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호 2014년 8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 ]

지역 정보도 공유, 공간도 공유 충남 천안 ‘협동조합우리동네

글 \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천안이라는 지역에서 공동체를 이뤄 가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한 ‘협동조합우리동네’. “문제 제기식 운동보다는 살림살이를 스스로 챙기는 경제조직으로서,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상적인 필요를 해결하는 협동조합”을 하고 싶다는 말에서 지향점이 보인다.


사람들을 동네에서 뭉치게 하자


지난해 마지막 날, 2012년 말부터 준비해 1년 3개월이 걸려 ‘협동조합우리동네(우리동네)’가 창립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충남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사회 변화와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이들로, ‘오합지졸’이라는 모임에서 시작됐다. 오합지졸은주로 199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닌 연배들로, 대학별 민주동우회를 통합 운영하기 위해 학교마다 2명씩 파견된 10명이 꾸린 모임이었다.
이들이 협동조합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될 무렵, 오합지졸의 일원이면서 사회적기업 ㈜즐거운밥상을 운영하고 있던 박찬무 대표가 협동조합을 한번 해보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협동조합과 관련한 강좌와 포럼을 찾아다니며 공부했고, 지난해 4월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들은 사업계획서를 구체화하기 위해 ‘아름다운협동조합 만들기 9강’을 짜서 전문 강좌를 열었고, 주민조직가교육에도 참여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사회공공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 배경에는 장동순 사무국장의 말을 빌면, “민주화 운동 진영이든 시민사회 운동 진영이든 사회적경제 진영이든,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과 모임과 활동을 천안이라는 ‘동네’에서 하나로 뭉치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모아 협동조합을 준비해 가는 데는 김진선 이장(여기서는 이사장을 동네 이장으로 부른다)의 역할이 중요했다. 장산곶이라는 기업급식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체 대표이자 지역 청년단체인 천안KYC의 대표를 맡고 있고, 이외에도 지역에서 다양한 시민단체활동을 하고 있기에 지역청년들의 힘을 모아내는 데 공이 컸다.



협동조합우리동네 사람들. 뒤편 맨 왼쪽이 김진선 이장, 앞쪽 왼쪽에서 두 번째가 장동순 사무국장.


지역 정보를 한곳에서 ‘모두와’


우리동네의 주요사업은 ‘모두와’로 시작한다. 모두와는 천안 지역 시민단체와 사회적 경제 진영의 정보를 모으고 나누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우리동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업 모델이다.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 받아볼 수 있는데, 사회적기업육성사업 지원비를 받아 개발비를 충당했고 현재 20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비록 사용자가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지역 정보를 한곳에 모아 단체별로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지역 사람들과 모임,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는 일에 온라인 정보 협업과 공유는 가장 필요한 일이었다. 나아가 회원 수가 늘고 이용률이 높아지면 광고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후 장터 기능까지 갖춰지면 사업 성과를 크게 올릴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정보·사무기기 공유하는 공간 ‘사이’


우리동네의 또 하나의 고민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함께 일하는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마침 처음에 협동조합을 제안했던 박찬무 대표가 또다시 기발한 제안을 해 왔다. 자신의 사업체가 우수사회 적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받게 된 사업비를 새로운 사업에 종잣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나온 기획이 ‘공유공간’으로, ㈜즐거운밥상과 우리동네 협업으로 실행에 들어갔다. 사업비 5천만 원은 공간보증금과 일부 시설을 마련하는 데 충당하고, 인테리어는 우리동네 사람들이 직접 해냈다.
사이가 문을 연 것은 올해 2월. 다른 나라에서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협업 비즈니스공간으로 인기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설다. ‘코워킹’은 서로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정보와 사무기기를 공유하며, 투자비용은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는 업무 방식이다.
장동순 사무국장은 “사람과 사람, 공간과 사람 사이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여 ‘사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독립노동자들이 협업 파트너를 찾고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는 공유사무실로 이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현재 이곳에는 7팀이 일하고 있으며, 회의실 대관이 이틀에 한 번꼴로 이루어진다. 네트워킹 엽서 게시판에는 코워킹을 원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이만한 인맥과 정보라면 수요가 늘지 않겠냐며 자신감을 보인다.
이곳의 공유 영역은 다양하다. 소셜다이닝이라 하여 밥을 함께 해먹기도 하며 팩스· 복사기와 같은 사무기기, 사물함·공구와 같은 장비, 캠핑장 등과 같은 다양한 시설을 공유한다. 한쪽 벽면에는 지역의 유명한 작가들이 기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작품을 전시한다. 공유책꽂이는 개인들의 작은 도서실이다. ‘○○○책꽂이’라는 이름패를 붙여놓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읽는 책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는 것이다.
우리동네도 사이 공간을 사용하면서 운영·관리한다. 현재 공간 사용료와 대관료로 관리비용을 충당하며, 조합원 3명의 인건비는 ㈜즐거운밥상에서 지원한다. 인건비 지원 금액은 점차 줄여나가 조만간 자체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동네는 이름에 걸맞게 조합원들이 만나는 반상회를 정기적으로 열기로 했다. 협동조합을 세우고 공간을 마련하느라 조합원이 서로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반상회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결정할 일이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별도로 갖자는 생각에 ‘멤버십데이’도 기획했다. 이때는 편안하게 모여 돌아가면서 이야기 짓기 프로그램도 진행하려고 한다. 협동조합을 어렵지만 해볼 만한 일로 여기는 이들은, 여전히 협동조합 공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



공유공간 '사이'의 내부 모습. 같이 일하고, 밥해먹고, 책 읽고, 전시도 보는 교류의 장이다.



공유공간 ‘사이’


사이의 이용시간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이다. 조합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카페처럼 이용할 수 있으며, 커피를 포함한 음료는 3천 원이다. 개인은 월 15만 원, 팀(2~5명)은 월 19만 원을 내면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사무기기는 자율계산방식으로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한다. 회의실 대관은 2시간 기준으로 사이홀은 14만 원에 음료 15잔, 큰사이는 6만6천 원에 음료 10잔, 작은 사이는 2만2천 원에 음료 5잔을 제공한다.
주소: 충남 천안시 두정동 647 홍은빌딩 4층
전화: 041-903-0615



↘ 우미숙 님은 한살림에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이며 《살림이야기》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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