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호 2014년 8월호 [특집] 특집-강이 흐른다

[ 4대강사업 그 후 ]

4대강의 진짜 괴물

글 황인철


“우리의 강,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2009년 시작되어 불과 3년여 만에 전국토를 변화시킨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 동영상에 담긴 말이다. 홍수와 가뭄을 없애고, 수질을 개선하며, 강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목표였다.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공사가 끝난 지 3년째. 과연 4대강은 다시 살아난 걸까?



‘녹조라떼’와 공업용수가 늘어난 4대강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보가 건설된 직후인 2012년 여름부터였다. 강은 초록색 페인트를 쏟아부은 것처럼 변했다. 물을 떠보면 초록색 알갱이들이 둥둥 떠있었다. 시료를 채취해서 분석해 보니 독성남조류가 검출되었다. 미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와 같은 종류에 간암 등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있다. 남조류가 대량 발생해서 물을 뒤덮는 녹조현상이, 이제 해마다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고 있다.
녹조현상은 저수지나 호수와 같이 물이 정체된 곳에서 나타난다. 이전 4대강에서는 하구둑에 막힌 일부 하류지역 외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로 막힌 4대강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녹조가 발생하는 요인은 영양염류(쉽게 말해서 오염물질), 햇빛, 수온 그리고 체류시간이다. 4대강사업으로 지은 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막혀 체류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는 4대강사업이 원인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이상고온이다, 강우량이 줄었다 등등 항상 날씨 탓만 한다.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지구온난화가 어제 오늘 일인가? 문제는 보건설로 인해 인위적으로 체류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물관리정책”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날로 더워지는 날씨에 보로 물을 가두는 것은 녹조 발생을 더욱 부추기는 애당초 잘못된 선택이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외면한 4대강사업은 식수원의 수질을 공업용수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정부가 수질개선 목표시기로 삼았던 2012년 환경부의 수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COD(화학적산소요구량으로 수질지표 중 하나)를 기준으로 분석대상 20개 지점 중 무려 14개 지점(70%)의 수질이 3급수 이상(생활용수 가능)에서 4급수 이하(생활용수 불가)로 나타났다. 4급수는 공업용수로만 사용 가능하다. 정부에서 만든 <4대강의 진실>이라는 홍보 책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보는 물 저장량을 늘리고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수질을 개선하는 큰 물그릇을 만드는 일입니다.”
4대강사업은 큰 물그릇을 만들었다. 하지만 커다란 그릇을 채운 것은 맑은 물이 아니라, 공업용수와 녹조라떼뿐이다.




2012년 낙동강 칠서취수장 부근에 발생한 녹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녹조에 대해 정부는 날씨 탓만 한다.(사진출처: 녹색연합)


큰빗이끼벌레가 무슨 죄인가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생물들도 온전치 못하다. 2014년 여름, 때 아닌 괴물 소동이 빚어졌다. 금강을 시작으로 4대강 곳곳에서 발견된 이름조차 생소한 ‘큰빗이끼벌레’ 때문이다. 생김새도 기이하고, 만지면 물컹물컹한데다, 코를 가까이 대면 고약한 하수구 냄새마저 풍긴다. 그래서인지 일부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4대강의 괴물’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국내외 전문가나 연구결과가 많지 않아 많은 논란이 생긴 것은 사실이나, 전문가들 사이의 공통된 의견은 이 생물이 바로 정체된 물에 주로 서식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 벌레가 번성한 것은 그만큼 벌레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점, 다시 말해서 물이 느려졌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당연히 4대강사업으로 인한 보 건설을 원인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환경부는 실태를 정밀조사하겠다고 말하면서 4대강사업과의 관련성에는 침묵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사장까지 나서서 4대강사업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사업 전에도 낙동강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는 것이 이유다. 모두 무책임하고 비겁한 모습이다.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때, “담배 안 피우는 사람도 폐암에 걸린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담배를 피우는 만큼 폐암의 위험성이 높아지듯이, 보로 물이 막혀 정체되는 만큼 큰빗이끼벌레 창궐의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그렇다고 큰빗이끼벌레를 마치 외계에서 온 괴물인 양 선정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큰빗이끼벌레가 무슨 죄이겠는가? 그저 저에게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본능대로 열심히 번식했을 뿐. 큰빗이끼벌레의 번성은 4대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바로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4대강의 괴물’로 불리는 큰빗이끼벌레의 모습. 하지만 4대강의 진짜 괴물은 큰빗이끼벌레가 번성할 수 있게끔 4대강을 망가뜨린 사람들이다.


