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호 2015년 1월호 살림,살림

[ 지리산 동네부엌-굴떡국·삼색절편·수수부꾸미·궁중떡볶이 ]

누구와도 나누면서 기원을 담는 음식 떡

글 고은정 \ 사진 류관희

우리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일러 결속력과 패쇄성을 강조한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라는 연결고리로 친밀한 운명 공동체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 친분을 돈독히 하고 싶은 사람에겐 예외 없이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로 상대와 내가 밥상을 같이 받는 특별한 관계임을 자주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밥은 미묘하고도 특별한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다. 떡은 또 다르다. 밥이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는 음식이라면 떡은 울타리를 넘어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이다.

 


 

사람이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떡과 만나는 경험을 백일에 하게 되는데, 이날 옛 어른들은 흰 설기떡을 쪄서 백 사람에게 나누어 주며, 태어나 백일이 되는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 아이가 돌이 되면 액운을 막기 위해 붉은 수수와 팥으로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이고 이웃들과 나누면서 건강하게 자라 준 아이에 대해 덕담을 나누었다.
설이나 추석 명절에는 떡을 해서 이웃이나 친지와 나눠 먹는다. 이사하거나 개업해도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떡을 나누어 먹는다. 결혼을 하거나 회갑, 칠순 등의 잔치에도 어김없이 떡이 등장한다. 기원을 담은 떡을 돌리면서 마음을 전하면 예의 떡을 받아먹은 사람들은 빈 접시에 ‘잘돼라.’는 덕담을 담아 돌려준다. 그러므로 떡은 나누는 사람이 제한되는 밥과 달리 세상 사람 누구라도 같이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음식이다.

 


설, 세찬의 백미 떡국

후회로 가득한 2014년을 반성하며 2015년을 맞는다. 새해 첫날, 어릴 땐 가래떡을 뽑아 이웃들과 나누면서 기쁨이 배가되곤 했는데 이젠 떡이든 뭐든 너무 흔한 시절이라 가래떡을 뽑아 나누는 풍경은 보기 어려워져 아쉽다. 어머니는 해가 바뀌기 전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제기는 물론이고 평소에 쓰던 그릇들을 모두 꺼내 일일이 닦고 이불 빨래도 하셨다. 그리고 작은 항아리에 모아둔 돈을 꺼내 설빔도 한 벌 해 주셨다. 설을 맞을 준비가 다 되면 세찬을 준비하신다. 뭐니 뭐니 해도 새해 첫날 먹는 세찬의 으뜸은 떡국이다. 떡국을 끓여 먹기 위해 뽑는 떡을 가래떡이라 한다. 가래떡은 오래 살기를 바라면서 길게 뽑는다. 가래떡은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면서 돈의 모양을 본떠 동그랗게 썰어 떡국으로 끓인다. 우리는 새해 첫날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떡국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1800년대 초에 쓰인 《열양세시기》에 “섣달 그믐밤에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는데, 이것을 떡국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나이를 물을 때 ‘너 지금껏 떡국 몇 그릇째 먹었느냐?’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까닭인지 알 수 없지만 설에 먹는 떡국을 일러 ‘첨세병(添歲餠:나이를 더 먹는 떡)’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1945년에 최남선이 쓴 《조선상식》에는 떡국을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에는 천지 만물의 부활 신생을 의미하는 종교적 뜻이 담겼다. 새해 첫날, 일 년을 준비하는 깨끗하고 정결한 마음가짐을 갖고자 흰 떡국을 끊여 먹는데, 떡국은 순수무구한 경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나누는 떡의 대표 주자 절편

