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호 2015년 4월호 [특집] 특집 - 도시를 갈다

[ 서울 마포 문화연대 옥상텃밭 ]

배추 생김새 몰라도 기르고 나눠 먹고

글 \ 사진 김세진 편집부

◯ 누구에게 적합? 한번 작물을 길러 보고 싶은 사람,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 단체
◯ 난이도? 마음만 먹으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다.
◯ 주의사항? 매일 10분 이상 신경 쓰는 성실함, 건물 주인과 대화, 흙 나르기, 물 대기가 핵심

 
 
“배추인 듯 배추 아닌 배추 같은 것이 텃밭에서 자라고 있는데요. 이 식물의 정체를 아는 분 계신가요?” 문화연대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주워서 만드는 텃밭’에는 지난 10월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청경채 아니면 비타민” 이라는 댓글에 “어쩌죠? 김치 담그기로 했는데 청경채라니…”라면서 잠시 좌절하는 듯하더니, 며칠 뒤 “배추인 줄알고 키운 청경채를 굴소스와 돼지고기를 넣어 볶아 먹었는데 맛에 놀랐다”며 금세 자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돼지고기를 가지고 오면 같이 볶아 주겠다는 유쾌한 공지도 잊지 않았다.

 

 

<문화연대는 20여 평의 옥상텃밭에 40여 가지 작물을 길렀다. 아직 3월이라 휑하지만 봄이 돌아오면 이곳도 푸릇푸릇해 질 것이다.>

 

 

텃밭 도구 구하려 ‘길거리 쇼핑’

지난 2014년에 문화연대에서 처음으로 텃밭을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어느 건물에 세 들어 살면서 옥상도 같이 쓸 수 있게 되었는데, 문화연대는 그 옥상을 매개로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옥상텃밭이 좋은 도구가 될 거라 생각했다. 서울시에서 옥상텃밭을 하려는 단체에게 화분과 흙을 지원했지만 문화연대 사람들은 똑같은 모양의 화분은 왠지 재미가 없어 받지 않았다. 돈이 넉넉하지는 않기 때문에 재료를 사는 대신 줍거나 만들기로 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생명을 키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느꼈다.

 

지난해 2월 옥상텃밭을 하자고 결정하고 나서 몇 달 동안 활동가 강효주 씨를 비롯한 문화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은 사람들이 바깥에 내놓은 쓰레기를 유심히 살폈다.

 

다양한 화분은 물론 스티로폼 박스와 작은 책장, 나무 상자, 나무 팔레트, 커피 자루 심지어 유아 승용 완구까지 주워 와 흙을 채우고 무언가를 심었다. 주위 단독주택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정원 흙을 가져 왔는데, 무게가 꽤 무거워 사다디차로 옥상에 올렸다. 운반하는 값이 흙을 새로 사는 값보다 더 비쌌을 거라며, 알고 보니 텃밭에 좋은 흙도 아니어서 거름을 주고 좋은 흙으로 만드느라 품이 많이 들었다면서도 강효주 씨는 싱글벙글이다. 씨앗은
마르쉐에서 ‘4월 씨앗 나눔’ 때 해바라기, 완두콩, 가지, 바질, 옥수수 등과, 노지텃밭을 하는 친구에게도 몇 가지를 얻었다. 산 것이라고는 식물 추출물로 만든 천연해충방제액과 거름(배양토)뿐이다.

 

넝쿨을 키울 때 사용하려고 주워왔지만 무용지물이 된 소파 같은 것들도 아직 버리지 못했다. 낮에 내리쬐는 햇볕이 뜨거워 버려진 차양을 들고 왔으나, 막상 설치하고 보니 딱 맞지 않았다. 물을 받으려고 옥상 가건물에 연결된 파이프를 자르기도 했는데 빗물이 별로 모이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을 거듭했다. 적합한 재료를 발견하면 가벼운 것들은 직접 가져와도, 덩치가 큰 것들을 옮기려면 회원들이 힘을 합쳐야 했는데 그 일이 재밌지만 때로 버거워서 강효주 씨는 ‘활동가로 일하러 왔는데 내가 왜 이렇게 땅만 보고 다니나’ 하는 생각에 힘들 때도 있었단다.

 

 

<문화연대는 20여 평의 옥상텃밭에 40여 가지 작물을 길렀다. 아직 3월이라 휑하지만 봄이 돌아오면 이곳도 푸릇푸릇해 질 것이다.>

 

 

돌아가며 물 주고, 모두 모여 요리해 먹고

하지만 옥상텃밭을 함께하겠다는 회원들이 금세 모였고 함께 작물을 키우고 따서 먹으면서 힘을 얻었다. 손재주 있는 ‘길공방’의 뜬구름과 철민, ‘청개구리제작소’ 요원들이 그럴싸한 의자, 운반대, 이동식 부엌을 만들어 주었다. 물을 주고 풀을 뽑다가 의자에 앉아서 쉬고, 운반대는 무거운 화분을 옮길 때 요긴하게 쓰고 있다.

