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호 2015년 1월호 살림,살림

[ 우리를 먹여 살리는 꽃 ]

냄새 때문에 들통 나는 더덕꽃

글 장영란 \ 사진 김광화

 

산을 지나가는데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게 뭐지? 분명 아는 향기인데…. 맞다. 더덕 향기다. 이 근처에 더덕이 있나? 두리번두리번. 더덕은 있는 곳이 들통 나 버린다.
더덕은 여러해살이라 겨울이면 지상부가 사라지고 봄에 다시 덩굴이 올라온다. 댕글댕글 이파리를 달며 구불구불 자라다 여름 뒤끝에 꽃이 피는데, 꽃이 모두 땅을 내려다본다. 푸른 꽈리 같은 망울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활짝 벌어지면 그 속에 똑 닮은 푸른 꽃망울이 나온다. 활짝 벌어진 걸 보니 꽃받침이구나. 꽃이 피기 전에는 꽃 전체를 꼭 감싸 안다가, 꽃보다 한발 앞서 꽃이 피는 동안 ‘든든히 받치고’ 있다. 꽃잎이 지고 나서도 씨앗이 다 영글어 흩어질 때까지 굳건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받쳐 준다.
푸른 꽃망울은 꽃잎 끝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항아리 모양으로 핀다. 꽃잎 끝은 여인이 치맛자락을 들 듯 살짝 뒤로 말려 있는데, 그 부분이 검붉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꽃 속을 들여다보면 신비한 굴로 들어가는 듯하다. 검붉은 입구를 지나면서 항아리처럼 넓어지며 검붉은 점이 찍힌 실내로 안내한다. 가운데는 암술이, 둘레에는 수술 다섯 개가 방사대칭으로 자리한다. 항아리 모양 때문일까? 3단 구조 때문일까? 봐도 봐도 마녀 궁처럼 신비하다.
이 마녀 궁에 누가 들어가나? 벌이 열심히 들락날락한다. 사람은 뿌리를 좋아해 ‘양유’라는 약으로 쓰거나 산채로 밥상에 올린다. 더덕을 자근자근 두들겨 무치면 더덕무침, 구우면 더덕구이. 날로 씹어 먹어도 향긋하기 이를 데 없다. 꽃말은 성실과 감사.


장영란 님은 무주에서 자급 농사를 하며 자연에 눈 떠가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맛을 사람들과 나누고, 생각이 서로 통하는 이와 만나고 싶어 틈틈이 글을 씁니다.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 《숨 쉬는 양념·밥상》 등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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