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특집] 특집-몸을 씻다

[ 물로만 머리 감기② 물로만 머리 감는 것 아무도 몰라요 ]

간편하고 환경도 보호 ②

글 \ 사진 이동하

샴푸에 들어 있는 합성 계면활성제와 다양한 첨가물이 오히려 두피 손상과 탈모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노푸(노샴푸No Shampoo의 줄임말로 샴푸를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실제로 샴푸 없이 살면 어떨까? 샴푸는 물론 다른 세제도 쓰지 않고 있는 남녀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나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손수건 쓰기, 개인 컵 들고 다니기, 물 받아서 쓰기 등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뭔가 더 어렵고 새로운 것을 해 보고 싶어 고민하다가, 누가 말한 물로만 머리 감는 사람도 있더라는 한마디에 ‘그래, 그거 한번 해 보자’ 하고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해 봐야지 했던 게 이제 일 년이 되어 간다.

경기 용인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면서 매일 사람을 대해야 하고 환자들과 접촉이 많은지라, 물로만 머리 감기를 시작하면서 혹여나 ‘냄새가 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여자친구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여러 번 확인했다. 결론은 “머리에 코를 대고 맡아야 냄새가 난다”였다. 인공적인 향을 쓰지 않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머리 고유 냄새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옆에 붙어 있는 사람도 느끼지 않으니 걱정을 내려놓았다.

내가 물로만 머리 감는다는 것을 먼저 말하기 전에 알아본 사람도 없었고, 오늘 머리 안 감았냐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아직까지 물로만 머리 감고 있어?” 또는 “지금 물로만 머리 감은 거야?” 하고 물어보는 사람은 있는데, 이건 겉으로 봤을 땐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겠지.

물로만 머리 감기를 시작하고 첫 1~2주 동안에는 머리가 무거운 느낌, 떡 지는 느낌, 찝찝한 느낌들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물로만 감으며 생활하게 됐다. 어느 날은 무심코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어? 내 머리가 이렇게 부드러웠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신기해서 여자친구에게 계속 만져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가 시작한 지 50일 정도 지났을 때였다.

물로만 머리를 감을 때는 기름기를 씻어내야 하니 견딜 수 있는 최대한 따뜻한 물로 감는다. 두피를 씻어 낸다는 느낌으로 손가락 끝을 이용해 머리 구석구석을 문질러 가며 조금 오래 씻는데, 그래도 샴푸를 쓸 때보다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머리를 다 감으면 잘 닦고 자연 건조한다.

보통 샤워하면서 머리를 감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도 그냥 물로만 씻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몸만 비누로 씻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안 한다. 면도할 때는 거품이 없으면 잘 밀리지도 않고 피부 자극이 심해서 꼭 비누를 사용해 왔는데, 이것도 요즘엔 전기면도기를 사용해서 비누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 현재는 진료하며 손을 씻을 때만 세제를 쓰고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세제를 쓰지 않으면 우선 편하다. 따뜻한 물만 있으면 된다. 어디 놀러 갈 때 칫솔, 치약, 수건만 챙기면 끝이고 로션도 안 챙긴다. 물로만 씻으면 유분기가 피부에 남아 있어 로션을 안 발라도 피부가 땅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머리가 잘 안 뜬다. 전에는 머리 감은 후에 드라이어로 뜨는 옆머리를 눌러줘야 했는데, 샴푸를 안 쓴 뒤론 그렇게 안 해도 괜찮다. 몸도 세제 안 쓰는 데 적응하는 것 같다. 샴푸를 사용하던 때에는 이틀 정도 머리를 안 감으면 많이 떡 졌는데, 요즘은 덜한 것 같다.

‘물로만 씻으면 좋을까? 나도 한번 해볼까?’ 생각한다면 가볍게 시작해 보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면 좋겠다. 결국 씻는 방식은 자기가 얼마나 적응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깨끗하게 씻으려 하면 한도 끝도 없고, 정말 안 씻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중 어느 지점에서 스스로 타협한 만큼 씻으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씻기의 본질은 위생이고, 즉 ‘건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씻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건 아닌지, 깨끗해 보이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내가 사용하는 세제들이 정말 건강한 것인지 성분들도 한번 살펴보고, 환경을 더럽히며 나만 깨끗해지는 게 정말 깨끗해지는 길인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좌) 이동하 씨의 욕실에 세제라곤 치약하나뿐이다. (우) 이동하 씨의 머리 모습. 처음 물로만 머리를 감을 때는무거운느낌이 들었지만 어느 순간 '어? 내 머리가 이렇게 부드러웠나?' 싶었다고. 옆머리가 잘 뜨지도 않는다.

 

↘ 이동하 님은 올해 서른한 살로 얼마 전까지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했고, 현재 장기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돈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추구하며 유유자적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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