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호 2015년 1월호 살림,살림

[ 안녕하세요- 소셜 벤처 ㈜효순효식 김영미 대표 ]

자녀의 짐을 덜고 부모의 삶을 돌본다

글 이선미 편집부 \ 사진 류관희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일터에 매여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는 시대, 부모님이 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함께하지 못하는 게 마음을 무겁게 한다. 소셜 벤쳐 ㈜효순효식의 김영미 대표는 이렇듯 중장년 세대가 진 부모 부양의 짐을 덜고 마음 편히 사회활동을 하게끔 돕기 위해 노인 돌봄 일을 하고 있다. “옛날엔 혈연집단 안에서 가족 돌봄이 해결됐지만 지금은 어렵잖아요? 지역에서 가족 돌봄의 공백을 메워 보고자 합니다.”





공공-민간 노인 복지 서비스 공백을 메우고 싶어


정보통신을 공부하고 복지와는 전혀 다른 분야의 삶을 산 김영미 대표가 노인 돌봄사업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자신이 필요했기 때문. 나이가 들면서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다 보니 부모님을 돌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조직 생활하다보면 그렇죠. 저희가 3남매인데 다 일을 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서비스는 많은데 부모님 세대를 위한 것은 없더라고요. 멀리 떨어져 있거나 바쁜 자녀 대신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 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주위에 그런 서비스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답을 듣기는커녕 되레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만 느끼는 문제가 아니구나’ 싶어 먼저 공공-민간 복지 부문에 이와 같은 서비스가 있는지 샅샅이 찾아봤다. “보건복지부부터 지자체 해당 부처, 사회복지사, 지인 등에까지 엄청나게 알아봤어요. 노인복지 서비스가 무척 많이 분산돼 있어 하나로 정리해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고요. 깊이는 얕지만 노인 여가문화에서부터 요양, 치매 관리까지 전체를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저일 거예요.” 그러면서 공공-민간 노인복지 사이의 공백을 알게 됐고, 공공복지 전 단계까지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야겠다 싶었다.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시작한 노인 돌봄 서비스 회사인 효순효식은 2015년 4월이면 시작한 지 만 3년이 된다. “어르신을 돕는 여성 활동가를 효순, 남성 활동가를 효식이라고 이름 붙이면서 회사 이름도 같게 했어요. 호칭 이 쉬워야 대화도 소통도 되잖아요? 어르신들이 ‘효순아!’ 하고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거죠.” 재밌는 이름 덕분에 전래동화 이야기를 해 주는 회사냐, 발효식품을 만드는 곳이냐 묻는 사람도 있단다.



김영미 대표가 자신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1:1 동행 서비스. 병원 동행 서비스의 경우 며칠동안 병원에 잠복하면서 어르신들에게 어떤 점이 어렵고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파악했단다.


노년의 삶에는 ‘관계’, ‘돌봄’ 그리고 ‘놀 거리’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활 돌봄 서비스를 생각했다. 병원 진료나 쇼핑 등에 동행하고, 정보도 찾아 주며 여가도 지원하는 1:1 개인 서비스다. 그러면서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다 보니 치매 예방 인지·신체 놀이와 치매노인 재활 프로그램도 만들게 됐다. 특히 김영미 대표가 자체 개발한 재활 프로그램은 주위 사람들의 부모님부터 홀몸 노인, 치매 경계 노인,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공부한 결과다. “제가 자부하는 건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이 모두 다 현장에서 체득한 내용을 기반으로 했다는 거예요.”
효순효식에서 개발한 재활놀이는 신체자극·인지자극·정서지원 등 세 가지 활동을 놀이로 풀어낸다. “노는 게 제일 좋은 게 인간의 본성이잖아요? 우리는 자녀 입장에서 일하다 보니 기존 복지 서비스와 관점이 조금 달라요. 가장 먼저는 어르신들이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그러고 나서 신체기능이나 인지능력도 좋아지게끔 하는 거죠.” 노년의 삶에는 ‘관계’, ‘돌봄’ 그리고 ‘놀 거리’가 필요하다는 김영미 대표의 생각에 따른 것이다. “요양시설에서는 돌봄이 중심이에요. 그런데 어르신들에게도 즐거움과 사는 의미가 필요하거든요. 복지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기획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어르신들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거죠.”
나이가 들어 신체기능과 정서·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기존 놀이를 그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인 특성에 맞게 놀이를 재구성한다. “볼링을 한다 해도 기존 방식으로는 어려워요. 우리가 개발한 볼링 놀이는 공도 다르고 진행하는 규칙도 다르지요. 기존의 치매 재활 학습지도 재미가 없어요. 어르신들이 어디 학교에 갈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인지자극 역할도 하되 뭐든 재미있게 합니다.”
문득 노인들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삶에서 경험한 것을 놀이로 하는 걸 좋아하세요. 안전바늘이라고 찔려도 아프지 않은 두툼한 바늘로 바느질하는 놀이가 있는데 치매 어르신들이 한복집 장인처럼 너무 잘하고 즐거워하죠. 음식 퍼즐 맞추기를 하면 예전에 음식 만들던 걸 생각해 내기도 하고요.” 주로 집에만 있거나 시설에 있는 노인들은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기 어려운 터라 신체활동을 좋아한다. 놀이도구는 되도록 최소화하여 다 준비해 가고, 지금 생활하는 공간에서 이동 없이 할 수 있는 놀이를 매주 다르게 진행한다. “지금 어르신을 위한 제도들이 좋기는 한데 재미있는 경우는 많이 못 봤어요. 그래서 내가 나이 들기 전에 차근차근 준비해서 죽기 전까지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요.”