“30년 어부 생활에 처음 보는 일”


우리 하천 고유의 멸종위기종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도 지표 가운데 하나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간한 <보 구간수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 <수생태계 건강성 보고서> 등은 정부 측 보고서인데도 4대강사업이 생태계에 미친 악영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흰수마자, 꾸구리와 같이 여울이 얕고 물 흐름이 빠른 곳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어류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4대강사업 공사과정에서 모래와 습지가 훼손되었기 때문에 살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반면 블루길, 배스와 같은 외래어종은 증가하고 있다. 모두 흐름이 느리고 깊은 물에서 살아가는 종류다. 강변에 만들어진 인공공원 주변에는 외래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수달과 삵과 같은 포유류들도 새로 들어선 공원을 피해 멀리 달아나고 있다.
물고기와 조개류의 떼죽음도 나타나고 있다. 2012년 10월, 금강과 낙동강에는 초유의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금강에서는 2주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약 30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가 발견되었다. 매일 수거한 물고기 사체 포대가 쌓여갔지만, 다음 날이면 또다시 죽은 물고기들이 떠올랐다. 사건 당시부터 4대강사업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는데, 충청남도가 실시한 민관공동조사 보고서에서도 이 사실이 인정되었다. 보고서는 “보로 인해 물이 실질적으로 정체하는 정수역으로 변하여 유기물 퇴적이 늘어 용존산소가 급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평가하였다. 한마디로 보가 강물을 막자, 물고기들은 숨이 막혀 죽은 것이다.
2013년에는 남한강에서 조개의 집단 폐사도 발견되었다. 어민들의 제보를 받고 강천보 상류를 조사하던 당시, 수중촬영 화면에 잡힌 것은 강바닥을 덮은 재첩(민물조개)의 무덤이었다. “30년 어부생활에 처음 보는 일이다. 4대강사업 이후 강물이 정상이 아니다”라고 어민들은 증언했다.
물의 흐름이 늦어지며 오염물질이 바닥에 쌓이고, 이로 인해 조개들이 죽은 것이다. 2014년 여름 4대강의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악취 나는 검은 개흙이 강바닥을 덮고있었다. 이 모든 것이 보로 강물을 막은 결과다.





경북 상주 중동교 하류. 4대강사업 이전인 2008년에는 흰수마자가 발견되었으나 사업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위 사진은 2009년, 아래 사진은 2012년 모습으로 흰수마자 서식에 필요한 여울과 모래가 4대강사업에 따른 준설로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사진출처: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박용훈)



수박이 작아지고 알곡이 여물지 않는 이유


살 곳을 잃고 쫓겨나는 건 물고기들만의 신세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강에 기대어 살아온 농민들도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한강 두물머리 농민들이 대표적이다. 두물머리는 한국 유기농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정부는 두물머리 농민들을 갑자기 공공의 적으로 몰았다. 국토부는 유기농업이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씌웠지만, 실은 농토를 걷어내고 자전거길과 공원을 만들려는 4대강사업을 농민들이 막아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팔당유기농단지 72ha(21만 평)를 강제 철거하기로 하였고, 이로 인해 100여 농가의 생존이 위협을 받게 됐다. 농민들은 종교계와 시민들과 연대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두물머리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펼쳤다. 결국 2012년 8월 가톨릭 측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생태학습장’ 조성방안을 두물머리 농민들과 정부가 수용하였다. 농민들은 친환경 유기농업의 정신을 이어갈 생태학습장을 조건으로, 자신들의 오랜 삶터를 떠나야 했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보에 물이 채워져서 하천수위가 상승하면 주변 지하수위 또한 함께 오르게 된다. 지하수위가 상승하면 농작물의 뿌리가 썩는 등 생장이 불량해지고, 배수가 잘 안 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경북 고령은 국내 최대 수박 산지인데, 이곳의 수박이 해마다 크기도 작아지고 수확도 줄고 있다. 낙동강 합천 창녕보가 건설된 후 나타난 피해다. 영산강 죽산보 인근 전남 나주 다시면 일대에는 보리농사를 포기하거나 파종한 보리가 잘 자라지 않는 피해를 입은 농민이 지난해 82개 농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용역을 통해서 침수피해의 원인을 보 설치 때문으로 결론했다. 정부도 4대강사업으로 인한 농업피해를 인정한 셈이다. 4대강사업 과정에서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실시한 농지리모델링 사업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가을 영산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로 논바닥을 높였던 전남나주 옥정리 들판에서는 알곡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쭉정이 벼들이 수확되었다. 농지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준설토를 마구잡이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 돌과 자갈, 폐콘크리트 덩어리들을 쏟아부어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가 파손되는 피해도 발생하였다.





