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특집] 특집-몸을 씻다

[ 핵 없는 세상을 위해-대통령 공약마저 반영하지 않고 허가 ]

월성1호기 수명연장은 무효다

글 \ 사진 이상홍

지난 2월 27일 새벽,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성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노후해 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허가했다. 시민사회는 이를 ‘날치기’라 불렀고,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월성1호기가 있는 경북 경주 주민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월성1호기 인근 주민, 1년에 153억 개가 넘는 방사능에 노출

지난겨울, 우리는 새벽 버스를 타고 계속 상경해야 했다. 올해 1~2월, 서울 광화문 KT건물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 문제를 계속 심의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상경 집회가 이어지면서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투쟁 자금도 바닥이 났다. 하루는 상경하는 데 예산이 부족해서 주민들이 아침식사를 따로 준비 못 하고 떡 한 조각과 미역초장무침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함께했던 우리 단체 회원 중에는 끝내 안 먹은 사람이 있었다. 나중에 얘길 들으니 방사능이 걱정되어 미역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가져온 미역은 핵발전소 주변에서 채취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3월 21일 방영된 KBS <추적60분>에서 월성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방사능 오염문제를 크게 다뤘다.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중수로형’ 핵발전소로, 일반적인 ‘경수로형’ 핵발전소보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10배 이상 많이 내뿜는다. KBS는 지역 주민의 소변을 채취해서 삼중수소 유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월성 핵발전소 바로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소변에서 1ℓ당 평균 9.93Bq(1Bq=1초 동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능)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월성 핵발전소에서 5㎞ 떨어진 지역 주민에겐 평균 5.00Bq, 30㎞ 떨어진 경주 시내 주민에겐 검출되지 않았다.

삼중수소는 쉽게 방사선을 내뿜는 수소라고 이해하면 된다. 수소는 물(H2O)을 이루는 구성요소다. 즉,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들어오면 물과 함께 모든 곳에 존재하게 된다. 몸무게가 70㎏인 월성지역 주민의 몸속에는 삼중수소가 얼마만큼 있을지 대충 계산해 봤다. 사람 몸무게의 70%가 물이라고 하니, 삼중수소의 양은 ‘70㎏×70%×9.93Bq=486.57Bq’로 계산됐다. 이는 월성지역 주민들이 삼중수소만으로 1년에 153억 개가 넘는 방사선을 쬔다는 의미이다(486.57Bq×60초×60분×24시간×365일). 지금은 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가 가동을 멈춘 지 3년째다. 그러나 월성1호기가 맹렬하게 가동되던 2008년 조사에서는 인근 주민의 소변에서 평균 34.1Bq/ℓ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연간 526억 개가 넘는 방사선을 쬔 것이 된다.

 

<월성 핵발전소 주변에는 갑상선암 환자들이 많다. 방사능 오염이 발병 원인이라고 보고 소송인단을 모집하여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대책 없다면 재가동이라도 중단해야

이렇듯 월성1호기 재가동은 인근 주민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이주대책 없는 월성1호기 폐쇄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지난해 8월부터 월성 핵발전소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아침마다 원자로 모형으로 된 상여를 매고 상복 차림으로 행진한다. 방사능 오염을 근거로 갑상선암 발병 집단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주대책을 마련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월성1호기 재가동만이라도 중단하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핵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은 삼중수소 등 일상적 방사능 피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에서까지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최근 《착한 전기는 가능하다》는 책을 펴냈다. 우리 사회가 ‘나쁜 전기’ 위에서 작동한다는 뜻이다. 일상적으로 방사능을 내뿜으며 인근 주민의 삶을 절벽으로 내모는 월성1호기가 또다시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한다면, 우리는 나쁜 전기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월성1호기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상경해서 집회를 했다. 지난 2월 가진 집회 모습으로, 상복을 입고 생존권을 지키고자 싸우고 있다.>

 

무엇을 믿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있나

지난해 9월 23일 오후 3시 27분, 경주에서 가정집의 소파가 휴대전화 진동처럼 떨리고 화분이 덜컹거리는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집에 있던 아내는 걱정되어 내게 전화까지 했다. 언론은 규모 3.5의 지진이라고 발표했고, 진앙은 경주 시내에서 20㎞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만 했다. 그런데 진앙을 다시 확인해 보니 월성 핵발전소 반경 10㎞ 이내였다.

사실 경주는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13년 자료를 살펴보면 4개 핵발전소 지역인 경북 경주·울진, 전남 영광, 부산 기장을 비교했을 때 2000년대 이후 핵발전소 반경 30㎞ 이내에서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총 65회로 조사됐고, 이 중 35회가 경주 월성핵발전소 주변이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신라시대 건축물을 살펴보면 다양한 내진설계가 되어 있고, 석가탑은 1024년, 1038년 두 차례나 지진으로 무너졌다고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석가탑을 무너뜨린 정도의 지진이면 진도 7 이상이라고 하는데, 월성1호기의 내진성능은 진도 6.5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솔직히 믿기 힘들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 주민 중엔 1970년대 월성1호기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이 있다. 어느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내가 맡은 일이 캐나다 감독관 사인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 필체를 열심히 연습해서 각종 서류에 사인을 했다. 캐나다에서 온 감독관은 늘 기생집에서 지냈다. 월성1호기는 완전 날림공사였다.” 고 한다. 그 시절엔 지역에 대한 지진 탐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30년을 흘러온 월성1호기의 무엇을 믿고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야 하는가? 착잡할 뿐이다.

 

우리 사회의 탈핵을 위해 월성1호기는 폐쇄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안위가 걸린 만큼 전국에서 원고 6천 명, 경주에서만 200명을 모집해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취소 행정소송을 국민소송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변호사들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소송이라고 한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최신기술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월성1호기는 옛날 기준으로 평가했고, 원자력안전법 제103조에 따라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마련한 19가지 안전개선사항마저 반영하지 않고 수명연장을 허가했기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은 명백히 무효다.

“핵발전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에너지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통제를 벗어난’ 에너지원이 가져다주는 재앙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핵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핵산업계의 오만이 오히려 현대문명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는 현실을 후쿠시마에서 목격하게 되었다. 또한 지진, 쓰나미로 대표되는 자연재해는 100%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신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핵발전 스스로의 불확실성과 자연재해로 야기되는 핵발전의 불확실성 앞에서 문명의 안전은 무엇으로 보장되는가? 슬프지만 해답은 없다. 그러므로 모든 핵발전은 범죄라고 규정한다.”

위의 글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나고 한 달 후, 후쿠시마 현지 조사에 참여해 남겨 놓은 메모이다. 굳이 이 메모를 펼쳐 보이는 것은 월성1호기 폐쇄는 탈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충고하는 사람도 있었다. “월성1호기 폐쇄를 안전 문제로 접근해야지, 탈핵 문제로 접근하면 이념적 문제, 정치적 문제로 비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탈핵을 위해 월성1호기 폐쇄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월성1호기는 수명이 끝났기 때문에 폐쇄 명분이 충분하고, 폐쇄되는 핵발전소가 생겨나야 진지한 탈핵 담론도 시작된다고 본다.

 

 

 

↘ 이상홍 님은 현재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으로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 등 탈핵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 4월 한일시민조사단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현장을 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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