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호 2014년 9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 ]

“내 몸을 사랑할 수 있는 옷 만들어요” 협동조합 감좋은 공방

글 \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꼼꼼한 바느질 솜씨로 손노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니 옷도 나오고 손수건도 나오고 앞치마도 생겼다.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 감히 “내 몸을 사랑할 수 있는 당당한 옷 입기 문화를 펼친다”고 말하는 ‘감좋은 공방’. 손노동의 즐거움과 일자리를 한 번에 충족하고, 마을의 필요를 마을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감좋은 공방이 하고자 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바느질로 시작한 사업


‘감좋은 공방’은 세 차례의 변천 과정을 거쳤다. 2011년 바느질을 좋아하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 4명이 소모임을 연 것이 시작으로, 2012년 1월 김양순 대표와 길경미 조합원을 중심으로 바느질 ‘워커즈(일본 생협 조합원들이 만든 협동사업체.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기 전 한국 생협에서 조합원들의 자주적인 협동사업체를 워커즈라고 불렀다)’를 했다. 그해 5월 협동조합 준비모임으로 전환하고 협동조합 공부를 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다가 9월부터 생협에 기획생활재라 하여 앞치마, 방석, 주방장갑, 헌 청바지로 만든 발깔개 등을 납품하게 되었다. 생협 조합원들의 반응이 좋았는지 12월에는 상시생활재로 선정되어 지속적으로 물품을 공급하게 되었다.
이들은 좋아하는 일이 사업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물품을 구입한 조합원들에게 “좋다”는 반응까지 얻으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해 7월 23일 협동조합 을 설립하며 내친 김에 서울시 마을기업에도 신청해서 그해 10월 선정됐고, 8천만 원이라는 공간지원금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생산자 조합원 4명과 인턴 1명, 자원봉사 조합원 포함 40여 명이 참여한다. 조합원 대부분이 40~50대이며 30대가 1명 있다. 인턴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혜숙 조합원은 바느질을 좋아해 공방을 찾아왔다. 3개월 인턴기간이 지나면 정식 생산자 조합원으로 인정된다.
협동조합 설립 당시 출자금은 생산자 조합원이 100만 원, 자원봉사자 조합원이 1계좌당 2만 원을 내어 마련했다. 현재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협동조합의 4가지 유형 중 하나로 생산자·소비자·직원·자원봉사자·후원자 중 두 가지 이상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을 말한다)으로 꾸리고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라 인건비는 별도로 마련하지 못하고 활동비로 생산자 조합원이 한 달에 10만 원씩 받는다. 거의 교통비 수준으로, 이들의 목표는 각자 50만 원의 활동비를 받는 정도다.
현재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일한다. 개인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으나, 취미생활을 하는 식의 느슨한 일은 아니다. 일이 많아지면 금요일까지 주 5일 일하기도 하고, 휴일에 벼룩시장이 열릴 때는 별도의 판매활동을 한다.



잠옷을 바느질해 만드는 모습. 올해 2월에 옮긴 작업장은 서울시 마을기업에 선정되어 받은 공간지원금과 출자금 그리고 신협의 대출금으로 마련했다.


천연소재 원단으로 꼼꼼하게 만드는 옷


올해 8월 중순부터 한살림에 공급하기 시작한 ‘감좋은 잠옷’은 국산 천연소재에 염색을 전혀 하지 않고 꼼꼼하게 바느질한, 그야말로 원단과 입는 느낌 모두 감이 좋은 잠옷이다. 400벌 정도 주문을 받았다고 하니 ‘감좋은 시작’이다. 예약량이 많아 일정량은 재봉 경력 30년의 조합원에게 한 벌당 가공비를 계산해 제작을 맡긴다. 물품 예약이 많아져 기쁘지만, 몸을 해치면 오랫동안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걱정도 한다. 과욕을 부리면 이 사업을 일찍 접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에 속도를 늦춘다.
이들에게 특별함이 있다면 천연소재의 원단을 꼼꼼하게 바느질해 여성들의 몸에 좋은 옷을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느질에 한해 전문가는 아니어서, 지금도 정부에서 주관하는 봉제아카데미에 다니며 봉제기술을 배우고 있다. 기술을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작품에 접목해 새로운 것을 개발한다. 그것도 혼자 재능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작업이다.
“전문 디자이너들이라면 함께 못한다. 자신이 개발한 디자인에 누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을 용납할 리가 없다. 다행히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공동작업이 가능하다.” 디자인에 특별히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길경미 조합원은 이렇게 답한다. 옷을 만들어보고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며 의견을 모아 만든 옷들이 오히려 반응이 아주 좋아서, 심지어 공방에 찾아와 제작을 부탁하기도 한다.



‘감좋은 공방’ 사람들. 왼쪽부터 길경미, 박혜숙, 조성옥 조합원


책임감 있게, 함께, 길게 가고 싶다


일자리를 찾는 주부들이 공방을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취미 정도로 참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대부분 거절한다.
이들은 취미모임이 아닌 만큼 책임감 있게 잘 해내고자 협동조합을 선택했다. 공방으로서 공신력도 갖고,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신들만의 특별함으로 생산물을 만들어 낸다는 자부심을 갖고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협동조합의 다른 매력에 끌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일자리를 찾는데, 혼자 하기 힘들 때 서로 이야기하면서 할 수 있는 재미 때문에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심했지만 같이 하다가 용기가 나고 힘이 났다.”는 길경미 조합원의 말처럼 협동조합의 원리를 저절로 체득하게 되었다.
다행히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더없이 좋다. 크게 부딪치는 일도 없고 서로 개인생활을 배려해 갈등이 없다. 협동조합의 생명이 바로 관계인데, 이것이 잘 되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애초에 돈을 많이 벌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운영이 잘 되고 사업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욕심내서 하다 보면 사람은 사람대로 지치고, 돈도 차입해야 하는 무리한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상처입고 힘들어진다. 길게 가고 싶다.”며 조성옥 조합원이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전한다.
이들은 공방을 운영하는 것 외에 지역 주민 대상 속치마 만들기 강좌나 청소년 대상 손바느질 강좌를 열었다. 수강료로 원단 구입과 공간 임대에 따른 실비만 받는다. 아직은 여력이 없어서 감당을 못하지만, 앞으로는 방과 후 수업도 하고 싶다.
협동조합으로 1년을 겨우 보냈지만 서너 사람으로 시작한 모임의 경력은 3년차다.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가는 게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다. 아직 선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들은 앞으로 여성 속옷에서 혁신을 일으키려고 한다. 그야말로 ‘감좋은’ 여성 옷을 준비하고 있다.



↘ 우미숙 님은 한살림에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이며 《살림이야기》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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