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2014년 7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마을기업형 직원협동조합 '감성마을' ]

아이에게 건강한 간식 줘요

글 우미숙 편집위원


매일 아이 간식을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나라도 한번 해볼까’ 마음 먹다가도 내 아이 하나 잘 먹여보려고 일을 너무 크게 벌리는 건 아닌지, 이렇게 해서 일한 만큼 돈은 벌 수 있을지, 망하면 어떡하나 고민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뭣 모르고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간식가게를 시작한 ‘감성마을’ 사람들이다.



학부모로 만나 협동조합을 꾸리기까지


지난해 12월, 6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직원협동조합 감성마을은 서울 중랑구 제1호 마을기업이다. 4명이 가게를 운영하고 나머지 2명은 이사로 참여하는데, 현재 한 명이 병가 중이어서 3명이 가게를 운영한다. 대표는 이중에 언니뻘인 강명신 조합원이 맡고, 총괄책임은 조현진 조합원이 맡았다. 사금숙 조합원은 동화책 읽어주는 활동을 해온 경험을 살려 가게에서 동화책과 접목한 식생활교육을 한다.
4년 전 학부모로 만난 이들은 지역의 고가도로 설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활동에 자신감이 붙었다. 2012년에는 열 가족이 ‘감성으로 통하는 면목동 부모모임’을 만들어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사업에 지원했고,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마을에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감성면목’으로 이름을 바꿔 자조모임을 꾸렸고, 그게 지금의 감성마을로 이어졌다.
그 후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마을기업을 차리고, 협동조합 법인 승인도 받았다. 마을기업으로 인정받은 후 공간지원금 7천만 원을 받아 가게 전세보증금을 마련했고, 출자금으로 가게 인테리어와 도구·시설 비용을 충당했다. 안전행정부에도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지만, 지원금에 의존하다가는 자생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버는 돈이 얼마되지 않아도 버티자고 서로 마음을 다잡았다. 가게를 시작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지금은 각자 9~10만 원 정도를 개인 수익으로 나누고 있지만, 관리비와 재료비를 포함한 운영비가 수익금으로 충당되어 그나마 안심이다.




내 아이를 돌보면서 마을 아이들의 먹을거리도 챙기고픈 마음에서 감성마을을 열었다. 왼쪽부터 사금숙, 조현진, 강명신 조합원


국산 재료를 쓰고 화학첨가물은 빼고


가게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10시 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강명신 대표는 아이들이 다 커서 특별히 챙겨줄 일이 없기에 가장 오래 가게를 지키며, 다른 두사람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시간을 자유롭게 배분해 쓴다. 바쁠 땐 세 사람이 달라붙고 여유가 있을 때에는 두 사람씩 돌아가면서 일을 맡는다.
감성마을에서는 아이들 간식으로 과일컵, 수제요구르트, 팬케이크 등을 판다. 엄마들이 간식 값을 적립해놓은 아이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러 생협의 아이스바나 샌드위치를 먹는다. 아이들이 직접 와서 사먹을 때는 1천 원 안팎의 부담 없는 떡볶이, 주먹밥과 컵밥을 주로 찾는다. 브런치 요리는 주 메뉴에는 없지만 어른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내는데, 패밀리레스토랑처럼 멋진 장식은 없지만 손님으로 오는 학부모들은 대만족이다.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 재료와 첨가물에 신경을 많이 쓴다. 100% 친환경재료로 만들려니 높은 원가 비중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국산을 원칙으로 하되 아이스바와 우리밀, 빵 종류는 생협에서 구입한다. 소시지는 국산재료로 만든 것을 이용하되 화학첨가물을 없애기 위해 삶아서 조리하며, 설탕과 소금을 줄이고 화학조미료는 넣지 않는다. 아이들이 잘 먹는 달걀은 특별히 무항생제 사료를 먹은 닭이 낳은 것으로 고른다.




감성마을의 과일컵(2천 원)과 소시지샐러드팬케이크(3천 원)


초등학교 방과후교실 아이들에게 간식 도시락을 주는 일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42인분을 한 사람당 2천 원의 비용으로 만드는데, 재료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돈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력을 쌓는 의미도 있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간식을 준다는 감성마을의 취지에도 맞아 계속하고 있다.
감성마을이 간식가게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동북여성환경연대 초록상상의 에코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후 먹을거리와 환경교육을 한 경험이 있어서, 가게에서 아이들에게 식생활교육도 한다. 양성평등교육원의 지원을 받아 지역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일주일에 한 번 책 읽어주는 수업도 한다.


지역 주민의 공간이 되길


일하는 것 자체도 보람돼야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해야 하는 법.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만족도는 꽤 높았다. 오래된 관계이기에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단다. “우리도 서로 맞춰가고 궂은일 알아서 찾아 하는 편인데, 이곳에 오는 아이 엄마들도 손님 티를 내지 않는다. 탁자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해주고, 장도 봐준다.”
이들은 협동조합이라면 돈만 벌기보다 마을에 필요한 점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조현진 조합원은 감성마을이 지역 주민의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강명신 대표의 머릿속에는 벌써 내년 초 계획이 담겨 있다. “지금 장소가 너무 좁아서 동네에 비어있는 파출소 공간을 우리가 접수하고 싶다. 그것이 안 된다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운영규모는 키우되 조합원을 늘릴 생각은 없다는 이들이 내놓은 방안은 회원제다. 3만 원을 내면 회원자격을 주고 프로그램 참가비 10%를 할인해주는 것. 단순히 이용자를 늘리기보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그냥 생활이다. 정말 좋다는 느낌도, 불만도 없이 서로 도와가며 일하고 배려하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나에게 주어진 것만 해내는 것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인터뷰


“ 아이들에게 질 좋은 간식을 준다는 취지로 운영해요”


강명신: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아이들에게 낮은 단가 때문에 질이 낮은 간식이 제공된다. 마을 곳곳에 우리 같은 간식가게가 생긴다면 아이들에게 질 좋은 간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일을 마을의 엄마들이 할 수 있다. 꼭 가게가 없어도 가능할 것이다.


조현진: 감성마을은 두레생협 기업회원이어서 재료를 10% 싸게 구입한다. 생협 장터를 가게 앞에서 열기도 했다. 우리 지역에는 생협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이 적다. 앞으로 우리의 역할이 클 것 같다.


강명신: 마을기업을 하려면 서울의 경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몇 가지 요건이 있는데, 정관이나 운영에 협동조합의 원리를 적용하고 5인 이상의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수시로 신청할 수 있으며 창업할 때까지 상담과 지원을 해준다.




↘ 우미숙 님은 한살림에서 조합원 소식지 <좁쌀 세 알>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해왔습니다. 현재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이며 《살림이야기》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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