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6%의 이자를 받는다. 건물을 조합에 빌려줄 수도 있다. 공급자조합원은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실어 주려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6%의 이자가 너무 많다며 시중 은행 이자만 받기도 하고 받아야 할 이자를 활동비로 사용하라며 기부하기도 한다. 소비자조합원 중에서 3명이 협동조합 활동가로 일하며 월 60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받는다.
조합원 가입 출자금은 30만 원이며, 보증

금을 대여하는 공급자조합원은 2만 원의 출자금을 낸다. 소비자조합원은 매월 증자하는 이용출자금 2만 원과 월세, 조합비를 포함해 월 20~30만 원을 낸다. 각 두더지하우스의 월세 규모와 거주하는 방의 규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모두들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과 계약서를 작성한다. 공급자조합원은 협동조합이 차입하는 금액과 이자, 차입 기간을 적은 계약서를 작성하며, 소비자조합원은 6개월마다 거주 관련 계약을 맺는다. 단 거주 기간의 제한은 없다. 본인이 살고 싶을 때까지 살 수 있으며, 만일 대기자 조합원이 있다면 두더지하우스를 늘려가는 방향으로 해결한다.

거주하는 조합원들은 대개 20~30대 청년으로 10대 청소년이 1명 있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비슷하며, 한 호의 두더지하우스에 2~4명이 살며, 주로 여성과 남성 따로 거주하지만 한 곳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거주한다.

 

 

<한 달에 한 번은 조합원이 모두 모여 회의도 하고 수다도 떤다. 전체 모임 외에도 집모임과 반모임, 그 외 사사로운 모임이 수시로 열린다.>

 

먹고사는 문제, 스스로 해결하기

모두들협동조합이 있기까지 3명의 20대 여성의 활동이 있었다. 김이민경(땡땡), 이상은(순대), 김혜민(개미). 이들은 ‘성공회대 노숙모임 꿈꾸는 슬리퍼 자립팀’의 일원으로서 2009년 학교 운동장 한편에 텐트를 치고 노숙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방 구할 돈 없어 학교에서 살아요”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을 한 것이다. 이들에게 텐트는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 수 있고 놀 수도 있는 곳, 돈 없이 할 수 있는 실험, 개인의 고민을 공동의 문제로 엮어 내고 표현하고 소통하는 열린 장”이었다.

졸업 후에 이들은 집 문제와 협동조합을 접목하는 일을 모색했다. 시작은 반찬모임이었다. 2013년 봄부터 반찬모임을 꾸렸고, 요리를 잘하기로 이름난 이상은 씨가 요리 선생을 맡았다. 모임은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이 모였다. 돈 없는 청년들도 한 끼의 식사를 편의점 김밥으로 해결하는 대신 제대로 갖춰 먹자는 의미도 있고, 밥을 함께 해먹는 공동체 생활의 의미도 있었다. 반찬모임과 함께 청년주거협동조합과 생활공동체를 함께 알리는 입주자 설명회를 하면서 집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모았다.

조합원들은 각자 다른 사연으로 인연을 맺었다. 운영과 회계 등 협동조합 실무를 담당하는 최혜린 씨(그링)는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친구의 소개로 협동조합에 참여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김도균 씨는 거주비용뿐 아니라 청년들이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생활공동체를 꾸려간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참여했다. 강원도가 고향인 민경찬 씨는 대학생으로 기숙사에 살다가 여동생과 함께 지난해 8월 두더지하우스에입주했다. 어느 공급자조합원은 시사 잡지에 실린 모두들협동조합 이야기를 읽고 두더지하우스 임대보증금 500만 원을 내놓으며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관계’가 중심,
달마다 집모임·반모임·조합원모임

모두들협동조합은 청년주거문제의 해결책이자 새로운 인간관계의 장이다. 김이민경이사장은 “반드시 지역운동이나 공동체운동을 지향하는 사람들만의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집이 필요하고 다양한 사람이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간”이길 기대했다.

가능하면 문턱이 높지 않은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현재 두더지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조합원이나 공급자·후원자 조합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조합원들은 매월 전체 조합원이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 안부를 살피고 어려운 점을 서로 해결하고 필요한 것을 함께 찾아간다. 이외에도 두더지하우스별로 집모임을 한다. 2~4명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모여 집 운영을 논의하는 자리다. 두더지하우스를 대표한 사람들이 모이는 반모임도 한 달에 한 번 열린다.굳이 공식 모임의 형태가 아니어도 밥을 서로 해주고 얻어먹기도 하며, 두더지하우스에 모여 영화도 함께 보면서 일상적으로 교류한다.

모두들협동조합은 생활공동체를 지향하면서 폐쇄적이거나 너무 원칙만 강요하지는 않으려 애쓴다. 가능하면 집모임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개인생활을 최대한 보장하고 의견을 존중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울려 살다 보면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는 법이다. 자신만의 공간이기를 바라거나 의무사항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생활과 공동생활의 조화가 가장 어려운 생활 과제이다.

 

 

 <모두들협동조합의 청년들은 행복중심생혐의 협동조합기금을 지원받아 2013년부터 반찬모임을 시작했다. 요리를 해서 지역의 학생들과 청년들을 초대해 앞으로 할 일과 두더지하우스에 대해 홍보하고 사람을 모았다.>

 

 

↘ 우미숙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전 이사장으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살림이야기》 편집위원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