내가 어릴 때는 마을마다 방앗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대부분 집에서 직접 떡을 쪄서 먹었다. 그러니 집집마다 떡을 찌는 질시루 하나둘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엔 떡을 찔 때마다 떡이 설게 될까 봐 밀가루 반죽을 하여 시루병을 붙였는데 살림 솜씨 좋은 여자들이 시루병을 붙인 시루에서는 김이 새지 않아 떡이 잘 쪄졌다. 밀가루도 흔하지 않은 시절이어서 아이들은 떡이 쪄지기도 전에 시루병을 몰래 뜯어 먹다가 어른들에게 야단을 듣고는 했다. 시루에 찐 멥쌀떡에 찬물을 묻혀 가며 잘 치대어서는 집집마다 특색 있는 문양을 새긴 떡살로 찍어 색색의 절편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절편에 꿀이나 조청을 듬뿍 찍어 한입 베어 물면 쫄깃한 식감보다 먼저 달콤한 행복이 입안으로 하나 가득 퍼진다. 집집마다 저마다 떡 만드는 솜씨들이 달라서 솜씨와 맛이 다른 떡을 얻어 먹는 재미도 함께 있었다.
이제는 그리운 풍경으로 남은 옛이야기지만 그때를 기억하며 나는 가끔 절편을 만들어 먹는다. 설기떡이든 뭐든 쪄 먹을 수 있게 대나무로 만든 찜기를 파니까 거기에 멥쌀가루를 넣고 30분 정도면 절편 만들 기본 떡이 만들어지니 마음을 내기가 쉬워서다.

 



겨울이 제철인 수수부꾸미

일 년에 한 번 꼭 먹는 음식으로 새해 첫날 떡국이 있다. 설 떡국이나 추석 송편 등 명절음식 말고 일 년을 주기로 먹는 음식을 또 꼽는다면 아마 생일 음식일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열세 살이 될 때까지 미역국을 끓이고 수수팥떡을 해 주셨다. 미역국은 인덕이 있으라고 끓여 주는 것이고 수수팥떡은 나쁜 귀신이 해치지 못하도록 지켜 주는 것이라며 꼭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동지가 되면 붉은 팥죽을 쑤어 먹으면서 역질귀신을 쫓고자 했던 것처럼, 수수와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는다고 믿는 어머니의 신앙과도 같은 자식 사랑의 표현이 수수팥떡이라 생각한다.
생일에 먹는 수수팥떡 외에 수수로 해 먹는 떡에는 수수부꾸미가있다. 수수로 만든 경단에 팥고물을 묻힌, 수수팥떡의 표리가 바뀐 것일 뿐인데 이 두 가지를 먹을 때의 맛이나 느낌은 기름의 사용여부 때문인지 사뭇 다르다.
수수는 떫으면서 단맛을 지닌 곡물로 성질이 따뜻하다. 수수가 지니는 떫은맛은 설사를 멈추게 하고, 따뜻한 성질은 소화기를 따뜻하게 하여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여름보다 겨울철에 먹으면 더 좋다. 밥을 할 때 찹쌀 한 줌과 수수 한 줌을 섞으면 찰기가 있는 맛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수와 찹쌀의 따뜻한 성질이 겨울 추위로부터 몸을 지켜줄 것이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추위 때문에 열량이 많이 부족하게 되므로 기름을 두르고 수수부꾸미를 지져 꿀이나 조청을 찍어 먹으면 자연스럽게 부족한 열량과 영양소를 공급받는다. 평소에 냉동고에 수수를 가루로 만들어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부꾸미를 부쳐서 간식으로 먹이면 즉석 먹을거리의 위협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어린 시절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약과나 다식, 유과, 떡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내 딸이 세월이 흐른 뒤에 나처럼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추억할지는 자신이 없다. 떡, 그 맛과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굴 떡 국



재료 - 4인 기준
가래떡 1kg, 굴 300g, 국간장 1큰술, 다시마 1장, 대파 1뿌리, 소금 1작은술 황백지단, 물 10컵


만드는 법
① 굳은 가래떡을 어슷하게 썰어 찬물에 한 번 씻는다.
② 굴은 3% 염도의 찬 소금물에서 헹구듯이 살살 씻어 건진다.
③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 낸다.
④ 3에 떡을 넣고 끓인다. 떡이 떠오르면 중불로 줄이고 2~3분 더 끓인다.
⑤ 씻어 건진 굴과 간장을 넣고 2~3분간 더 끓인다.
⑥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모자라는 간을 소금으로 하고 불을 끈다.
⑦ 그릇에 담은 후 황백지단을 고명으로 얹어 낸다.

