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호 2014년 9월호 살림,살림

[ 모심의 눈 ]

울어라! 깨어나라! 실천하라!

글 주요섭

이를테면 그것은 모심과 살림의 생명운동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14일~18일 한국에서 보낸 4박 5일 말이다. 생명세계의 ‘숨겨진 하나됨’을 기초로, 아프고 죽어가는 이웃에 대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치유와 전환의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울어라!” 교황 프란치스코가 제시하는 생명운동의 첫 번째 행동강령이다.
“누가 이들을 위해 울고 있습니까?”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을 방문해 전 세계에게 던진 교황의 질문이었다. 이곳은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몰래 들어가는 최대 밀입국 항구인데, 사실은 지난 25년 동안 2만여 명이 익사한 ‘죽음과 통곡의 바다’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는 또 하나의 람페두사 섬이었던 것이다. 교황은 람페두사 섬의 비극을 목격하며 “심장에 가시가 박히는 아픔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위해 울지 않는다면,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할머니의 눈물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혼 없는 인간’인 것이다.

 

“깨어나라!” 두 번째 행동강령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 기간 중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의 개막미사와 폐막미사에 모두 참석해 간절히 호소한다. “젊은이여, 깨어나라.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라.” 이웃과 뭇 생명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무감각’과 ‘무관심’으로부터 깨어남으로써 스스로 삶과 사회의 희망이 되기를 촉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을 매일같이 만나고 추모리본을 방한 기간 내내 달고 있었던 것도 위로의 뜻과 함께 “깨어나라”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교황은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해 강조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깨어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실천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몸으로 보여준 세 번째 행동강령이다.
공감하고 각성하고, 그 다음은 진짜로 ‘행동’이다. 실천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거부하고, 싸우고, 연대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고, ‘물질주의의 유혹과 이기주의 및 무한경쟁의 논리’와 맞서 싸우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가 이웃과 함께, 나무와 풀과 함께 ‘모심과 살림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모든 인간에게 숨겨져 있는 형제·자매애를 사회적 연대와 협력으로 실현해 간다.

 

지하방에서 한날한시에 목숨을 끊은 ‘세 모녀’는 왜 이웃에게, 아니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을까? 함께 울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 아닐까. 왜 우리는 세월호의 어린 영혼의 생명신호에 응답하지 못했을까? 깨어 있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왜 4대강은 더 이상 흐르지 못하게 되었을까? 행동이 부족했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 생명운동의 출발점은 연민과 공감이다. 생명운동의 종착점은 사랑과 연대의 공동체이다.

 

울어라! 깨어나라! 행동하라! 교황 프란치스코의 생명운동은 거침이 없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환한 미소가 잔잔한 물결로 손등을 적신다. 세월호 참사로 가슴에 가시가 박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울고 있다.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열망이 자라고 있다.

 

↘ 주요섭 님은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으로 생명사상(모심)과 협동운동(살림)에 대한 연구와 교류활동을 펴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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