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호 2015년 5월호 살림,살림

[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 ]

싹눈 사이에서 겨우 발견한 꽃봉오리 마늘꽃

글 장영란 \ 사진 김광화

 

햇마늘이 나오기 전엔 마늘종이 인기다. 아삭한 식감과 연한 풍미가 좋다. 마늘한테 마늘종은 무얼까? 마늘은 외떡잎식물로 외줄기인데, 이 외줄기 한가운데서 올라오는 꽃대가 바로 마늘종이다. 마늘종을 뽑아 먹지 않고 놔두면 꽃이 필까? 아니다. 식물학 교과서에서는 마늘이 “꽃도 안 피고 영양체로만 번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늘 꽃대에 달리는 건 무언가? 여기에 있는 건 싹눈(주아)이다. 쉽게 말해 작은 마늘이다.

 

가을에 심는 씨마늘은 무언가? 마늘은 땅속에 있는 비늘줄기로 보통 4~6쪽으로 나뉜다. 한 쪽을 심으면 이듬해 하지에 4~6쪽으로 늘어난다. 마늘종에서 맺히는 싹눈도 씨로 삼을 수도 있다. 싹눈은 너무 작아 바로 씨가 되지 않고, 일 년을 모종처럼 기르면 다음해에 씨로 쓸 수 있다. 그러니까 마늘은 할머니와 어미와 딸이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가 마늘은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는다. 감자나 고구마, 생강도 꽃을 통해 번식하진 않지만 꽃을 피운다. 이들은 번식에 필요하지도 않은 꽃을 왜 피우는가? 어미와 유전형질이 같은 새끼만 생겨날 경우, 자연환경이 바뀌면 살아남기 어려워서 다양한 새끼를 낳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식물이 어미와 다른 새끼를 낳으려면 꽃을 피워 딴꽃가루받이를 해야 한다.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는 마늘은 변화를 거부하는가? 농업진흥청은 마늘의 고향인 중앙아시아에서, 꽃을 피우는 야생마늘 자원을 찾아내 2013년 새 품종을 만들어 냈다. 마늘꽃이 다 사라진 건 아니기에, 마늘밭을 이 잡듯 뒤지니 싹눈들 사이에서 겨우 꽃봉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꽃이 피지 못한 채 시들고 말았다. 한반도 토종 중에 꽃이 피는 마늘이 있는데 얼마나 큰지 ‘코끼리(또는 대왕)마늘’이라 불린다. 5월 중하순에 ‘코끼리마늘’을 기르는 곳을 수소문해 찾아가면 마늘꽃을 볼 수 있으리라.

 

 

↘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 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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