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살림,살림

[ 지리산 동네부엌-봄나물샤브샤브·두릅밥·엄나무순무침·가죽나무전 ]

봄을 마무리하는 밥상

글 고은정 \ 사진 류관희

한껏 움츠러들었던 몸을 봄나물의 생기로 채우는 밥상을 차렸다. 나무에 돋아난 새순으로 전을 하고 나물을 무치고 봄나물 샤브샤브를 해 먹었다.

 

<한창인 지리산의 봄을 갈무리해 샤브샤브 냄비에 넣었다. 채소 하나, 고기 한 점씩 넣어 건져 먹는 샤브샤브는 음식을 가운데 놓고 오래 둘러 않아 먹게 한다. 지리산 동네부엌에 '봄수다'가 한창이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보면 부쩍 눈에 띄는 현수막들이 있다. ‘졸음운전, 자살운전, 살인운전’. 이 무시무시한 글귀는 이즈음 고속도로에서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임을 상기시킨다. 옛사람들은 이즈음을 여월, 건월, 시하, 유하, 괴하, 맥추, 중려, 맹하, 초하, 정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농사일이 바빠짐은 물론이고 자연의 변화가 무쌍할 때다. 성장이 왕성하고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간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농촌에서는 “오뉴월 하루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며 농사일을 재촉하기도 하였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몸에 졸음이 몰려와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이래저래 힘든 때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이어가다 보니 몸에 노폐물이 쌓이고 지칠 대로 지친다. 이럴 땐 그 어떤 좋은 약보다도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빼내고 지친 몸을 일으키는 음식이 필요하다.

우리 집에서는 산벚꽃이나 살구꽃, 돌복숭아꽃들이 지리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연둣빛의 향연이 끝나갈 무렵이면 가는 봄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나물샤브샤브를 해 먹는 잔치를 벌인다. 샤브샤브는 우선 국물을 잘 만들어야 한다. 맹물을 끓여 먹어도 나쁘지 않지만 너무 맛이 진하지 않은 농도의 국물을 만들어 먹으면 더 좋다. 국물 내는 재료로는 다시마 몇 조각, 표고버섯 몇 조각, 대파 한 뿌리, 양파에 겨우내 잘 먹던 귤껍질을 말려 둔 것 몇 조각이면 충분하다.

귤껍질이 우러난 엷은 노란 빛깔의 국물이 만들어지면 식탁에 올려 직접 끓이면서 갖은 향채와 버섯류, 얇게 썬 돼지고기를 넣어 살짝 익혀 입안에 넣으면 봄을 온전하게 먹는 느낌이 든다. 이때 쓰는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목살같이 지방이 많은 것보다는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이 더 좋다. 짧은 시간에 부드럽게 익혀 먹어야 하므로 얇게 썬 것일수록 더 좋다.

샤브샤브에서 빠지면 안 되는 미나리는 초파일을 전후로 살이 통통하게 올라 향과 맛이 가장 좋다. 입맛을 돋우고 비타민A와 C가 풍부하고 칼슘과 칼륨이 면역세포를 증가시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봄에 좋은 미나리는 서늘한 성질로 불필요한 열을 내려주고 수분 대사를 순조롭게 하며 해독과 지혈 작용을 한다. 정유향을 가지고 있어 식욕을 촉진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며, 뇌를 튼튼하게 하고 각성시키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며 혈압을 내리고 혈관을 보하는 작용을 하므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고지혈증, 당뇨 환자들에게도 좋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효과가 뛰어난 각종 버섯류를 함께 먹으면 겨울 동안 몸 안에 쌓였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몰아낸다. 그리하여 맑고 깨끗한 기운으로 춘곤증을 몰아내고 보신장양하면서 다가오는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게 할 것이다.

겨울에 반소매 셔츠를 입은 채 아파트 거실에 앉아 수박과 딸기를 놓고 차를 마시는 호사로움이나 여름에 외국으로 나가 스키를 즐기며 내 나라의 더위를 모르고 사는 행복함이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더 건강하게 빛날 수 있음을 잊고 산다면 머지않아 후회할지도 모른다. 자연이 순환하는 테두리 안에서 나도 자연스레 순환하며 제철밥상을 차리는 것만이 건강하게 사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부지깽이를 꽂아도 새순이 난다고 할 만큼 생명력 넘치는 계절, 나물샤브샤브로 우리의 몸에도 생명력이 넘쳤으면.

