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호 2014년 8월호 살림,살림

[ 시골살림 길잡이 ]

콩 심은 데 풀 나고 팥 심은 데 풀 난다 풀 따라잡기

글 \ 사진 전희식



풀을 매고 돌아서면 “용용 죽겠지?”하듯이 풀이 불쑥 자라 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하루만 손을 놓으면 농장은 밀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콩 심은 데 풀 나고 팥 심은 데 풀 난다”는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농부가 풀과 신경전을 벌이는 비결은 처음도 끝도 때를 놓치지 않는 것에 있다. 선수 치기, 북주기, 옮겨심기, 덮기, 베기 등. 제초제나 비닐멀칭을 하지 않는 농사 얘기다.


들깨와 호밀 옮겨심기
“잡초보다 먼저 땅 차지하기”


나는 들깨 파종을 서너 번에 걸쳐서 한다. 줄기째 깻잎을 따 먹고 들깨는 다시 밭두렁이나 언덕배기 자투리땅에 심는다. 월동작물인 마늘과 양파를 캐낸 날에는 그곳에 두 번째 뿌린 들깨를 옮겨 심는다. 빈 땅을 그냥 두면 바로 풀이 올라오니까 풀이 싹틀 궁리를 하기 전에 먼저 땅을 차지해야 한다. 마늘이나 양파를 캘 때 이미 나 있던 풀은 맨 뒤라 들깨가 먼저 땅을 차지하기가 쉽다.
심을 때도 지나칠 정도로 배게 심는다. 이 역시 땅을 잡초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다. 배게 심었다가 무성해지면 듬성듬성 몸통째 잘라 내서 무쳐 먹기도 하고 감자 캐는 자리에 옮겨심기도 한다. 두세 번에 걸쳐 캐는 감자밭은 세네 번째 뿌린 들깨들 차지가 된다.
여러 번에 걸쳐 씨를 뿌리는 것은 수월하게 일하기 위해서다. 들깨는 딱 한 뼘 이내에 옮겨야 착근율도 좋고 일하기가 편하다. 길게 자라면 일하기가 아주 고약하다. 땅도 깊게 파야 하고 줄기를 뉘어야 하니까 그렇다. 잔뿌리도 상한다.
가을에 호밀을 뿌리는 것도 선수 치기 풀 잡기에 속한다. 사료용으로 쓰는 호밀은 축협에 신청하면 싸게 살 수 있다. 잡초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4월이면 이미 호밀이 시퍼렇게 자란다. 낫으로 베어 쓰러뜨리고 고추나 가지, 토마토 등을 심으면 땅에는 잡초가 올라올 틈새가 없다. 호밀은 6월이 되면 결실기가 되어 한 생을 마치고 땅을덮는다. 콩 심을 곳에도 호밀로 잡초를 제압할 수 있다.
고추나 들깨처럼 옮겨심기를 하면 잡초보다 먼저 땅 위를 점령하기 유리하다. 심기 전에 깨끗이 밭을 매니까 이미 자란 상태의 모종들과 풀은 경쟁이 안 된다. 그래서 참깨나 감자까지도 옮겨심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 잘 판단해야 한다. 풀을 따라잡기는 좋지만 직파보다는 일이 두 배로 많아지기 때문이다.


북주기
“비닐 쓰레기 없이 옛 방식 따라”