 





삼 색 절 편



재료
멥쌀가루 1.2kg, 소금 13g, 물, 시금치즙, 포도즙 각각 12T(180g), 기름(참기름 : 현미유 = 1 : 3), 꿀(또는 시럽이나 조청) 약간


만드는 법
① 멥쌀을 씻어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다.(겨울: 10~12시간, 여름: 6~8시간)
② 방앗간에 가서 가루로 빻아 온다.
③ 멥쌀가루에 분량의 물이나 즙을 넣고 손으로 비비면서 고루 섞는다.
(가루의 수분 함량에 따라 가감하여 쌀가루를 손바닥을 잡아 모양이 흩어지지 않는 상태까지)
④ 시루에 약 20분간 찐 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⑤ 찐 떡이 아직 뜨거울 때 손을 조심하면서 치댄다.
⑥ 조금씩 떼어 내서 기름을 바르고 절편도장(떡살)을 찍어 무늬를 만든다.
⑦ 접시에 담고 조청과 함께 낸다.

 

 




                                                                궁 중 떡 볶 이



재료
떡볶이용 떡 400g, 잡채용 소고기 200g, 쪽파 50g, 당근 1/2개, 양파 1/2개, 표고버섯 3개, 대파 2뿌리, 후추, 맛간장 8큰술


만드는 법
① 말랑한 떡을 찬물에 한 번 씻은 후 하나씩 떼어 맛간장 1큰술과 후추를 조금 넣어 밑간해 둔다.
② 소고기는 잡채용으로 떡의 길이와 맞추어 썰어서 후추와 맛간장 2큰술, 들기름 1/2큰술을 넣어 밑간해 둔다.
③ 쪽파와 당근을 손질하여 씻어서 떡의 길이로 썰어 놓는다. 양파도 굵게 채 썬다.
④ 불린 표고버섯은 채 썰어 참기름 1큰술, 맛간장 1/2큰술을 넣어 밑간한다.
⑤ 대파는 깨끗이 씻어서 떡과 같은 길이로 썰어 반으로 갈라 놓는다.
⑥ 밑간한 소고기를 볶다가 2/3쯤 익었을 때 양념한 표고버섯을 넣어 함께 볶는다.
⑦ 당근, 양파, 대파, 쪽파의 순으로 6에 넣고 살짝만 익게 볶아 완성한다.





팥 소


재료
팥 100g, 설탕 5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돌을 고르고 잘 씻은 팥에 2배의 물을 넣고 끓인다.
② 팥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팥물을 버린 후 팥을 한 번 헹궈 낸다.
③ 애벌로 삶은 팥을 압력솥에 넣고 3배의 물과 분량의 소금을 넣고 다시 삶는다.
④ 팥이 끓어서 압력솥 추가 세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이고 15분간 더 삶는다.
⑤ 불을 끄고 김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뚜껑을 연 다음 설탕을 넣고 저으면서 끓인다.
⑥ 이때부터는 그냥 두면 밑바닥이 눌어붙으므로 계속 저어야 하며 5~6분간 더 끓이고 농도가 된죽의 상태일 때 불을 끈다.


*시간은 팥의 양과 상태, 불의 세기에 따라 다르다.

 




수 수 부 꾸 미



재료
수수 가루 200g , 찹쌀가루 200g, 소금 1작은술, 끓는 물 2.5컵, 팥소 200g, 현미유, 대추, 꿀(조청) 약간


만드는 법
① 수수 가루와 찹쌀가루를 익반죽한다.
② 팥소를 만든다.
③ 수수 반죽을 조금 떼어 동글납작하게 만든다.
④ 달군 프라이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수수 반죽의 한쪽 면을 익힌 후 뒤집는다.
⑤ 익은 수수 반죽 위의 반쪽에 팥소를 얹고, 수수 반죽을 반으로 접어 앞뒤로 잘 익힌다.
⑥ 완성된 부꾸미는 겉면에 꿀을 바르고 서로 달라붙지 않게 담는다.
⑦ 대추의 씨를 빼고 돌돌 말아 얇게 썬 후 장식한다.


 

 



↘ 고은정 님은 약선식생활연구센터 대표로, 우리 장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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