 

 

봄나물샤브샤브
*

재료
봄나물, 돼지고기, 미나리, 생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대파, 양파 등
국물 : 귤껍질 20g, 다시마 5조각, 표고버섯 3~4개, 대파 1뿌리, 양파 1/2개
간장소스 : 국간장 1큰술, 육수1큰술, 레몬즙(식초) 1큰술, 유자청 1/2큰술(단맛과 신맛은 취향껏)

만드는 법
① 국물 재료에 물 3ℓ를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줄이고 30분간 더 끓여 국물을 낸 후 걸러서 준비한다.
② 갖은 봄나물을 다듬고 손질해 씻어 물기를 뺀다.
③ 미나리는 깨끗하게 씻어 5cm 길이로 잘라 놓는다. 버섯류도 미나리 크기와 비슷하게 썰어 놓는다.
④ 양파는 껍질을 벗긴 후 깨끗하게 씻어 채 썰고 대파는 흰 부분만 반으로 갈라 미나리와 같은 길이로 잘라 놓는다.
⑤ 국물을 끓이면서 봄나물과 버섯, 돼지고기와 갖은 재료들을 취향에 따라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⑥ 재료를 모두 먹고 나면 남은 국물에 국수를 넣고 끓이거나 식은 밥을 넣고 끓여 먹어도 좋다.

 

물오른 두릅으로 냄비밥

잎이 피지 않은 봄 숲의 황량함은 겨울 숲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나무줄기 끝에서 나뭇잎이 하나둘 피어나면 숲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푸른빛을 가진 새순 하나가 주는 기운은 희망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진다. 겨우내 암흑의 땅속에서 간직했던 기운을 온몸으로 밀어 올려 자신이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봄에 나무들의 새순을 따서 먹으면 나무들의 기운을 얻어 겨우내 지친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그것이 두릅의 순이라면 또 다른 설렘이 되어 가슴을 뛰게 만든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여리고 가는 잔가지를 달고 그 가지 끝에 물을 올리고 마침내 새순으로 봄을 터뜨린다. 그러나 두릅나무는 잔잔한 여러 가지로 기운을 나누지 않고 자신의 머리 위에 강력한 하나의 순만으로 봄의 기운을 스프링spring처럼 튀어 오르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릅나무의 어린 순인 두릅나물을 일러 나무의 머리 위에 피는 나물이라 하여 목두채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두릅나무의 어린순은 나물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말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하여 입술 문자를 쓰는 문두채로 부른다.

두릅이라 불리는 나물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두릅이고, 다른 하나는 독활이라는 식물의 새순인데 키가 작고 땅에 붙어 자란다 하여 달리 땅두릅이라 부르며 한방에서는 그 뿌리가 관절통,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나머지 하나는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순이다.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린 순에도 가시가 있으며 녹색의 참두릅에 비해 색이 약간 붉은 두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아침에 뒷집에서 아이들 손에 들려 나물 한 바구니를 보내왔다. 바구니에는 마을 뒤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서 따온 두릅나물과 다래나무의 순이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들 아버지가 이른 새벽에 산을 한 바퀴 돌며 따 온 것이다. 봄에 산나물을 채취해서 사는 집이라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으나 코를 찌르는 진한 향과 밥상에 올랐을 때의 맛이 생각나서 얼른 받아 들었다. 굵고 좋은 것은 소금물에 데쳐서 초장과 먹으려고 따로 정리하고 자잘하거나 억세고 너무 쇤 것은 골라 손질해서 냄비에다 밥으로 했다. 밥을 하는 동안 밥의 구수함과 두릅의 알싸한 향이 오감을 자극하는 데 몸을 맡기고 즐기면서 달래를 송송 썰어 넣고 양념장도 만들었다. 양념장이 아무리 맛있어도 간은 약하게 하여 비벼야 한다. 그래야 두릅의 맛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두릅이 있어 좋은 봄이다.

 

 

 

두릅밥
*

재료
쌀 2컵, 두릅 4개, 물 2.5컵
양념장 : 간장 2큰술, 육수 2큰술(또는 물), 다진 달래 2큰술, 참기름·깨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쌀은 첫물을 재빨리 버리고 깨끗이 씻어 30분간 불린다.
② 두릅은 껍질을 떼어 내고 손질해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③ 씻어둔 두릅 2~3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다.
④ 쌀이 불었으면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밥을 한다.
⑤ 밥이 끓기 시작해 물이 잦아들면 썰어 놓은 두릅을 밥 위에 올리고 온전한 두릅은 모양이 좋게 올려 뜸을 들인다.
⑥ 분량의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⑦ 뜸이 들면 두릅과 밥을 고루 잘 섞어 그릇에 담고 온전한 두릅을 위에 얹어 양념장과 함께 낸다.

