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 2015년 2월호 [특집] 특집 - 안녕? 아침밥

[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건강하게 ]

당신의 아침밥은 어떻습니까?

글 이선미 편집부




아침밥은 단순한 끼니 이상이다. 아침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일찍 일어나는지, 잠보다 밥을 선택할 만큼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 그 사람의 생활습관과 가치관을 점심과 저녁 식사에 비해 더 잘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은 “아침밥은 얻어 먹냐?” 또는 “아침밥은 차려 주냐?”라는 말을 관용구로 쓴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에 아침을 준비하는 수고가 크다는 걸 알기에, 아침밥으로 사랑과 존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침 먹는 게 왜 이리도 어려운지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일어났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옷을 입는 모든 과정에 1초의 여유도 있어서는 안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먹고 마신 건 서울의 텁텁한 아침 공기. 《월든》을 쓴 소로우는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긴 산책이다.”라고 했다는데. 내가 마신 공기와 출근길을 생각해 봤을 때 도저히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꼬르륵” 소리가 난다. 배고픈 거야 나 혼자 참으면 되는 걸, 이렇게 주위에까지 알리고 싶진 않은데. 왠지 조금 부끄럽다. 나는 짐짓 소리의 진원지가 아닌 척하며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물배의 효과가 가신 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아직 오전 10시 5분. 이럴 수가.
원래 나는 이렇게 아침 뱃속이 시끄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손이 큰 엄마는 아침에도 밥을 소복이 퍼 주었다. 지각을 할지언정 내 할당량은 다 먹어야 다음 일을 할 수 있었다. 모든 문제는 일을 시작하고서부터다. 거둬 먹여 주는 사람이 없다고,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나가야 한다고 밥도 못 먹는 게 내 현실이다.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밥 챙겨 먹는 게 뭐 그리 어렵냐고 말할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미안하다. 나는 그게 그렇게 어렵더라. 이렇게 나는 자발적으로 아침밥을 폐한 사람이 아니고, 먹고 싶지만 못 먹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꼬르륵거리며, 애꿎은 물만 과음하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201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어떤 이유로든 나처럼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남자 25.0%, 여자 22.6%에 이른다. 남녀 모두 20대가 가장 높고(남자 43.2%, 여자 36.6%), 그 다음으로 12~18살 청소년(남자 30.5%, 여자 35.9%)과 30~40대(남자 30.9%, 여자 24.4%)가 높았다. 사회에서 가장 오랜 시간, 많이 활동하는 연령층의 아침 결식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아침,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필수


불가에서 어린 승려를 가르치는 내용을 담은 《사미율의》에는 “정오가 지나면 스님네가 밥 먹는 시간이 아니다. 하늘 사람은 새벽에 먹고, 부처님은 낮에 드시고, 짐승은 오후에 먹고, 귀신은 밤에 먹는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침 먹는 걸 장려하고 늦게 먹는 걸 경계한 것이다. 잘 알려진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라는 독일 속담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왜 아침 먹기를 강조하는 걸까? 첫째,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전날 저녁을 먹은 후부터 다음 날 점심까지 공복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그만큼 오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 영양의 균형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아침을 굶으면 성장을 위해 저장해 둔 에너지를 빼내 사용하게 되므로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아침을 거르면 오전 내내 체내에 필요한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 체내 혈당량이 줄면 피곤하고 짜증이 나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셋째, 살을 빼고 싶다면 오히려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점심·저녁을 과식하거나 간식을 찾기 쉽고 위장도 오랜만에 들어온 음식물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하므로 무리하게 된다. 아침에 섭취한 칼로리는 대부분 낮 동안 활동하면서 연소되므로 체지방으로 쌓이는 경우가 드물다. 넷째, 아침은 변비 해소에 좋다. 일반적으로 변비는 대장에 수분이 없거나 장의 연동운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생긴다. 식사와 배변이 불규칙한 것이 변비의 가장 큰 원인인데, 아침을 규칙적으로 먹으면 장 운동이 원활해진다.
특히 성장기 아이에게는 아침 식사가 필수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하다. 서울 마포에 사는 하만조 씨는 아이가 태어나고서부터 아침을 꼭 먹는다. 맞벌이 부부로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고 그가 아이에게 밥을 먹인다. 올해 세 살인 아이에게 맞춰서 소고기무국, 우거지된장국 등을 주로 먹는데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어 얼려 두었다가 아침마다 해동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곧 자연에 맞추는 것”이라며, 어른이야 인위적으로 식사 여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일어나 배고프다고 우는 아이에게 아침밥은 필수라는 게 그의 말이다.


내 몸에 맞게, 건강하게 먹자


아침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배고플 때 과식하는 것보다 밥 생각이 별로 없는데도 끼니때라는 이유로 무조건 챙겨 먹는 것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먹고 싶지 않은 아침을 먹으면 위에 혈액이 집중되어 뇌나 손발에 가야 할 혈액이 적어지므로, 졸리기도 하고 몸도 처진다. 또 일반적인 현대인의 육체노동량과 운동량으로 보면 하루 세 끼는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 ‘밤늦게까지 술과 음식을 먹고 나서 5~6시간밖에 자지 않고 다음 날 아침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쓴 헬렌 니어링도 “밤 시간 동안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므로,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인체 기관, 특히 위의 경우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약 16시간 동안(오후 6시에 먹는 저녁에서 다음 날 정오의 점심까지) 휴식하게 된다.”며 아침 사를 굳이 권하지 않았다. 대신 허브차나 주스 한 잔, 한 가지 과일을 조금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 그는 “아침 식사가 꼭 필요한 이들은 ‘선량하고 정직하며, 건강에 좋고 허기진 아침 식사’를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의 장수학자인 이시하라 유미는 “대소변 배설이 원활하다, 몸이 따뜻해진다, 기분이 좋다” 이 세 항목을 기준으로 아침 식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한다. ‘아침을 거르면 기운이 없다’,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아침을 먹어야 한다’, ‘점심이나 저녁을 거르는 편이 생활의 리듬이나몸 상태 유지에 좋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 상태가 가장 좋다고 느끼는 방법을 실천하면 된다.
단, 아침을 먹는다면 공복에 부담 없고,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었으며, 채소 위주로 혈당이 치솟지 않는 식사가 좋지 않을까? 쓸데없이 넘치게 먹는 것도 나쁘지만, 배고픔을 끙끙 참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한번 아침을 배즙과 고구마로 시작해 보련다. 상쾌한 아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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