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2014년 7월호 살림,살림

[ 모심의 눈 ]

새로운 생명 프레임이 필요한 때

글 정혜정

용산참사, 4대강 개발, 제주 강정사태, 밀양 송전탑, 그리고 최근 세월호 사건 등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생명 유린은 국가 시스템과 프레임을 다시 ‘포맷’해야 하는 삶의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한다.

 

구한말 헌정연구회나 대한자강회에서 펼쳤던 국가수립운동은, 국가는 사유물이 아니라 인민의 권력이라는 것, 국가란 인간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라는 점, 국가란 인민의 모든 권력을 위임받은 것으로서 정부 관리는 국민의 고용인 혹은 ‘종’이라는 점, 국가가 인민을 보호할 능력을 보유하지 못할 때 권력이 상실된다는 점 등을 명확히 인식한 것이었다.

 

즉, 왕조정치를 개혁하여 새롭게 만들 국민국가는 인민주권과 인민을 위한 법의 제정과 준수, 국민의 생명과 권리의 보호, 그리고 자유와 평등이 구현되는 격조 있는 나라로 이해되었고, 이를 위해 《국민수지》, 《유년필독》 등을 발간하여 조선인의 의식을 고양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수립의 열망과 꿈은 일제에 의해 좌절되었다. 3.1운동으로 다시금 조선의 독립과 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인간의 아름다운 품격이 발휘되는 조선을 열망하여 온 민중들이 떨쳐 일어났지만 일본 자본제국주의는 야만적 학살로 대응했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황국신민교육은 오늘날 국가권력의 한 요인을 이룬다. 일제는 독립과 자주를 부정하는 의존적 교육과 반공의 사상검열, 일상의 폭력으로 조선인을 비굴하게 만들었고 서로 이간질하게 하는 정책을 폈다.

 

해방 후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한 채 사회 주요 권력을 친일파가 거머쥐면서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주적·법적 절차 없이 국민의 생명을 유린하는 독재정권을 낳았다. 우리 시대 국가폭력은 자본과 권력이 결탁한 일제의 잔재이다. 정권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며 국민을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한 통제대상으로 삼았다.

 

현재 입시 위주의 교육도 기득권 세력의 재생산을 위한 불평등 교육이자 그 틀 속에 아이들을 순응시키고 가두는 길들이기 교육이고, 뉴라이트 교과서는 일제식민사관을 심는 도구이다.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본말을 바로 세우고 ‘한국철학의 출발점인 동학’의 사상에 근거하여 생명, 자유, 평등이 펼쳐질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동학은 한 개인에 의해 창도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역사와 정신이 동학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이는 근현대 모든 종교운동과 역사운동에 녹아 계승되었다. ‘만물이 한울을 모셨다’라는 동학의 핵심사상은 곧 생명사상으로서 사회변혁운동으로 분출된다.

 

생명운동과 사회변혁운동은 본질상 다르지 않다. 생명의 자유와 영성적 활동은 생명을 억압하는 모든 권력과 모순을 감내하기보다는 그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것이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만의 해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울 생명 전체를 중심에 놓는 ‘공심’에서 나온다.

 

해월 최시형 선생이 말한 “모든 존재는 우주 근원인 한울의 다양한 표현”이라는 ‘일리만수’는 성리학의 ‘이일분수(전체가 부분으로 나누어진 개체)’나 개체마다 이와 기의 편전·청탁이 있게 되는 이원론적 개념과는 다르다.

 

모든 존재는 전체를 안고 있는 개체로서 그 전일성을 자각하여 이를 자기 스타일로 발휘하는 ‘다양성’의 존재이다. 교육과 국가시스템을 사회와 개인, 전일성과 다양성, 자유와 평등,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새로운 생명 프레임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 정혜정 님은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이 시대의 화두로서 ‘생명’, ‘몸-마음’의 교육을 연구하고 있고, 개인과 사회의 영성적 변형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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