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 2015년 2월호 살림,살림

[ 지리산 동네부엌-김치밥·돼지고기김치만두·만둣국 ]

새해 벽두 행복을 주는 음식

글 고은정 \ 사진 류관희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대체로 주식과 부식으로 분리된 형태이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을 먹기만 하다가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가정시간을 통해, 한국은 주식과 부식을 한 상에 다 차려서 먹는 문화이고 서양의 음식은 전식부터 시작해 후식까지 쭉 이어지는 코스 음식 문화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오므라이스’나 ‘카레라이스’ 등의 일품요리는 원래 한국에서는 없던 것이라는 이상한 편견이 생겼다. 


 
계절에 따라 오만 가지 밥
한국 음식의 기본이 되는 주식인 밥의 사전적 의미는 ‘쌀·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분명 하나인데 밥을 먹는 대상에 따라 밥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 재미있다. 한자어로는 밥을 ‘반’이라 하고 어른들이 먹는 밥은 ‘진지’라고 하며, 왕실의 어른들이 먹는 밥은 ‘수라’다. 재미있는 것은 망자도 밥을 먹는다고 생각하여 망자가 먹는 밥은 따로 ‘메’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나의 밥을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것과 달리 밥을 짓는 재료에 따라 수많은 종류가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 보면 선조들이 먹었던 밥의 종류는 90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평소에 우리가 해 먹는 밥을 꼽으면 열 손가락이 남을 만큼 몇몇 가지의 밥만 해 먹고 산다. 나는 우리 집 밥상에서만이라도 다양한 밥을 지어 먹으려고 노력한다. 봄이면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올라오는 산채나 향채로 밥을 하고, 여름엔 보리와 통밀을 잔뜩 넣고 지은 밥에 열무김치를 올려 비비는 밥을 즐기고, 가을엔 버섯이 제철이니 버섯 듬뿍 올린 밥을 짓는다. 김장하고 남은 가을무는 입맛 없는 겨울의 어느 날 우리 가족을 위해 무밥으로 헌신한다.

자연에서 온 음식의 재료들은 사계절을 겪으면서 받은 고유의 성질이 지닌다. 겨울의 찬 성질, 봄의 따뜻함, 여름의 뜨거움, 가을의 서늘함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음식 재료는 앞의 네 가지 성질 외에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의 다섯 가지 맛으로도 분류한다. 이 오미를, 혀로 느끼는 맛일 뿐 아니라 오장육부와 관련하여 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인체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사계절의 기운이 온전히 담긴 재료들을 밥으로 함께 조리해 먹으면 맛도 담보되고 건강도 따라온다.

현미가 좋다고 일 년 내내 현미밥만 먹는다든가 잡곡밥이 좋다고 온갖 잡곡을 다 넣은 잡곡밥을 일 년 내내 먹는다면 재미도 없고 사계절의 기운을 무시하는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두릅이 흔할 땐 두릅 넣고 지은 밥에 양념간장 하나를 곁들이면 일품요리로 손색이 없고, 돼지고기 몇 점과 푹 익은 김장김치를 넣고 지은 김치밥은 눈 깜짝할 사이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며칠째 눈이 계속 왔다. 지리산 골짜기에서는 겨울눈이 제일 무섭다. 지난번 마을로 올라오는 길이 미끄러워 차를 큰길가에 버려 두고 돌아왔기에, 작정하고 나서지 않으면 외출은 적잖이 귀찮은 일이 된다. 택배로 뭔가를 받으려 해도 큰길까지 와서 가져가라 하니 미리 넉넉히 장을 봐두지 않으면 당장 먹을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 이럴 땐 냉장고며 뒤란이며 이곳저곳을 뒤져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찾아 밥 해 먹기에 돌입해야 한다. 넉넉한 것으로 치자면 김장김치만한 것이 없으니 김장김치를 이용한 밥상 차리기 릴레이가 시작된다. 그 릴레이의 선두주자로는 단연 김치밥이 최고다.
 
 
만들어서 두고두고 먹는다고 만두
 
고기에 파 다져 밀반죽에 싼다네
숟가락으로 반 가르니 입에 딱 맞아
뜨거운 국물 후루룩 추운 바람 물리치네
- 《도하세시기속시》에서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만두를 빚던 섣달 그믐날의 장면이 한 장의 사진처럼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온가족이 모여 앉아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며 만두를 빚으면서 새해 소망을 말하는데, 그때 어머니는 가족들 몰래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만두를 하나 만들어 섞어 놓으셨다. 새해 첫날 그 매운 만두가 누구의 그릇으로 들어갈지 모르지만 그 만두 덕에 아침상을 앞에 두고 앉아 가족 모두가 크게 한바탕 웃으며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는 여유를 즐겼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만두는 단지 음식을 넘어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특별한 시간으로 나를 이끄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이다. 특히 한 해가 저물고 새해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품는 이맘때가 되면 찾아 올 손님들을 위해 만두를 잔뜩 빚어 두려고 마음이 바빠진다.

충혜왕 4년 “왕궁의 주방에 들어가서 만두를 훔쳐 먹는 자를 처벌했다”는 《고려사》의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만두를 먹기 시작한 때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는데, 그 당시에는 밀가루를 술로 발효시켜 쪄내는 찐빵과 비슷했고 ‘상화’라고 불렀다. 만두는 중국에서 전래되었지만 밀가루를 발효시켜서 만들어 먹는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발효시키지 않고 반죽해서 바로 만두를 빚어 먹는다.

