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호 2015년 4월호 [특집] 특집 - 도시를 갈다

[ 노지텃밭 일구는 ‘풍신난 도시농부들 ]

농사의 기쁨과 고난을 함께하는 공동체

글 / 사진 여태동

◯ 누구에게 적합? 제대로 농사지어 보고 싶은 사람, 농사지으며 공동체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 난이도? 농사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인내심이 필요하다.
◯ 주의사항? 땅을 구하는 게 관건. 주 1회는 텃밭에서 일할 마음의 준비 필요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 텃밭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는 휴대전화로 검색만 해 봐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함께 농사짓는 이들과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면서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농사는 결국 공동체를 일구어 가는 게 아닌가 싶다.

 

 <7년여 동안 농사지으면서 나와 맞는 작물은 방울토마토였다. 지지대만 잘 세워 주면 11월 서리가 내릴 때까지 토실토실 잘 여문다.>

 

도시환경을 살리는 삶이라니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 되면 도시인은 한번씩 ‘주말농장’에서 ‘텃밭농사’를지어 볼까 생각하게 된다.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주말을 이용한 텃밭농사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신선한 공기와도 같을 거라고 상상한다.

 

내가 사는 경기 고양은 서울에 인접한 위성도시다. 이른바 ‘베드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에 사는 이들 중에는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서울에 직장을 잡은 내가 고양으로 이사온 시기는 1998년 즈음이다. 결혼을 하고 전셋집을 얻어 살다가 집 평수를 늘리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서울을 벗어나 고양에 정착하면서, 주말농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골 출신이기는 하지만 교육열이 높았던 부모님 덕에 농사일이라고는 한번도 하지 않았는데, 2000년 즈음부터 봄마다 나붙은 ‘주말농장 분양’이라는 현수막에 눈이끌렸다.

 

16.5㎡(5평) 정도의 땅을 얻어 몇 해 동안은 그저 주말마다 채소를 가꾸어 먹었다. 봄에는 상추를 심어 수확해 먹고, 가을에는 무와 배추를 심어 깍두기와 겉절이를 해 먹는 즐거움으로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귀한 인연을 만났다. 고양에 살면서 ‘풍신난 도시농부들’이라는 인터넷카페를 운영하는 ‘우보(본명은 이근이 씨로, 지금은 전업농부가 되어 우보농장을 운영하고 있다)’였다. 당시 그는 출판기획자로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책 기획자와 저자로 만났는데 대화에서 ‘도시농부’ 이야기가 나왔다.

 

종교언론사에서 15년여 동안 기자로 일하고 있는 내게 도시농부는 그다지 호감 가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주말농장을 통해 몇 가지 작물은 재배해 본 경험이 있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고생하는 농민들을 보고 살아 온 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도시에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를 재활용하고 물과 함께 버려지는 오줌을 액체비료로 활용해, 날로 심각해지는 도시환경을 살릴 수 있는 가치농법을 보급하는 게 도시농부의 진정한 목표입니다.”

 

밭에 비닐을 덮어 가며 몇 가지 작물을 심어 먹던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도시환경을 살리는 삶이라니. 당장은 적은 인원일지라도 도시농부가 많이 생긴다면 분명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우보와 의기투합하여2009년부터 주말마다 도시농부가 되었다.

 

 <볏짚을 덮어 겨울을 이겨낸 마늘이 3월 들어 싹을 올리고 있다. 마늘 싹이 10cm 정도 자라면 오줌액비나 효소를 희석시켜 틈틈이 주어 성장을 돕는다.>

 

