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호 2014년 8월호 [특집] 특집-강이 흐른다

[ 이 땅의 마지막 모래강이 사라진다 ]

그냥 그대로 아름다운 강 ① SOS 내성천

글 \ 사진 박용훈



사흘 밤낮을 모래만 밟으면서 걸을 수 있는 지구에 하나뿐인 강, 여울과 금빛 모래가 어우러진 내성천,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어 멸종위기 생물이 살고 친환경쌀을 재배하고 있는 임진강 거곡·마정지구가 공사 문제로 시끄럽다. 대체 이 강을 왜 가만두지 않는가?


“이 강은 두 가지 점에서 사행천입니다. 뱀이 움직이는 모양처럼 강이 굽이굽이 흘러서 사행천이고, 또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서 사행천이기도 합니다.”
4대강사업이 한창이던 2010년 봄, 영주댐공사가 시작된 평은면 일대를 찾은 사람들에게 성공회 천경배 신부는 내성천을 그렇게 소개했다.
‘모래가 흐르는 강 내성천, 낙동강의 생명’이라고 쓴 현수막을 천막에 걸고, 녹색연합 4대강 현장팀은 ‘사귀자(4대강 귀하다 지키자)’ 프로그램으로 이 강을 걷고, 평은면 일대에서 인간띠잇기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KBS 환경스페셜’이 모래와 관련된 반년이 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해 가을이다. 강물은 수정처럼 맑고, 강변에는 모래가 넓게 펼쳐졌으며, 강변 따라 여기저기 아름드리 왕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뒤로는 짙푸른 산이 강 따라 길게 이어졌다. 강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군소리가 필요 없었다. 사람들은 맑은 강에 들어서 발바닥으로 두툼한 모래의 촉감을 느끼고, 동요처럼 고기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바라보고, 깊은 계곡의 수면 위로 퍼지는 맑은 새소리를 들으면서 강을 건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강을 건너면서 강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고 몸으로 들었다. 그들이 한나절을 보내고 돌아가면 강은 다시 터줏대감들의 차지였다. 고라니, 자라, 수달, 삵, 흰수마자, 원앙, 백로, 왜가리, 강변메뚜기, 참길앞잡이 등이 강을 따라 삶을 이어갔고, 농부들은 논에 물을 대고, 밭을 갈고, 수박을 심고, 생강을 거뒀다.


불필요한 중복 사업에 1조 원 투입


내성천은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 예천을 흐르는 강이다. 안동과 문경도 내성천의한 자락을 차지한다. 토산 소백산과 낙동강 유계에서 가장 큰 침식 분지인 영주분지가 끊임없이 내성천에 모래를 공급하면서 유례없는 모래강을 만들었다. 이 강은 그동안 순도 높은 모래강의 모습을 비교적 잘 지켜왔으나 2009년 12월, 영주다목적 댐 건설사업이 착공한 뒤 5년째로 접어드는 지금 극심한 변화로 강 생태계 및 모래강으로서의 정체성이 큰 위기에 처했다.
영주댐은 1999년에는 송리원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는데, 당시 영주 봉화의 주민들뿐 아니라 경북 북부권 국회의원 3명, 경북 북부지역 11개 시군의 시장군수모임인 경북 북부권 행정협의회 등에서 댐을 반대하면서 백지화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의 하나로 포함되어 다른 사업들이 그랬듯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이 댐의 주요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지역의 수질 개선을 위한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4대강사업이 낙동강 본류에 8개의 대형 보를 만들고 강을 깊게 파서 맑은 물을 충분
히 확보하겠다고 내세운 것을 생각하면 불필요한 중복 사업에 1조 원 넘게 투입하는 이상한 댐이다.


댐 공사 이후 자기 복원 능력 잃은 강


수몰 예정지의 모래는 준설 수준으로 깊게 파내어졌고, 댐 하류의 넓은 백사장에 거친 돌이 드러나는 등 강 전체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어디를 가나 주민들은 어른한 길 정도의 모래가 빠졌다고 말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올여름에는 풀이 많은 구간에 걸쳐서 모래밭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극히 일부 공간에서만 보였던 현상이다. 이전에는 두터운 모래톱 밑으로 강물이 흐르지만 한여름에는 그 표면이 고온건조해서 풀들이 세력을 형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래가 홀쭉해지면서 풀들이 광범위하게 들어왔다. 평은면의 한 주민은 봉화에 큰비가 한번 오면 슬금슬금강에 들어온 풀들이 모래와 함께 모두 쓸려 내려간다면서, 가뭄으로 농사도 걱정이지만 강의 변해버린 모습을 보면 큰비가 한번 와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수년간 비가 올 때마다 모래가 빠져나가면서 강이 더욱 거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근심거리지만 그래도 당장은 이 고비를 넘겨야 할 것 같으니 그의 말대로 큰비 오기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댐 가동 전에도 이러한데 담수를 시작하면 모래강이 자기 복원 능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지구에 유례가 드물다는 이 아름다운 모래강이 돌 강과 풀 강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댐과 모래강은 상극 중의 상극이다.
한편 댐 담수 시 가장 먼저 물에 잠기는 금강마을에서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의보물급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금강마을은 400여 년 된 인동 장 씨의 성씨촌으로 이미 장씨 고택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한 전통마을이다. 이번에 고려시대의 금강사란 사찰터와 유물이 발견되어 이 일대 문화 역사적 가치가 다시 확인되었는데 수자원공사는 댐 공사를 강행하고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야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장하나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하자 그제야 유물 발견 사실을 시인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국책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B/C(편익/비용)값이 사업 추진 측의 방식으로도 간신히 1.015로 턱걸이했는데, 당시 8천400억 원이던 영주댐 사업비가 1조 원을 훌쩍 넘겨 이미 오래되었고, 사업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쓸지 알 수 없다. 문제는사회에 돌려줄 구체적 이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반면 댐으로 인한 혹독한 비용은 이미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길을 가다가 문득 잘못 들어선 길임을 안다면 그 길로 걸었던 노고가 아무리 커도 바로 돌아서야 하듯이, 이 아름답고 귀한 모래강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뭇 생명들에게 대대로 선물할 것들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댐 공사를 멈추어야 한다.
내성천의 아픈 소리를 듣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율 스님은 여러 사람들과 영주댐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땅 한 평사기 운동’을 벌였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을 중심으로 대구의 여러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꾸준히 다녀간다. 그렇지만 이 강을 살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목소리들이 함께 크게 외쳐야 한다. “영주댐 공사를 멈추고 내성천을 살려라!



↘ 박용훈 님은 4대강사업이 시작하기 전인 2008년부터 남한강 일대를 촬영해왔습니다. 오랜 시간 강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공사의 처참함과 강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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