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호 2014년 7월호 살림,살림

[ 안녕하세요-어린이집에서 다문화 통합 교육하는 강영란 씨 ]

저마다 달라서 ‘즐거운어린이집’

글 이선미 편집부


2012년부터 서울 광진구 즐거운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해온 강영란 씨. 부모협동조합으로 전체 조합원 29가구가 공동육아를 하는 이곳에서 ‘다문화 통합 교육’에 따라 몽골 이주노동자 아이 1명과 함께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아이를 더 맡을 계획으로, 이를 위해 증원신청까지 해놓은 상태란다.


인종, 국적 달라도 함께 아이 키운다


다문화 통합 교육이 무엇이냐고 묻자, 참 많이 받아온 질문이라며 웃음을 띤다. “저와 기자님이 만난 것도 다문화지요. 아이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문화를 만나게끔 하는 거예요.” 강영란 씨는 같이 생활해야 나와 너를 차별하지 않는 다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종, 국적, 사회계층, 성별, 종교, 성취 정도 등에 따라 배제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을 편견 없는 민주 시민으로 키우고자 하기에 ‘통합 교육’이다.
강영란 씨는 교회 선교원에서 보육교사를 시작해 경기 안양의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에게 관심받지 못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받아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 영유아 발달에 맞지 않게 획일화된 교육도 고민이었다. 그러던 차에 공동육아를 알게 됐다. 발도르프 교육, 생태숲 탐방 등 프로그램이 좋았다. 하지만 당시의 공동육아는 잘사는 사람들이 내 아이만을 잘 키우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였다. 부모들은 주변 이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2009년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운영하던 ‘하마방(하자마을 어린이방)’을 알게 됐다. 그동안 경험하며 생각한 것을 현장에서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 예산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데 자유로웠다.
다문화 아이들과 선주민(한국에 먼저 살고 있는 주민이라는 뜻으로 씀) 아이들의 비율이 반반인 하마방에서는 아이들은 함께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2주에 한 번씩 부모모임을 통해 부모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3~7살까지 서로 다른 연령대의 아이들이 어울려 지내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신발 신고 벗기, 옷 입고 벗고 개기, 혼자 밥 먹기 등을 할 수 있게끔 이끌었다.




어린이집에서 다문화 친구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은 편견없이 어울려 논다. 오히려 어른들이 배울 만큼.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 엄마는 멋있어!


어려움도 있었다. 스무 살에 결혼해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엄마의 아이는, 세 살까지 아무 말도 할 줄 모르고 떼를 쓰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위 ‘문제행동’만 했다. 베트남어를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겨우겨우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보니, 엄마 자신이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아이에게 한국말을 못했고 아이가 베트남어를 하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봐 베트남어도 가르치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를 돌보기 전에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필요했다. 강영란 씨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엄마가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베트남어로 베트남 음식을 가르쳐주도록 했다. “아이들은 다른 나라 말을 하는 친구의 엄마를 멋있게 생각했어요. 벽에 붙여놓은 세계지도를 보며 친구에게 ‘너희 엄마 나라는 어디야? 거기서는 어떻게 말해?’ 물어보고 궁금해 했죠.”
아이들은 집에 가서도 다문화 친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런 태도가 생활에서 나타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도 부끄러워하거나 위축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다문화 통합 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던 선주민 부모들도 아이들을 보고 달라졌다. 부모들 스스로 다문화 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공손해졌고, 내 아이 친구의 ‘부모’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걔하고 놀지 마’라고 말하는 부모들의 편견이 걸림돌이에요. 언제까지 우리가 단일민족이라 고 생각하며 살겠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받아들이도록 해야죠.”




아이들이 강영란 씨를 부르는 이름은 ‘열매’. 이름처럼 인종, 문화에 상관없이 아이들이 열매 맺도록 돕고 싶다.


다문화 교육, 마음만 있다면 어디서든 가능


즐거운어린이집에서는 보육과 함께 아이의 가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그래서 한 달 보육료를 따지면 60~70만 원 정도인데, 다문화 아이의 보육료는 조합원들이 나눠서 낸다. “조합원 가정들 또한 그리 부유한 편이 아닌데도, 우리만의 성을 쌓지 말고 지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는 마음에서 결정한 거죠.”
작년 1월 재한몽골학교를 통해 온 4살 아이의 부모는 둘 다 이주노동자로,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 아이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치아가 다 썩어 있었는데, 마침 조합원 중에 치과의사가 있어 6개월간 무료로 치료해주기도 했다.
“우리는 이 가정을 통해 몽골을 배우게 됐어요. 얼마 전 아이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아이 아빠가 몽골에서는 발인하는 날 아침 하얀 가루의 음식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다면서 같이 먹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어린이집 아이들 모두와 함께했죠.” 기존 부모들도 호의적이어서, 여행계를 만들어 모두 함께 몽골에 가자는 이야기도 한다.
강영란 씨는 일반 어린이집에서도 다문화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문화아이의 보육료는 100% 정부 지원되니까, 교육철학이 문제일 뿐이에요. 민간어린이집은 원장의 철학, 국공립어린이집은 위탁기관의 철학이 좌우하죠.” 반갑게도 지난 5월 어린이집 원장 직무교육을 가서 만난 사람들은 다문화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는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소개하고, 내년에는 일반 부모와 다문화 부모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교육할 계획이다.
하마방에서 3년 동안 참 대하기 힘들었던 다문화 엄마에게 “당신은 내 친정엄마였어요.”라는 말을 듣고, 강영란 씨는 그동안 힘들었던 게 다 사라지더란다. 기회가 된다면 다문화가정 통합지원센터를 꾸리고 싶다는 그는 일터의 이름처럼 ‘즐거워’ 보였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함께 자라는 아이들은, 아마도 더 즐겁지 않을까.



 《얘들아, 오늘 뭐 하고 놀까?》

다문화 통합 교육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강영란 씨가 함께 쓴 책 《얘들아, 오늘 뭐 하고 놀까?》를 읽어봐도 좋다. 하마방에서 운영한 프로그램과 함께 부모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는 놀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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