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호 2014년 9월호 살림,살림

[ 살림의 현장 ]

친환경 유기농은 진실하다 KBS의 왜곡 방송에 반대하며

글 생산자 정운섭, 소비자 김정이

지난 7월 31일과 8월 7일, <KBS 파노라마>에서는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방송 두 편을 내보냈다. 일부 친환경 농산물과 땅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고 부실하게 인증된 것을 근거로, 친환경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기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사례를 통해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아직 한국의 친환경 유기농사는 부족한 점도 개선할 점도 많지만, 정직한 생산자와 믿음직한 소비자도 많다.


미쳤다는 말 들어도 고집한 유기농사를 믿어 주십시오


생산자 정운섭


나는 20년 전 자연으로 돌아가 초인이 되겠노라고 무작정 귀농을 했습니다. 큰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작은아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였습니다. 남들은 자식 때문에 탈농을 선택하는데, 시골로 내려오기까지 제 선택에 묵묵히 따라 준 아내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런데 20년 동안 산속에서 고생만 시키고 있습니다.
당시 논 6천610㎡(2천 평), 밭 2천980㎡ (900평)로 농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초보 농사꾼인 내게 동네 형인 이호열 한살림 생산자가 권유했습니다. 유기농사를 함께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하겠다고 하고, 내 결정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유기농사를 지으려면 마음을 비우고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욕심을 내려놓고 농사에 임했습니다.
1996년 쌀과 완두콩을 무공해 농사로 시작했는데, 당시 완두콩밭 660㎡(200평)에서 쌀 열 가마 값인 150만 원을 했습니다. 논농사를 위해 오리농법을 처음 시작했는데 1천320㎡(400평) 되는 논 한가운데 ‘바다’가 생겼습니다. 오리가 산짐승한테 놀라서 집에 안 들어가고 논 가운데에서 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논 가운데의 100㎡(30평) 정도는 모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또 우리 부부는 매일 같이 풀을 뽑느라 논에서 살고 있었는데 주변 분들은 다들 미쳤다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 같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쌀 증산정책을 펼칠 때 유기농사를 한다고 하니 역적 아닌 역적이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유기농사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평강공주’를 만났습니다. 밝은 앞날을 볼 수 있게 해준 평강공주는 바로 소비자였습니다. 바보 농사꾼이 농사지은 못생기고 벌레 먹은 농산물을 대접해 주고 귀하게 여겨 주어서 참농사꾼으로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유기농을 고집한 이유는 제초제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필요한 듯 보이지만 사람을 서서히 죽게 만드는 농약이기때문입니다. 제초제로 인한 악영향은 10년 후에 서서히 나타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아토피와 불임이 나타나고 기형아 출생률이 높은 데에는 제초제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다이옥신의 영향이 있습니다. 또한 젊은 청년들의 정자 부족 현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내가 유기농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밥상과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삶을 책임짐으로써 서로의 관계는 끊어질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농사지을 때는 밭에 무와 배추를 심으면 소비가 적어서 절반은 버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농사지으면 전량 소비해 주는 소비자들이 있기에 더욱더 감사하고 힘이 납니다.
유기농사를 지으면 다 우리 같은 줄 알았는데, <KBS 파노라마>를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같은 농사꾼이지만 큰 충격이었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생산자를 믿어주셨듯이 앞으로도 믿어주십시오.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 정운섭 님은 충남 아산에서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현재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5일 KBS의 친환경 유기농업 왜곡 방송에 항의하는 규탄대회가 열렸다.
땅과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그리고 식량자급을 지키는 농민들을
한순간에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방송기획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생명농사짓는 한국 농업과 농민 함께 지켜나갑시다.


소비자 김정이


장을 보러 가면 언제부터인지 친환경 코너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기농산물, 친환경농산물이 언제부터 이렇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농약의 해로움을 사람들이 자각하면서부터인 것 같습니다.
한국 농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농약 없이 농사를 지어왔지만, 1970년대부터 녹색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농약·화학비료·제초제 사용이 권장되었습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식량 배가운동에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점,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농사짓는 농민들은 병들어 갔고, 땅은 산성화되고, 땅과 함께 살아가던 수없이 많은 미생물 등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 갔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농산물을 먹는 것이 사람의 몸에도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은 비싸더라도 내 몸에 해롭지 않은 유기농산물을 먹는 것이 좋다는 ‘웰빙’ 바람이 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바람을 타고 오랜 세월 땅을 기름지게 한 후에나 가능한 유기농업을 급격하게 상품화하려는 마음 급한 농부들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간간이 농약이 안전하다는 둥 유기농업이 오히려 해롭다는 둥의 말을 듣게 될 때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공영방송 KBS에서 “우리나라에 유기농업은 없다”는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방송을 하려는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서 활동하면서 전국의 여러 농민회원들이 얼마나 수고롭게 생명농사를 짓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땅을 지키고, 땅과 함께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생명들을 지키고, 한국 농업과 식량자급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정신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가 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먹거리나 먹으면서 살았다면 나와 내 가족이 지금처럼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뜩이나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과 예측 불허의 기후변화 때문에 풍년이 들어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우리 농민들입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그들의 땀방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격이 조금더 비싸다고 외면 받는 생명농업을 묵묵히 지켜 나가고 있는 농민들을 한순간에 사기꾼으로 몰아붙이는 방송기획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KBS는 가뜩이나 죽어라 죽어라 하는 우리 농민들을 더 이상 주저앉히지 말아 주십시오. 건강한 먹거리를 지키고 싶은 우리들은 농민들이 굳건히 생명농업을 지켜주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함께 한국 농업과 농민을 지켜나갑시다.


↘ 김정이 님은 전국도시생활공동체 대표자협의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지난 7월 25일 ‘KBS 파노라마 편파방송 저지 항의방문’을 하면서 필자가 연설한 내용을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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