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 2015년 2월호 살림,살림

[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우엉꽃 ]

씨를 퍼뜨리는 일부터 남다르구나

글 장영란 \ 사진 김광화

 

산골에서 겨울에 돌아다니다 보면, 낭패를 볼 때가 있다. 발걸음을 한번 잘못 옮기면 신발이야 옷이야 온통 가시들이 박히곤 한다.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달라붙을 곳을 기다리는 놈들이 곳곳에 있다. 도깨비바늘, 미국산가막사리…. 우엉도 이들과 한통속이다.
우엉도 쑥갓처럼 국화과다. 꽃 하나는 너무 작고 가늘어 꽃들이 한데 빼곡히 모여 마치 한 송이처럼 피는 머리모양꽃차례(두상꽃차례)다. 얼핏 보면 엉겅퀴꽃과 비슷하다. 엉겅퀴가 이파리에 가시를 세우고 있다면, 우엉은 꽃을 감싸고 있는 모인꽃싸개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다. 그것도 가시 끝을 낚싯바늘처럼 구부려 가면서.
우엉은 왜 가시로 중무장한 모인꽃싸개를 가지게 되었을까? 한번 우엉이 되었다 치고 상상해 보자. 우엉씨 하나가 떨어지면 1년만에 보통 1m에서 1m 50㎝까지 뿌리를 내린다. 게다가 한해살이가 아닌 여러해살이다. 그러니 씨앗이 어미 둘레에 떨어지면? 곤란하다. 되도록 어미한테서 멀리 떨어져 새 땅에 뿌리박는 게 살아남는 길이었으리라.
공 모양인 모인꽃싸개는 속에 씨앗을 소복이 담고 기다린다. 돌아다니는 누군가가 나타날 때까지. 그러다 멋모르는 짐승이 어슬렁거리면 낚싯바늘을 걸어 매달려 움직인다. 언젠간 발각되면 그도 좋은 일. 어그러지면서 그동안 담고 있던 씨앗들을 느긋하게 떨구면 되리라. 향긋하고 길고 알찬 우엉뿌리. 이 대단한 뿌리를 기르는 우엉. 그 힘은 꽃을 피우고 씨를 퍼트리는 이 일 하나에서도 남다르구나.
우엉은 뿌리가 곧고 길게 들어가야 하니 강가 모래땅에 많이 심는다. 그래서 산골에서는 보기 어렵다. 우리도 우엉을 심어 놓고 캘 수가 없어 밭 한 켠에 내버려 둔 덕에 해마다 꽃구경을 한다. 우엉뿌리를 먹을 욕심만 버리면 이듬해 6월 말부터 7월 한 달 꽃구경을 할 수 있다. 꽃말은 인격자.


↘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 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 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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