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호 2014년 6월호 살림,살림

[ 교육살림 실뜨기, 모래놀이, 구슬치기 등 와글와글놀이터의 놀이 이야기 ]

아이들은 놀이로 가득 차 있어요

글 와글와글놀이터 이모들(김명선, 김수현, 이미란)


서준이 엄마는 걱정이다. 이란성 쌍둥이 동생 서준이가 너무 도서관에만 가기때문이다. 친구들하고 노는 재미에 더 빠져야 할 것 같은데, 놀이터에 가면 주뼛주뼛하며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맴돌거나 도서관으로 숨어버린다.
서준이 엄마는 자신이 놀이터를 지키면 나아지겠지 싶은 마음에 놀이터 이모를 신청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준이는 도서관으로 내빼버리고, 가끔씩 엄마가 있는지 확인할 때만 도서관에서 내려와 얼굴을 비친다. 그러던 서준이가, 놀이터에 ‘나타나셨다!’



“저도 한 번 해볼래요”


서준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실뜨기였다. 도서관으로 가려다가 친구 둘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면서 주고받는 실뜨기를 힐끗 보더니 가만히 곁에 앉아 구경을 했다. 손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여 실을 뜨면 전혀다른 모양이 만들어져 내 손에 앉히는 게 놀이의 매력이다. 한 줄 실이 펼치는 변신에 서준이 눈길이 꽂히더니 완전히 빠져버렸다. “저도 한 번 해 볼래요.” 서준이는 다른 놀이는 거들떠도 안 본다. 실뜨기만 줄기차게 한다.
“바이러스!” 술래가 외쳤다. 아이들은 신나게 도망간다. 바이러스(술래)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멀리멀리 도망가야 한다. 술래에 잡히는 순간, 바이러스가 되어 친구들을 잡아 감염시켜야 한다. 술래가 모두 다 감염시켜야 놀이가 끝난다.
“한 번 더!” 놀이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끝나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땀이 머리카락을 흠뻑 적시고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데도 벌건 얼굴로 뛰고 내달린다. 하루 종일 달리고 달려도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열 발 뛰기’로 놀이를 이어간다. “안 덥니? 그만 좀 쉬어!” 이모들은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마음은 흐뭇하다. 저렇게 뛰면 후련하고 시원하겠다 싶은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자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찾는다. 물을 길어 나르느라 바쁘다. 옷에 흙이 묻는지, 신발이 젖는 지도 모른 채 길어온 물을 모래를 판 곳에 부으며 쉬지 않고 온몸을 써서 논다. 신성한 의식을 준비하듯 조심스럽고 진지하며 부지런하다. 세계지도를 그렸다가, 왕국을 건설했다가, 우리 마을과 학교를 옮겨놓기도 한다. 모래놀이에 빠진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모래놀이터에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 비좁은데도 마냥 좋단다. 서로 엉덩이를 비비적거리다가 뒤를 돌아보더니 웃는다. 앞니 두 개가 빠져 미소가 모래알처럼 빛난다.




실뜨기는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마술이다. 끈기있게 살펴보고 찬찬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아이의 모습


규칙도, 차례도 아이들 스스로


아이들 서넛이 모여 흙바닥에 두 뼘 정도 너비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자기 구슬 하나를 빼고, 있는 구슬 없는 구슬을 다 모아 동그라미 안에 넣었다. 저들끼리 동그라미로부터 한 뼘을 가야 한다는 둥 너무 가깝다고 두 뼘을 가야 한다는 둥 하더니 합의를 봤나보다. 두 뼘을 재더니 금을 긋고 자기 자리를 잡았다. 구슬치기를 할 모양이다. 차례가 정해졌다. 첫째 아이가 이마에석삼자 주름을 잡고 눈에 힘을 주어 엄지와 중지로 구슬을 겨냥하더니 ‘발사!’ 동그라미 선 밖으로 구슬 세 알이 튕겨 나왔다. 따먹은 구슬이다. 다음 차례 아이가 자세를 잡는다. 구슬치기는 신중함과 관찰, 집중이 필요하다. 맥없이 건성으로 해서는 구슬을 따먹을 수가 없다. 방향과 각도를 잘 잡아야 하고, 구슬을 발사할 때 집중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놀이터에 고무줄이 걸렸다. ‘장난감 기차가 칙칙 돌아간다’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을 넘나들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이모들 뒤를 따라가는데 발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몸을 쓰며 자라지 않은 아이들이라 몸이 굳어 있어 세밀한 동작에서 뻣뻣하고, 노랫가락을 타지 못해 어리둥절해 한다. 노래와 발이 따로 놀자 쑥스러워 웃기 바쁘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 몸은 리듬으로 가득 차있는 것 같다. 몇몇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바로 리듬을 탄 것이다. 아직은 ‘월, 화,수, 목, 금, 토, 일’ 같이 첫 단계 고무줄놀이로도 충분히 재미있어 하지만, 아이들은 언젠가 하늘을 날아 높디높은 고무줄을 넘나드는 자유의 짜릿함을 맛볼 것이다.
뛰노는 것도 좋고 앉아서 노는 것도 좋아아이들은 좋아하는 놀이가 다르다. 사내아이라고 모두 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주뼛주뼛하며 무리에서 자꾸 뒤로 내빼는 아이도 있다. 내도록 내달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가만히 앉아서 하는 놀이를 더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뛰노는 아이들은 전체를 보고 전략적이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즐긴다. 앉아서 노는 아이들은 사물을 찬찬히 살펴 신중하고 끈기 있게 연습할 줄 안다. 잘하는 것도 제각각이다. 맞히기를 잘하는 아이, 잡기를 잘하는 아이, 도망을 잘 치는 아이, 고무줄을 잘하는 아이, 실뜨기를 잘하는 아이...
놀이터에서 서로 다른 ‘너’를 만난다. 그 속에서 다르지만 괜찮은 ‘나’를 찾는다. 그리고 달라서 좋은 ‘우리’가 만나 함께 논다.




모래놀이는 인기 최고! 아이들은 모래세상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놀이터 이모들도 신나게 논다!


한쪽에서 이모들 소리가 떠들썩하다. “고무줄! 엄마가 ‘밥 먹어라’ 소리칠 때까지 고무줄하고 놀았는데.” 이모들이 가장 재미있게 놀았다는 고무줄. 머리 위로 높이 올린 고무줄을 낚아채서 넘었던 언니,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넘었던 언니 등 무용담이 난무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놀겠구나’ 꿈에 부풀어 고무줄을 걸었다. 그런데 참으로 난감해졌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노래는 남았는데 몸이 잊어버렸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이모가 있었다. 고무줄 신이었던 이 ‘언니’는 놀던 가락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다.
노래를 타고 몸이 움직일 때마다 “맞다, 맞다” 하며이모들이 신나라 했다. 이모들은 이제 ‘장난감 기차’도 타게 됐고 ‘금강산 찾아’가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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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글와글놀이터 이모들인 김명선, 김수현, 이미란 님은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다’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놀이터에서 마음의 밥을 퍼주며 행복을 느낍니다. 놀이터를 벗어나서는 역사강사, 동화작가, 상담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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