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특집] 특집-몸을 씻다

[ 세제에 들어 있는 석유화학물질 ]

피부로 흡수되는 독, 10%만 몸 밖으로 배출

글 안윤미

향과 거품이 제품 선택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사용감을 좋게 만들기 위해 쓰는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남아 피부트러블은 물론 암까지 일으킬 수도 있다.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곱고 크기가 큰 농산물을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재배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세제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향을 내고 쉽게 거품을 일으켜 사용할 때 기분이 좋게 하는 합성물질은 제품의 고유 기능을 위한 게 아니라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첨가물이다. 몸의 부위별로 다른 세제가 있지만 과연 따로 써야 하는지, 또 얼마만큼의 양을 쓸지 고민일 것이다. 답은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사람마다 신체조건이 모두 다르기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많은 종류, 많은 양을 쓸 필요는 없다.

 

내분비계 혼란·생식기능 저하

예전엔 몸을 씻는 세제가 비누 하나뿐이었다. 발견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기원전 3000년 로마 근교의 사포힐 제단에서 동물을 많이 도살했는데 제단 근처에 가축의 기름 등이 빗물에 흘러내려 고였다. 여기에 불을 피우고 남은 재가 섞여 자연스레 비누 상태가 되었다. 이곳 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여인들은 이 물질에서 거품이나고 때가 씻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름과 재 등 구성이 단순했던 비누는 이후 19세기에 화학이 발달하면서 달라졌다. 석유화학물질이 들어갔다. 이른바 ‘합성’계면활성제는 1930년대에 상용화되어 현대인의 위생 수준을 높이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해 왔다. 샴푸뿐 아니라 세제, 세안제 등 현대인의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했다. 그런데 이 합성계면활성제가 어느 순간부터 공공의 적이 되었다.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때문이다. 바디클렌저, 샴푸, 클렌저 등에 주로 사용되는 합성계면활성제인 소듐라우레스설 페이트,소듐라우릴설페이트 등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피부 장벽을 무너뜨려 건선이나 각종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 더 나아가 다른 화학물질과 쉽게 결합해 잠재성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한다. 또 음식물로 섭취하는 양보다 높은 수준의 질산염이 피부로 흡수된다.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화학방부제류인 파라벤(메틸파라벤,프로필파라벤, 이소파라벤,부틸파라벤), 페녹시에탄올은 여성과 남성 생식기에 악영향을 끼치
고 어린아이들에게는 성조숙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법적 문제로까지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 (CMIT),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등의 살균보존제는 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1/10~ 1/5 정도에 불과하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었을 때는 호흡곤란이나 기도손상 등 폐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알레르기와 콩팥기능장애를 유발하는 금속이온봉쇄제(디소듐이티에이), 중금속을 함유하고 발암 가능성이 있는 타르색소, 두통과 기침, 어지럼증, 피부염증을 일으키는 인공향료와 pH조절제(트리클로산,트리에탄올아민)와 같은 유해합성 물질을 배합하여 만든 세제는 꼭 피해야만 하는 성분이다.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경피독’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 경피독이란 쉽게 말하자면 경피(피부)를 통해 몸속에 들어가는 독이다. 매일 사용하는 치약, 샴푸, 바디워시, 세제 등과 화장품의 유해성분이 피부로 흡수되는 것을 말한다. 입으로 섭취하는 독성의 경우 몸에서 분해되고 해독되어 90% 이상 체외로 배출되지만 피부로 흡수되는 독성은 혈관이나 림프선을 통해 뇌와 대장, 지방 등에 쌓여 10% 정도밖에 배출되지 않는다. 게다가 석유에서 유래한 합성물질인 합성계면활성제, 인공방부제,살균보존제,인공향 등은 입자가 미세해 피부 침투력이 높다. 샤워할 때 체온이 높아지면 체내 흡수율이 무려 10배 이상 높아진다. 이때 피부 침투력까지 좋은 합성물질은 그야말로 몸에 무서운 존재이다. 몸에 들어온 유해화학물질은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여 내분비계의 기능을 방해하고 생식기능 저하, 성장장애, 성조숙증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유해화학물질의 위해성은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구토나 설사와 같은 증상으로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몇 세대에 걸쳐 그 증상이 나타난다.

 

 

실리콘 성분과 인공향을 피하라

마트에서 세제를 고르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뚜껑을 열어 먼저 향을 맡아 본다. 고유의 세정 기능보다 향이나 거품 형성 정도로 상품을 선택하고 평가하기 일쑤다. 거품을 풍성하게 내는 원료 역시 일종의 계면활성제로 함량이 높으면 기포력 또한 높아진다. 풍성한 거품은 잘 씻기는 느낌을 주지만 정작 세정력과는 관계가 적다.

인공향, 합성향료 등이 들어 달콤한 향이나는 제품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실제 각종 생활용품, 식품, 화장품 등 수많은 것에서 향기가 난다. 제품에 적합한 향은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잠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향의 원천은 꽃이 아니라 석유이다.

실제로 팝콘에 들어가는 인공향료를 만드는 공장 노동자가 폐에 80% 이상 손상을 입어 소송한 해외 사례도 있다. 착향제는 좋은 향이 나도록하는 첨가물 중 하나인데 그중 아밀신남알, 벤질알코올, 신나밀알코올, 리모넨 등은 식약처에서 고지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다. 피부로 흡수되어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가려움과 두통,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고 기형아 출산 가능성을 높이는 발암물질이다.

또 시중에서 파는 샴푸는 두피와 머리카락의 오염물질 제거 외에도 실리콘오일, 피막형성제 등을 첨가해 미용성을 강조한다. 실리콘오일, 피박형성제 등이 머리카락 표면에 막을 씌우고 큐티클층을 코팅해 머리카락이 엉키지 않고 촉감이 좋아지게 하는 효과를 낸다. 실리콘 성분이 순간적·일시적으로 머리카락을 코팅해 유연해 보이게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머리카락과 두피가 건강해서 나타난 현상이아니다.

린스 후에 반드시 깨끗이 헹구어 내라는 얘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밀착력이 높은 실리콘 성분은 두피에 닿을 경우 피부 호흡을 방해할 뿐 아니라 오히려 오염물질을 끌어들여 더 잘 부착되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잘 헹구지 않으면 탈모 등 의 두피트러블로 이어지기 쉽다. 무실리콘 제품을 찾는 이유다.

이런 유해성을 인식하고 곳곳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기 어려운 사람들은 한살림 등 생활협동조합에서 내는 샴푸를 써도 괜찮다.

1989년 처치곤란으로 여겨졌던 폐기물인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들어 물을 살려 온 물살림에서는 소비자들의 질문에 대해 떳떳하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런 원료 안 씁니다.” 위험성이 드러난 원료나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원료를 쓰지 않으면 된다.

더러 거품이 나지 않고 향이 다양하지 않다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고, 향과 첨가제의 유해성을 미처 모르기에 하는 이야기이다. 사람과 자연을 건강하게 하는 세제를 잘 골라서 쓰며 살아가면 좋겠다.

 

 

 

↘ 안윤미 님은 물살림에서 일하며 몸과 자연에 해를 덜 끼치는 화장품과 세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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