 

옥상텃밭을 하면서 문화연대 화장실에는 독특한 것들이 생겼다. 한 쪽에 있는 작은 옹기 항아리에는 지렁이를 길렀는데, 생각보다 땅을 비옥하게 하지 못해 지금은 거의 방치 상태이다. 1.5ℓ생수병에 담긴 노란 액체가 일렬로 늘어져 있는 풍경이 인상적인데, 바로 상근활동가인 최미경씨가 옥상텃밭에 쓰자고 오줌액비로 모은 것. 최미경 씨는 텃밭에 힘을 많이 보태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던 차에 오줌액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바로바로 오줌을 모으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다행히 민망하지는 않았고 다만 옥상텃밭에 필요한 양보다 더 모이지는 않도록 양을 조절하고 있다.

 

텃밭지기들은 인터넷이나 주위에 공고문을 붙여 모집했다. 동네 특성상 30대 전문직 여성과 남성이 많이 모였고, 귀촌이나 귀농을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농사를지어보려는 사람들은 없었다. 사람들이 문의를 해 오면 “여기는 농사법 가르치는 데가 아니라 텃밭을 매개로 같이 북적북적하려는 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농사를 잘 배우고 싶다고 하면 ‘파절이협동조합’이나 ‘홍대텃밭다리’ 등으로 가라고 소개했다. 1년 동안 꾸준히 활동한 텃밭지기는 예닐곱 명이다.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물을 주고, 한 달에 한 번 모두 모여 텃밭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텃밭 채소로 볶음을 만들거나 월남쌈을 해 먹고, 고기를 사다 구워 직접 기른 쌈 채소에 싸 먹기도 했다. 지역 다른 단체의 활동가들과 함께 밥을 먹는 ‘수요식단’에서 잎채소를 따서 비빔국수 등을 해 먹기도 했다. 텃밭지기들이 주로 직장인들이라 돌아가며 저녁에 퇴근하고 들러 물을 주었고, 사무실에 있는 활동가들이 대신 물을 주기도 했다. 텃밭지기들은 봉숭아나 수세미, 목화 같이 먹지 못하는 작물도 심어 자라는 것을 관찰하고 손톱에 봉숭아물도 같이 들였다.

 

배추인 줄 알았던 채소가 청경채로 드러나자 토종배추를 새로 심었고, 그 배추로 김장을 담갔다. 토종배추에 털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시끌벅적 김치를 담갔는데 양념이 제대로 배지 않아 맛에는 실패. 강효주 씨는 옥상텃밭이 ‘반생태적’이라고 생각한다. 흙을 굳이 옥상까지 끌어와서 농사짓는 것도 그렇고 작물들이 땅에서 자라는 것보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적북적 함께 작물을 가꾸고 수확물을 요리해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친밀감을 쌓는 데, 무엇보다 좋은 매개라고 생각한다. 또 농사를 안 해 본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어 좋다.

 

 

‘주워서 만드는 텃밭’의 옥상텃밭 이렇게!

 

<초등학생들이 쓰는 그림일기 공책을 사서 관찰일지를 적었다. 활동가들은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라고 할 때보다 훨씬 기록을 잘 남겼다. 그때그때 쉬 적을 수 있어 그런 것 같다. 재주를 동원해 그림도 그리고 재미있는 소감도 남겼다. 김장을  담근 지난 11월 29일에는 "음식 함부로 하면 괴로워진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자"라는 글과 함께, 선생님 의견란에도 "무엇이 잘못인가?"라는 자조적인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➊ 자기 건물이 아닌 경우, 주인이나 관리인과 잘 소통해야 한다. 흙이 쓸려 내려가거나 옥상이 지저분해질까봐 옥상텃밭을 내켜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수확한 채소를 나누면서 같은편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➋ 5월부터는 오전 8시만 되어도 태양이 내려쬐기 때문에 차양막을 설치하면 좋다.

 

➌ 흙을 옮기고 물을 대는 문제가 핵심이다. 문화연대는 그냥 빗물을 받아 쓰겠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아래층 화장실에 긴 호스를 연결해 물을 대고 있다.

 

➍ 벌레가 잘 안 생기고 잘 자라는 바질이 최고. 올해는 바질을 많이 심어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➎ 여러 사람이나 단체가 함께 텃밭을 가꾼다면, 미리 모여 관련 책을 같이 읽거나 전문가 강의를 함께 듣는 단계가 필요하다. 뱃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토마토 작물 가지치기를 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➏ 잘 모이게 하려면 모집할 때 남녀의 비율을 비슷하게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