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 2015년 2월호 [특집] 특집 - 안녕? 아침밥

[ 홍콩의 여유로운 아침, 얌차 ]

아침에 손님 초대하기

글 \ 사진 이명옥

아침 식사는 마음과 몸에 힘을 주는 시간이다. 몸에 영양을 섭취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둘러앉아 얼굴을 마주보며 마음에도 힘을 얻는다. 홍콩과 중국 남부지역은 가족끼리뿐 아니라 일로 만나는 사람이나 지인들끼리도 아침식사를 종종 함께한다. 이곳에 오랫동안 살던 필자는 한국에 돌아온 뒤 저녁 대신 아침에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한다. - 편집자 주

 

지난해 겨울에 홍콩에 다녀왔다. 결혼한 두 자녀의 가족과 아들네 사돈댁 식구들도 함께 얌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식사를 같이 하고 싶은 분들이 있으면 종종 아침에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하곤 한다. 3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홍콩에서 살면서 생긴 습관이다. 한국에서는 아침 식사 초대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이른 시간에 식사초대를 받는 게 낯설어 놀라거나 부담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식사 이후에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워하기도 한다.


차를 마시며 음식을 즐긴다


1981년에 남편이 직장에서 홍콩 지사로 발령이 나서 한 살짜리 딸을 데리고 우리 부부가 홍콩으로 옮겨 간 후 그곳에서 아들이 태어났으며, 두 아이들을 교육하고 결혼 시킨 다음, 28년 만인 몇 년 전에 우리 부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홍콩을 비롯한 중국 남부 광동 지역에서는 차를 마시며 간단한 음식을 먹는 ‘얌차’가 발달했다. 얌차는 ‘차를 마시며 음식을 즐긴다’는 뜻이다. ‘딤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뜻은 ‘배고픔을 참으며 살짝 마음에 점을 찍고 갈 정도로 간단한 식사’이다. 얌차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으며, 보통 새우나 돼지고기를 다져 넣은 찐만두가 기본이고 죽와 국수, 채소, 온갖 종류의 디저트 등 다양하다. 보통 한 가지 음식이 양이 많지 않아 여러 가지를 주문하게 된다. 대형 식당들이 대부분 아침 7시부터 낮 3시까지는 얌차를 제공하고 저녁에는 요리를 주문하여 식사하도록 되어 있다.
홍콩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다소 이른 시간인 오전 8~9시 경부터 그 큰 식당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놀라고는 한다. 물론 홍콩 현지의 특이한 상황이 있다. 보통 맞벌이로 일하느라 시간도 부족하고, 땅이 좁고 집값이 비싸 일반 가정집들은 매우 작고 부엌은 더더구나 좁아 식사 준비하기가 힘이 든다. 또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습관 때문에 남은 음식을 다시 먹지 않으며, 저장 식품이 발달되지 않아 집에서 식사하려면 매끼마다 시장에 들려 신선한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야 하는데, 이 모든 조건이 여의치 않아 주로 밖에서 식사하는 습관이 생겨 식당마다 만원을 이루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의식주 중에서 식생활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민족성 때문이다.
또 홍콩 사람들은 가족끼리 유대 관계를 중시해서 자주 모인다. 주말이면 조부모부터 손자들까지 다 같이 모여 커다란 원탁 식탁에 둘러앉아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생일을 맞으면 꼭 모임을 갖는 편이다. 이렇듯 여러 세대가 모여 오랫동안 앉아서 떠들썩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아름답게 여겨지는지!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30여 년 전의 가족 관계에 비하면 상당히 개인적이고 삭막해져 있는 것 같아 충격이 컸다.
주중에도 시간 여유가 있는 직장인들 중에는 아침 식사로 얌차를 먹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고, 간단한 비즈니스의 장소로도 사용되며, 지인들 간의 모임, 이른 아침 운동을 마친 노년층들의 모임이 주를 이룬다. 더러 혼자 식탁에 앉아 여유자적하게 신문을 읽으면서 차를 마시며 아침식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한국과 달리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씩 나오며 종류가 많기 때문에 먹는 데 시간이 걸리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식사 시간은 보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이 걸린다.
차는 여러 종류 중에서 취향에 따라 주문하며, 종업원은 뜨거운 물이 끊이지 않게오가며 신경을 쓴다. 식사에 초대한 사람이 손님에게 차를 계속해서 따라주는 것이 예의이고, 이때 차를 받는 사람은 찻잔 옆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매번 말로 감사의 표시를 할 수 없어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손가락을 접은 모습이 마치 무릎을 꿇어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때 찻잔을 잡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어 대신 탁자를 두드린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아도 먼저 온 손님이 탁자에 앉아 있는 동안은 종업원들이 전혀 상관을 하지 않기 때문에 느긋한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아침 식사 초대



밖에서 아침 식사 하는 습관이 붙은 우리 부부는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공간을 찾을 수 없어서 꽤 서운했다. 아침 식사하면서 차 마실 수 있는 곳을 주택가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서 간단한 메뉴를 준비해 아침 식사 초대를 하게 되었고, 점차 지인들도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아침 식사 초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침 식사로는 복잡한 요리 과정을 거치는 음식이 아닌 간단한 메뉴가 적합하기 때문에 준비할 때 번거로움이 덜하고, 이른 시간에 만남이 끝나면 하루의 다른 일정에 시간적 낭비가 없으며, 식당에서 식사할 때보다는 더 친밀한 교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하는 아침 식사 메뉴는 빵 종류와 삶은 달걀(달걀 컵을 사용하면 재미있어 한다), 토마토나 호박에 치즈를 얹어 살짝 익힌 것, 요구르트, 삶은 만두, 야채와 과일(브로콜리, 파프리카, 당근, 오이,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사과, 바나나 등), 견과류, 차나 커피 등인데 계절에 따라 이 중 몇 가지만 준비하면 전혀 번거롭지가 않다.
손님을 초대할 때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음식을 마련하면 식탁에서 조리대로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미리 간단하게 준비하고, 손님이 왔을 땐 같이 식탁에 앉아 대화하며 교제하는 것을 좋아해서 나는 이런 메뉴를 준비한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부담이 없다. 대신 꽃이 있을 땐 꽃도 놓고 테이블보도 깔고 좋은 그릇을 꺼내 테이블 세팅 등을 정갈하게 갖춘다. 사람들은 이것들을 보고 정중하게 초대 받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지인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면서 서로의 생활을 나누며 깊이 교제하고 기쁨과 풍요로움을 누린다.


↘ 이명옥 님은 홍콩에서 오랜 기간 살다가 춘천으로 와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겨울엔 다소 춥지만 호수와 산이 있어 고즈넉한 춘천에서 산책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준비하고 테이블을 정성껏 꾸미고 지인들을 초대해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것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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