보를 허물어야 한다


이쯤 되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4대강 ‘죽이기’ 사업이었음이 명백하다. 국립환경과학원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보 건설 이후 물의 흐름은 2배에서 40배가까이 느려졌다. 생태계 복원은커녕, 그나마 있던 강의 생명들마저 자취를 감추고있다. 미국의 유명한 댐 반대 환경운동가인 패트릭 맥컬리의 책 제목처럼 4대강은 ‘소리 잃은 강’으로 변했다.
4대강사업은 거짓말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과하는 이도, 책임지는 이도 없다. 현 정부도 다르지 않다. 국무총리실의 조사평가위원회에 모든 책임을 미루고, 죽어가는 4대강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큰빗이끼벌레가 우리를 위협하는 괴물이 아니다. 국민을 속여 22조 원의 혈세로 온 국토를 망가뜨리고도 아무런 반성도없이 뻔뻔한 이들, 그들이 바로 4대강의 괴물이다. 이 괴물은 4대강에만 살지 않는다. 또 다른 댐 건설과 하천 개발 사업으로 호시탐탐 자신의 서식처를 넓히려고 하고 있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4대강사업책임자들에게 법적,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2009년 국토부 4대강사업 홍보 동영상. 미국 두와미시강 독극물 유출사진을 마치 4대강의 모습인 것처럼 거짓 홍보했다.(왼쪽) 2012년 금강 물고기 떼죽음 현장 사진. 거짓 홍보 영상이 현실로 나타났다.(오른쪽)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때, 공사현장에서 한 건설사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해외에서는 자신들이 실패한 역사를 왜 한국에서 반복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들과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외국에서는 실패했지만 우리는 성공해 낸다는 마음으로 공사를 한다.” 자연을 향한 인간의 지배와 개발이 성취요, 성공이라고 여기는 사고방식은 권력의 오랜 습성일지 모른다. “왔노라, 보았노라, 정복당했노라.”고 1935년 미국 후버댐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했다는 연설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인도의 거대한 댐의 아버지로 불렸던 네루가 훗날 남긴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어쩌면 ‘거대주의 병’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큰 댐들을 짓는 등 큰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큰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큰일에 착수하거나 큰 공사를 벌이려는 생각은 결코 좋은 태도가 아니다.”
거대한 성취는 필연적으로 권력과 돈이 연결된다.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들에게 강의 모래는 생명의 서식지가 아닌 돈벌이를위한 골재였을 뿐이다. 강물은 국민들이 먹는 식수가 아니라 건설회사를 위한 시장이었을 뿐이다. 여기에 생명의 가치는 설 자리가 없다. 최근 우리 사회는 생명보다 돈과 이윤이 앞설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너무도 생생히 겪고 있다. 그래서 4대강을 복원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2011년과 올해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에게 4대강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물의 흐름이 있어야 강의 생명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강을 살리는 첫 번째 단계는 강이 흐를 수 있도록 보의 수문을 여는 것입니다.” 수문을 열어야한다. 보를 허물어야 한다. 권력과 자본이라는 거대한 벽을 뚫을 때, 비로소 생명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 황인철 님은 녹색연합에서 평화생태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강을 통해 세상, 사람 그리고 나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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