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 2015년 2월호 [특집] 특집 - 안녕? 아침밥

[ 청소년의 아침 ]

우리가 아침을 챙겨 먹는 이유? 배고프니까요!

글 \ 사진 주은경

나를 비롯해 내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아침을 잘 챙겨 먹는 편이다. 우리들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지방의 비평준화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과 ‘잘 먹고 잘 자면서 공부하자’ 주의의 수험생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꼬박꼬박 아침을 먹어야 오전을 버틸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꼭꼭 아침밥을 챙겨 먹는 이유는 간단하다. 배고프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지 못한 날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점심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만 끊임없이 확인하게 된다.


아침 거르는 비율, 점심·저녁에 비해 두 배 이상


공부만 아니라면 빈 벽 쳐다보는 것마저 재밌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오전에 졸린 눈을 비비며 공부하다 점심시간 종이 치면 눈을 반짝이며 급식실로 뛰어가고, 오전 수업보다 긴 오후 수업을 듣다가 또 저녁시간 종이 치면 뛰어갔다. 이렇게 점심과 저녁 식사는 학교에서 주는, ‘어쩔 수 없이’ 누려야만 하는 것 중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에 비해 아침 식사는 선택 사항이다. 어떤 이에게는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어쩔 수 없이 못 먹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개인 사정에 따라 먹거나 먹지 않을 수 있다. <2014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최근 7일 동안 아침 식사를 5일 이상 먹지 않은 중·고등학생은 28.5%(남 28.2%, 여 28.9%)로 점심 식사 결식률 11.8%(남 13.6%, 여 9.8%)와 저녁 식사 결식률 11.8%(남 12.9%, 여 10.6%)의 두 배 이상이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생활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한다. 그런데 박기영의 <아침 식사와 청소년 건강> 논문에는 아침을 거르는 습관을 갖게 되면 만성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더불어 성장기인 청소년들이 제때에 원활한 영양 공급을 받을 수 없게 한다. 아침결식이 과체중, 비만과 관련이 있음을 검증한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아침밥상에 앉힌 것은 ‘학업수행능력’이라는 말이 아닐까? 아침밥과 학업수행능력이 관련된 연구가 많은데, 인상적인 것은 아침밥을 먹은 청소년에게 학업수행능력과 더불어 심리적 안정감과 생활 태도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 이상은 아침을 먹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아침을 먹지 않는 이유로 ‘시간이 없어서’(남 31.2%, 여 42.3%)와 ‘늦잠을 자서’(남 20.3%, 여 17.5%)가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다. 밥 대신 다른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식욕이 없어서’도 남 22.9%, 여16.9%를 차지한다.



아침에 시간이 부족한 친구들은 등굣길에 빵이나 김밥을 사 먹기도 한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아침을 잘 먹을 수 있으려면 먼저 여유로운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굶거나 매점에서 사 먹거나


나와 친구들의 아침 식사 종류는 제각각이다. 나는 엄마에게 저녁과 비슷한 식단의 아침을 대접받기 때문에 배불리 먹고 학교에 가지만, 친구들은 대부분 밑반찬 위주의 간단한 식사를 한다. 아침에 시간이 부족한 친구들은 등굣길에 과일을 먹거나 빵을 사와서 먹기도 한다. 부모님이 김밥 같은 간단한 식사를 싸 주면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밥을 못 먹었거나 가져오지 않은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마트에 다녀온다. 매점이 있는 학교에서는 더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내 친구 민경이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는데 새벽에 퇴근하셔서 아침에는 주무신다고 한다. 그래서 저녁에 먹던 반찬을 데워 먹거나 집에 사다 놓은 빵을 먹고 학교에 온다. 부모님이 주말에도 일을 하셔서 가족이 함께 아침 식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는 도연이는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 중학교 때까지는 아침식사를 하는 편이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 공부하는 양이 많아지면서 생활습관이 바뀌었다. 원래는 제때에 밥을 먹고 저녁에 공부한 후 잠들었지만, 수능이 가까워 오자 한두 시간만 자거나 아예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해야 했다. 부족한 잠은 학교에서 쪽잠을 자며 해결했다. 잘 시간이 부족하니 자연스레 아침 시간도 더욱 바빠졌고, 아침 먹는 시간에 차라리 자는 게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공부가 도연이에게 밥 먹을 시간도 주지 않은 거다. 설문조사에서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안 먹는다고 이야기한 아이들 중에는 도연이같은 아이가 분명히 또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예원이는 항상 늦잠을 자서 아침 먹을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 와 1교시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쉬는 시간에 매점으로 달려가서 피자호빵을 사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시간 매점에는 예원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아주 많다고 한다. 아마 집에서 밥을 못 먹고 온 다른 친구들도 매점으로 달려간 거겠지.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닌 지원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아침을 먹지 않아 왔다. 아침을 먹으면 오히려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파서 몸 상태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반이었던 지영이도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 밥을 거르기 일쑤였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학업에 악영향을 줄까봐 잘 넘어가지 않는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고 한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먹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아침을 먹지 못한 날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1교시가 끝나면 매점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밥 먹을 때는 밥 먹고, 쉴 때는 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걸까?



청소년의 아침밥, 사회 변화가 필요해


청소년의 아침밥이 성인과 비교해 갖는 특징은 먹을지 말지, 무엇을 먹을지 등을 자기가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님이 챙겨 주시는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다. 아침을 챙겨줄 여유가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밥을 먹일 수 있지만, 바쁜 부모님들은 그러기가 힘들다. 아침을 먹기 힘든 저소득층 가정도 있다. 고등학생의 경우 점심과 저녁까지 급식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아침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득이하게 아침을 못 먹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도 거르고 공부했다는 말을 할 때면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각자 다를 수도 있다. 도연이는 지금은 잠깐 괴롭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서 아침밥쯤은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밥까지 굶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밥 먹을 때는 밥 먹고, 쉴 때는 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걸까?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아침을 거르 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식사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처럼 국가나 지역사회, 작은 범위에서는 학교에서 아이의 아침식사를 책임지기 어려운 가정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아침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여유로운 사회분위기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지만 우리 사회를 통째로 바꿔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청소년들이 ‘잘 먹고사는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은 어른들과 자신이 부모가 됐을 때 자식에게 아침 먹을 여유가 있는 삶을 주고 싶은 청소년들이 함께, 차근차근 이 사회를 바꿔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주은경 님은 올해 2월 전북 정읍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입니다. 철학과 정치에 관심이 많으며, 정읍여고 학생회장으로서 정읍학생의회 JSD에서 ‘정읍 청소년 세월호 추모의 날’을 공동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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