 

무쳐 먹는 봄나물의 최고는 역시 엄나무순

가시를 잔뜩 달고 우뚝 서 있는 엄나무는 이름처럼 엄하게 보여 평소엔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근엄한 얼굴을 하고 가시로 위협해도 나는 엄나무순을 포기할 수 없다. 조심조심 다가가 꽃봉오리처럼 봉긋하게 솟아올랐으나 아직 피지는 않은 엄나무의 순을 달래면서 따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엄나무순을 살짝 데쳐 들기름과 간장에 무쳐 먹는 맛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

엄나무순무침을 흰밥과 함께 한입 먹으면 처음엔 들기름과 간장의 고소하고 입에 붙는 감칠맛이 먼저 오지만 뒤로 오는 쓴맛과 향이 입안을 강타한다. 엄나무순의 쓴맛은 오가피나무순과 달리 과하지 않다. 그 쓴맛은 중독되듯이 젓가락질을 부추기는 힘이 있다. 엄나무순나물을 무칠 양념은 들기름과 간장만으로 충분하다. 파나 마늘 등 향과 맛이 진한 양념을 쓴다면 엄나무순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엄나무순무침
*

재료
엄나무순 400g, 들기름 1큰술, 국간장 2큰술, 깨소금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엄나무순의 겉껍질을 벗기고 잎이 낱낱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거칠고 가시가 붙은 밑동을 잘라 낸다.
②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소금을 한 티스푼 정도 넣고 끓인다.
③ 물이 끓기 시작하면 엄나무순을 가지런히 하여 잎 쪽을 손으로 잡고 밑동 쪽을
먼저 끓는 물에 넣어 10초 정도 지난 후 전체를 넣고 다시 10초간만 데친다.
④ 미리 준비해 둔 찬물에 데친 엄나무순을 넣고 재빨리 헹군다.
⑤ 데친 엄나무순은 밑동은 그대로 두고 잎 쪽만을 손바닥에 얹은 후 살짝 눌러 물기를 제거한다.
⑥ 분량의 들기름과 간장을 넣고 잎이 떨어져 지저분하지 않게 어린애 다루듯 살살 무친다.
⑦ 깨소금을 넣고 마무리하여 그릇에 담아 낸다.

 

전으로 부치는 봄나물의 최고는 가죽나무순

가죽나무는 남쪽 지역에서 자생해 남쪽 지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식재료이다. 주로 부각을 하거나 고추장과 함께 장아찌로 담가 먹는다. 가끔 생나물 김치를 담그거나 데쳐서 무쳐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죽나무순 조리법의 대세는 언제나 부각과 장아찌다. 하지만 가죽나무순 특유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전옷을 최소로 하여 부치는 전이 최고다.

가죽나무순은 두릅이나 엄나무순 등과는 달리 기름진 고소함과 미세한 떫은맛과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생으로 먹으면 향미가 진하고 전을 부치면 기름의 풍미까지 붙어 떫은맛이 사라져 고소하고 맛있다. 전이라 하면 프라이팬 앞에서 뜨거운 걸 어쩔 줄 몰라 후후 불면서 먹는 맛이 최고다. 이 봄이 가기 전에 가족을 모두 프라이팬 앞으로 불러 모아 가죽나무순을 전으로 부쳐 먹으면 어떨까?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흥취는 배가 될 것이다.

 

 

가죽나무전
*

재료
가죽나무순, 현미유
부침옷 : 밀가루 1/2컵, 물 1컵, 참기름 1큰술, 국간장 1큰술
초간장 : 간장 1큰술, 육수(또는 물) 1큰술, 식초 1/2큰술

만드는 법
① 가죽나무순은 갈라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밑동을 잘 다듬어 깨끗이 씻는다. 너무 큰 것은 반으로 켜서 부친다.
② 분량의 재료로 부침옷을 만든다.
③ 분량의 재료로 초간장을 만든다.
④ 달군 프라이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부침옷을 최소로 묻힌 가죽나무순으로 올려 전을 부친다. 프라이팬의 온도를 너무 낮추면 기름을 많이 먹으므로 중간 불에서 재빨리 부쳐 내는 것이 좋다.
⑤ 초간장과 함께 낸다.

 

 

↘ 고은정 님은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로, 우리 장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