잡초 덕분에 옛 기억 속 농사일을 많이 되살리고 있는데 그게 바로 북주기다. 요즘은 북주기하는 농부가 없다. 잡초를 이기는 훌륭한 방법이 북주기다. 그러려면 심을 때부터 옛 방식을 따라야 한다. 다들 감자건 고구마건 두둑을 크게 만들어 꺼먼 비닐을 씌운 위에 심고 나중에 캐는 일만 남겨 놓는다. 편하다. 비닐 덮개를 사용하는 것은 생육도 빨라지고 잡초도 안 나게 하지만 피해도 만만찮다. 비닐 쓰레기가 생기는 건 물론, 통기에도 문제가 있고 잔뿌리 병해도 생긴다.
첫 단계는 두둑 옆면에 심는 것이다. 정중앙에 심는 주류 농법과 다르다. 밑거름을 넣은 밭에 두둑을 칠 때부터 두둑을 약간 경사지게 만든다. 심은 뒤 한 달 정도 지나서 제법 작물이 무성해지고 풀도 나기 시작하면 북주기를 한다. 옆 두둑 아래쪽 흙을 끌어다 덮는 식이다. 고구마건 감자건 참깨건 마찬가지다. 풀매기도 되고 작물의 뿌리가 두툼하게 흙으로 덮여 활착이 빨라진다. 이때 작물은 두둑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된다.
북주기를 하지 않는 곳은 무동력 농기구의 상징처럼 되어 많이 보급된 ‘풀밀어’나 ‘호미쟁기’ 또는 ‘딸깍이’ 등을 이용하여 풀을 매면 아주 쉽다. 작물을 심을 때 띄어서 나란히 심어야 풀매기가 좋다.


베어 덮기
“작물 생명력 키워 주는 잡초”


잡초는 뿌리째 뽑아 없애기보다 잘 관리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풀 뿌리는 농지의 통기성을 좋게 하고 미생물에게 좋은 유기물이 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이런 식으로 풀을 관리하면 풀이 작물의 건강성을 담보한다.
몇 년 전 어느 분이 고추모종을 옮겨심기 전에 물도 안 주고 그늘에 한 이틀 방치하다시피 한다는 것을 알고서다. 밑거름을 안 주는 것도 특이했다. 작물의 생명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잡초도 적절하게 유지한다는 것이다. 풍족한 환경보다는 약간 부족한 환경이 생명력을 왕성하게 하고 잔뿌리도 많이 뻗게 한다는 것으로 어쩜 사람과 똑같은지 신기하다.
맞는 말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고추 심을 곳에 호밀이나 상추씨를 잔뜩 뿌린다든가 고춧대를 처음부터 세우거나 묶지 않다가 나중에 고추가 달려서 가지가 휘어질 때 묶는 것은 고추를 튼튼하게 키우는 데 아주 좋다. 심자마자 묶으면 지상부가 쑥쑥 자라면서 뿌리가 허약해지지만 안 묶인 채 옆에 경쟁상대인 풀도 적당히 있을 때 고추가 안 크고 땅땅해진다. 그만큼 모든 역량을 뿌리에 집중한다는 것인데 뿌리가 튼튼해야 식물은 건강하다.
7월 중순에 접어들면 하루가 다르게 키가 자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정교하게 관리할 때만 효과가 있다. 조금만 지나쳐도 해를 입는다. 풀이 작물의 영양을 뺏어가는 처지가 되어 작물이 영양생장 단계에서 제대로 못 자라면 결실이 나빠진다.
요즘에는 시골 도로 옆에 베어 놓은 풀들이 많다. 지자체에서 풀을 베고 나서 그냥 방치한다. 좀 말랐을 때 트럭에 싣고 와서 밭에 덮어 주면 일석이조다. 풀도 안 나게 하고 거름도 된다. 지난 호에 소개한 ‘탈핵낫’으로 베면 예초기와 달리 풀이 바스라지지 않으니까 덮개용으로 고스란히 재활용할 수 있다.
비닐 대신 부직포나 보온재를 덮어도 풀을 억제하기 좋다. 빗물도 잘 스미고 배수도 잘 되어 습해도 안 생긴다. 통기성도 좋아서 비닐처럼 뿌리 장애도 없다.



↘ 전희식 님은 농민생활인문학 대표이고 녹색당 농업먹거리위원장입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존엄성을 지켜 드리자는 생각에 전북 장수군 산골로 가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삶을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 《시골집 고쳐 살기》 등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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