가장 중요한 건 애정과 관심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상추를 너무 많이 심어 봄부터 여름까지 상추쌈에 질려 버린 일이며, 가을배추를 심어 놓았는데 너무 가물어 모두 말라 죽어 버린 일도 있었다. 여름 감자 수확 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썩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일도 눈에 선하다. 같이 농사짓는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해 마늘 100여 접을 수확했을 때는, 마늘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밭에서 즉석 판매를 해서 함께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도시농부들끼리 기쁨과 고난을 함께했던 건 농사꾼으로서 더 성숙할 수 있는 과정이자 경험이었다. 어려운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단합한 경험은 인연을 끈끈하게 이어 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어떤 농사일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과 관심이다. 주말농장이든, 텃밭농사든, 도시농부든 다양한 이름으로 농사짓지만 자기가 심은 농작물에 대한 세심한 보살핌이 성공과 실패의 관건이다. 처음으로 텃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농사계획을 세밀하게 짤 것이다. ‘3월에는 상추 모종을 심고, 4월에는 열무·얼갈이·쑥갓 씨앗을 뿌리고, 5월에는 고추·가지·오이 등을 심고...’ 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농사짓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농장으로 달려가지만, 한 달이 지나면 일주일마다 농장에 가게 된다. 어쩌다 한 주를 거르게 되면 관리가 안 된다. 특히 5월이 지나면 풀이 무성하게 자란 밭을 보고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텃밭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농부라면 세밀한 농사계획보다는 단순한 농사계획을 짜서 몇 가지 작물만 집중적으로 해 보는 게 좋다. 1년만 농사짓겠다는 생각보다는 몇 년 동안 꾸준히 짓겠다는 생각으로 인내심과 지구력을 갖기를 권한다.

 

텃밭농사를 짓다 보면 농사와 우리 삶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농작물을 키우다 보면 꼭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음을 여러 번 느낀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고 애쓰다가 목표한 것도 못 이루는 ‘과유불급’과 ‘소욕지족’도 배운다. 또 장마 등 자연재해로 농사를 완전히 망치는 일이 생기면,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야 하는지 겸손도 배우게 된다. 은퇴 후 의미 있는 인생을 설계하는 훌륭한 노후대책도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텃밭농사로 사람농사도 지어

나는 몇 년 전부터 330㎡(100평) 정도 되는 농장을 임대해 대학 친구, 동네 선후배 등 다섯 명과 어울려 오순도순 농사짓고 있다. 처음 시작했던 주말농장의 수준을 넘어 고추·마늘·양파·콩·마·하수오·돼지감자 등 채소부터 특용작물까지 자급자족한다. 농사 원칙은 엄격하다. 우리가 직접 지어 우리 입에 들어가는 음식인 만큼 철저하게 다음과 같은 ‘도시농부 가치농법 강령’을 지키려 노력한다.

 

첫째, 도시민의 먹을거리 자급자족을 실천합니다.
둘째, 친환경 자연농법을 실천하여 작물을 재배합니다.
셋째, 도시에서 나오는 음식물 자원을 활용한 순환퇴비를 사용합니다.
넷째, 종 다양성을 위해 토종종자를 우선적으로 재배합니다.
다섯째, 땅으로 맺은 인연으로 도시 소농공동체 생활을 함께합니다.

 

텃밭농사가 단순히 ‘농사’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땅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며 함께 땅을 일구어나갈 공동체까지도 구성해 보길 권한다. 많은 것을 수확하기를 기대하기보다, 환경을 생각하며 먹을 만큼의 수확물을 얻고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느끼는 농사꾼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후손들도 건강한 땅에서 나오는 농작물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하는 노력을 해 주길 바란다.

 

 

 <완두콩을 유달리 좋아하는 막내딸이 콩을 수확하러 함께 왔다. 쭈글쭈글한 완두콩 씨앗을 3월 말 정도에 심으면 5월경에 먹을 수 있다.>

 

 

소비자가 생산하는 ‘소생공동체’

 

‘풍신난 도시농부들’은 소비자다. 하지만 생산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물별로 소비자가 소비할 작물을 생산하는 ‘소생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혼자서 농사짓기 힘든 일을 뜻을 같이 하는 회원들이 공동으로 한다. 감자·고구마·마늘·양파 농사와 함께 김장 등 각자 필요한 분야를 찾아 공동생산, 공동분배하는 아주 특별한 농사공동체이다.

 

풍신난 도시농부들 cafe.naver.com/daejari

 

 

↘ 여태동 님은 현재 불교신문사 기획부장으로, 20여 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며 주말을 이용해 도시농부의 삶을 일구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적어도 행복한 사람들을 좋아해 북인도, 네팔, 티베트 등지를 여러차례 여행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명문가에서의 하룻밤》, 《천년사찰천년숲길》, 《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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