(위)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과 재활놀이를 하는 모습. 일주일에 한두 번 진행하는데, 늘 새로운 놀이를 원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아래) 효순효식에서 개발한 링 던지기와 볼링 놀이를 하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을 위한 놀이 프로그램은 쉽고 재미있기 때문에 누가 해도 좋다.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도 제격.





자녀와 함께 부모님을 돌보는 역할


효순효식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들어가 자녀와 소통하면서 부모님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파악한 상황을 자녀와 함께 나눠요. 어르신들은 자신이 곤란한 걸 자녀들에게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걱정할까봐 안 괜찮은 것도 괜찮다고 하시거든요. 우리가 개입하면 자녀들이 부모님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있죠.”
자녀가 자신을 위해 비용을 내는 데 부담을 느껴 서비스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는 자원봉사자라고 말해 달라는 자녀들도 있어요. 어르신들은 자녀가 자신을 위해 지출하는 걸 정말 싫어하세요. 연로하실수록 더 그렇지요.” 우연찮게 자녀들이 비용을 내고있는 걸 알고 서비스를 거절할 때면, 효순효식은 그 의사를 존중해 개입을 중단한다. 어르신들의 마음이 편한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해서다.
무조건 효순효식을 이용하라고 권하지도 않는다. 먼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알려 주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그때 부르라고 한다. 서비스 중이라도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바로 그 쪽으로 인계한다. “우리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인 돌봄 서비스 직전 단계에 개입해요. 정부 지원을 신청하면 한두 달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에도 어르신과 자녀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그동안을 채우는 역할도 하고요. 공공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하고 있는데, 굳이 나까지 들어가는 게 가치 있는 일인가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공공-민간 복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그래야 노인복지의 사각지대가 없어질 테니까요.”


노년 준비는 우리 모두가 할 일


“노인과 노후에 대한 자녀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게 김영미 대표의 가장 큰 바람. “부모님이 건강한 친구들은 요양원과 실버타운이 어떻게 다른지도 몰라요. 또 치매를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는데, 이런 사실도 모를 뿐더러 정부나 민간에서 하는 일을 귀담아듣지 않죠.” 특히 정형화된 서비스가 아닌 효순효식 같은 경우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누구나 나이 드는 만큼 중장년 때부터 노년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 마음으로 부모님을 이해함으로써 이런 서비스의 필요성을 알아주면 좋겠다.
경기 성남에서 시작한 효순효식을 전국으로 확대하고도 싶다. 부모 자녀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메우고 싶어서 시작한 것으로, 각지 사람들이 효순효식이 되어 서로의 가족을 돌보면 좋겠다. 많은 도시민의 부모들이 농촌 지역에 있을 테니, 사업지역이 넓어졌으면 싶다.
이와 함께 1:1 돌봄을 좀 더 잘해 보고 싶다. 지난해에는 지역사회에서 치매노인을 위한 집단 재활놀이 요구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처음 생각대로 정말 부모를 돌보는 자녀처럼 여행도 같이 가고 함께 지내며 깊이 있게 일하고 싶다. “<꽃보다 할배>라는 TV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어르신 모시고 여행 다니는, 우리가 생각하던 게 저렇게 나오다니 싶어서요. 거기 나온 배우 이서진 씨가 바로 효식이라 할 수 있겠죠?”
“자녀를 대신해서 부모를 고민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김영미 대표에게 새해를 맞아 바라는 점을 물었다. 곧 사무실을 옮겨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지, 효순효식 서비스를 더 많이 연계할 방법이 없을지 등의 고민을 해결하고 싶단다. 노인 돌봄프로그램을 좀 더 개발하고 발전시키고도 싶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효순효식과 함께 즐겁게 살면 좋겠다. 일생을 치열하게 살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부모들 그리고 역시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부모의 행복을 바라는 자녀들 모두. 그 누구도 나이 듦을 피할 수 없기에, 노년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



㈜효순효식
주소: 경기 성남시 중원구 광명로 377
신구대학교 창업관 307호
전화번호: 070-4118-8253
누리집: the825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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