육수에 만두를 넣어 끓인 만둣국은 이북 지역에서 정초에 즐겨 먹던 절식이다. 고향이 황해도인 아버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외할아버지의 식성 때문이었는지 아무튼 우리 집에는 겨울에 만두가 떨어지지 않고 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만두가 떨어지지 않고 밥상에 올라온다는 얘기는 집안의 여자들이 쉴 시간이 없다는 말과 같은데 외할머니나 어머니의 고생이 여간 아니었으리라.

만두는 재료와 모양, 익히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방법으로 만두를 빚는다고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모양과 맛이 나오므로 만두는 집집마다 개성 이 드러나는 또 하나의 음식이다. 한 끼 식사를 대신하기도 하고, 출출한 저녁의 수험생 간식이 되기도 하고, 술 좋아하는 아버지의 안줏거리가 되기도 하고, 손님이 오면 특별하게 내놓는 접대용 음식이 되기도 하고, 잔칫날에 나오는 잔치음식이기도 한 것이 만두 이니, 어쩌면 재료나 모양에 관계없이 만두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팔색조와 같은 음식이다.

새해 설맞이로 만두를 빚는다. 방학이라 내려온 딸아이와 함께 만 두를 빚으며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매운 고추 듬뿍 넣은 만두 하나 만들어 숨겨야겠다. 누군가 복불복으로 먹게 된다면 새해 벽두에 가족 모두가 크게 한번 웃을 것이고 그렇게 행복한 양의 해가 시작될 것이다.

 
 

김치밥
 *

재 료

쌀 3컵, 물 3컵, 김치 200g, 돼지고기 200g, 느타리버섯 100g,

표고버섯 5장, 국간장 1큰술, 들기름 약간, 후추 약간

양념간장 : 맛간장 5큰술, 파 반 뿌리, 마늘 1쪽, 고춧가루 1큰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약간

만 드 는 법

① 김치는 국물을 꼭 짠 다음 잘게 쫑쫑 썬다. 돼지고기도 김치 크기로 썬다.

② 돼지고기에 국간장, 후추로 밑간을 한다.

③ 밑간한 돼지고기를 들기름에 볶다가 김치를 넣고 볶는다.

④ 30분간 불린 쌀을 넣고 밥물을 1:1 비율로 붓는다.

⑤ 밥솥에 준비해 둔 김치와 돼지고기를 얹은 후 밥을 한다.

⑥ 밥이 다 되면 밥을 고루 섞은 후 큰 그릇에 퍼서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돼 지 고 기 김 치 만 두

*

재 료

만두피, 돼지고기 200g, 익은 김치 200g, 숙주나물 200g, 두부 1/2모,

느타리버섯 100g, 표고버섯 100g, 양파 50g, 다진 대파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간장 1큰술, 고춧가루 1~2작은술, 후추 약간

만 드 는 법

① 만두피를 만든다. ② 돼지고기는 곱게 다진다.

③ 익은 김치는 속을 털어 내고 다지듯 송송 썰어 물기를 꼭 짠다.

④ 숙주를 끓는 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짠 후 송송 썬다.

⑤ 두부는 칼 옆면으로 넓게 펴면서 으깬 후 물기를 꼭 짠다.

⑥ 느타리버섯을 소금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짠 후 곱게 다진다.

⑦ 표고버섯을 따뜻한 물에 불려 곱게 다진다. ⑧ 양파를 곱게 다진다.

⑨ 큰 볼에 만두피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담고 골고루 잘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이때 오래 치대야 만두소가 한데 잘 엉긴다.

⑩ 만두피에 만두소를 올려 만두를 빚는다.


만 두 피

*

재 료

밀가루 400g, 물 1컵, 소금 1작은술, 현미유 1큰술, 계란 1개

만 드 는 법

① 밀가루를 제외한 재료들을 모두 한꺼번에 넣고 잘 섞는다.

② 섞어 놓은 재료를 밀가루에 조금씩 넣으면서 고루 섞는다.

③가루가 보이지 않게 손바닥으로 눌러 가면서 10분 정도 치댄다.

④ 반죽을 비닐봉지에 넣고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⑤ 약 20g 정도의 크기로 잘라 밀가루를 묻히면서 방망이로 민다.

(전체를 넓게 펴 밀어서 동그란 모양의 틀로 찍어 내는 방법도 있다.)


 

만 둣 국

*

재 료

만두 6개, 떡국떡 한 줌, 육수 400ml, 대파 1/4뿌리, 달걀 1개

만 드 는 법

① 분량의 육수를 끓인다.

② 떡국떡을 찬물에 한 번 씻어 놓는다.

③ 대파는 어슷썰기 한다.

④ 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로 나누어 지단을 부친다.

(지단으로 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풀어서 국을 끓이는 마지막에 넣어도 된다.)

⑤ 육수가 끓으면 떡을 먼저 넣어 떠오르면 만두를 넣는다.

⑥ 만두가 떠오르면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불을 끈다.

⑦ 그릇에 담고 지단을 고명으로 얹는다.

 
 

↘ 고은정 님은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로, 우리 장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