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호 2014년 8월호 [특집] 특집-강이 흐른다

[ DMZ 안의 강도 안전하지 않다 ]

그냥 그대로 아름다운 강 ② SOS 임진강

글 노현기 \ 사진 파주환경운동연합



“인간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딱 하나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자연과의 싸움은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앞에 계신 분들(국토청)은 자연에 도전하고 있어요. 자연에 도전하면 재앙밖에 없어요.”
“마정리 사목지구의 칼섬을 파낸다고 물이 어디로 갑니까? 저 아래쪽은 걸어 다닐 수도 있을 정도로 한강 쪽 토사가 꽉 차 있는데 위쪽만 걷어내면 그 흙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여러분 가슴속으로 갑니다. 변기 막아 놓고 위에서 물 뿌리면 어디로 갑니까? 방바닥으로 다 가지.”
“난 반대여. 임진강 준설해 봤자 밀물 때문에 금방 도로 메워져. 세금 처들여서 그런쓸데 없는 일을 왜 해?”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거곡리와 마정리 농민들의 말이다.
이 70~80대 노인들은 임진강을 바라보면서 평생 농사를 지어왔다. 임진강은 함경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흘러내리다가 DMZ을 통과하면서 급격하게 서쪽으로 꺾여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으로 흐른다. 파주 장단반도(거곡리) 끝자락과 대동리 사이에서는 북한 황해도 개풍군과 마주하며 흐른다. 남북 분단의 상징으로 철책에 갇혀 흐르는 임진강은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강을 망치는 개발사업, 준설사업, 4대강 삽질을 피할 수 있었다.
남북 관계 때문에 방조제나 하구 둑도 설치돼 있지 않아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기수역이 살아 있다. 하천 주변에는 광활한 초지와 농경지가 펼쳐져 있고, 한국전쟁 이후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하천 위의 섬 초평도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임진강만의 풍광은 계절과 시간 때마다 각기 다른 저마다 독특하게 아름답다.


국토부 땅이니 나가라고?


그런데 이 강이 위험에 처했다. 농민들은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논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파주와 광명의 초중 학생들은 친환경 쌀로 농사지은 급식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때문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국토청)은 이 사업과 별도로 ‘4대강 외 국가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임진강에 ‘보’를 설치하고 곳곳에 삽질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명분은 모두 홍수 예방이다.
지난 6월 11일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를 열었으나 분노한 농민들의항의해 인해 폐회 선언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5일, 파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정당 그리고 뜻있는 인사들이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의견을 국토청에 제출했다.
사실 1990년대 말 파주를 덮친 세 차례의 대홍수는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다. 그 때문에 국토부는 한탄강댐, 군남댐 등 홍수조절지를 만들었다. 연천, 철원 등지의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대할 때 문산 주민들을 동원해 찬성 여론을 만들어 밀어붙였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의 임진강 하구 습지보호구역 지정 추진, 한강 하구 람사르사이트 등재 등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반대여론을 만들었다. 어쩌면 이번 사업도 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토청이간과한 것이 있다. 농민들의 마음이다. 허리가 휠 정도로 땀 흘려 일해도, 하늘이 때 맞춰 비를 내리고 적절한 햇빛을 비춰 주어야 하고, 여름에 덥고 가을에 선선해야, 벼를 수확하고 밭작물을 건강하게 거둘 수 있다. 그렇기에 농민들은 자연에 순응할 줄 알고 땅에 대한 애착도 깊다.
임진강 준설사업 예정지는 현재 국가(국토부) 소유다. 원래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땅이었다가 1980년대 초반 하천법이 바뀔 때 강제수용된 것이다. 당시 평생은 농사를 짓게 해 준다고 하기에 농민들은 순순히 수용에 응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가 땅이라고 보상 한 푼 없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천법상 점용 허가지 농민들은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준설한 흙은 주변 장단반도 친환경농경지와 마정리와 사목리 논에 쌓겠다고 한다. 흙을 쌓을 지역에서 이미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농토를 뺏기거나 최소 2~4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국토청은 나중에 농어촌공사에서 할 거라면서 성토지역 환경영향평가조차 아직 하지 않고 보상과 관련해서도 “사업이 시행되면 법에 따라”라고 막연하게 답하고 있다. “친환경영농단지는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한편, 과연 홍수 예방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 역시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문산의 반대쪽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한장단반도(거곡리)에 흙을 쌓으면 외려 문산 지역이 홍수에 더 취약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대한 산 쪽으로 쌓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문산 홍수는 날 수도 있고 안 날 수도 있습니다. 100% 확실한 건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이쪽을 살리자고 저쪽을 죽인다고요? 그게 대책입니까? 그게 정부입니까” -공청회에서 동파리 주민



↘ 노현기 님은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과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생태보전국장으로 일하며 임진강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을 DMZ에서 재현하지 말라”
임진강 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국토청에 반대 입장 표명


파주 지역의 농민과 시민들이 지난 7월 15일 ‘임진강 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임진강대책위)’를 발족해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준설사업’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진강대책위에는 DMZ생태연구소,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등 환경단체와 한살림등 지역 생협, 교육단체들이 속해 있다. 임진강대책위는 이날 오전 9시 30분 파주시청과 오후 2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국토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청에 임진강 준설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토청은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동파리, 사목리, 거곡리 등 철책 안의 농경지와 초지를 준설해 철책 밖에 있는 마정, 사목리, 장단반도에 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6월 11일 문산행복센터 대공연장에서 하천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농민들의 반발로 공청회를 마치지 못하고 정회한 데 그쳤다.
임진강대책위는 국토청이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하려는 과정에서 ▲농민 등 이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없었고 ▲문산 일대 홍수 예방을 위한 사업이라지만 오히려 홍수 위험을 높이는 사업이라는 것 ▲준설과 준설한 흙을 쌓는 성토로 인해 농경지가 축소하고 ▲성토 예정지인 마정 사목리 논은 파주와 광명 지역 12만 초중학생들 친환경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쌀 재배 지역이라는 점 ▲DMZ 일원인 임진강 유역의 생태보전에 역행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노현기 사무국장은 “저류지인 장단반도와 마정 사목리 논에 흙을 쌓으면 문산 지역이 오히려 홍수에 더 취약해지고 역행 침식 우려도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업이 이후에 ‘4대강 외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가 준설로 이어질것을 염려했다. 한편, 임진강대책위는 장단반도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 글 김세진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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