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호 2017년 3월호 살림,살림

[ 살림 생각-보육 복지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 ]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고

글 우석훈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겠다
결혼이 아주 늦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이는 9년 만에 태어났다. 그리고 연달아 아이가 또 태어났다.
그렇게 해서 우리 나이로 쉰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여섯 살, 네 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둘째는 태어나면서 숨을 제대로 못 쉬었다. 바로 집중치료실로 들어갔다. 퇴원하자마자 바로 기관지염으로 다시 병원에 다녔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과 입원을 몇 번 반복했다. 폐렴 자체가 엄청난 중병은 아닌데, 상처가 완치되지 않으면 천식으로 넘어간다고 의사가 말해 주었다. 나는 하던 일을 대부분 정리하고, 아이를 본격적으로 돌보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체중도 좀 늘었고, 몹시 아픈 상황은 좀 지난 것 같다.
하는 일이 줄었으니까 수입도 많이 줄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년 넘게 늘 차를 가지고 다녔는데, 내 차를 아는 사람에게 주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거의 유일한 실천이었다. 다른 걸 많이 줄이지는 않았다. 먹는 건 환경운동연합에서 하는 에코생협에서 많이 사 먹는다. 오래되었다. 몇 년 전 동네에 한살림 매장이 생겼다. 여기도 아이들 데리고 종종 간다. 그 외에 직거래하는 유기농 농장과 과수원이 있는데, 여기에서도 늘 주문하던 것처럼 한다. 아이가 둘이고, 매끼 다 집에서 먹으니, 어마어마하게 밥을 해 대야 한다.

 

영어 유치원·선행학습이 정상적인 발육을 방해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많은 부모에게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고’, 딱 그런 삶이다.
나도 그렇게 지낸다. 줄일 건 줄이고, 쓸 건 쓰고, 그렇게 버틴다. 평균적인 중산층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첫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억 원 정도가 든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쓰는 것은 아니고, 2억 원 정도를 쓰거나 아니면 그만큼 미안해한다. 대학 교육이 사실상 무상에 가까운 유럽의 중산층 부모들과 비교하면 그들에게는 나가지 않는돈 2억 원을 우리는 추가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나이 차가 너무 나지 않으면 둘째 아이는 1억 5천만 원 정도로 약간 줄어든다. 이게 정상적인 경제는 아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우린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유럽 대부분의 국가도 이 정도로 자녀에게 돈을 쓰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나는 이렇게 황당한 방식으로 자녀에게 돈을 쓸 생각은 없다. 무지막지하게 영어 유치원을 보낼 생각도 없고, 선행학습을 시킬 생각도 없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게 정상적인 발육을 방해한다는 것이 많은 교육학자의 견해다. 대만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 과외를 시키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보육과 관련된 복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몇 년은 더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노력은 하려고 한다. 자녀들이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은 더 상식적이고 나은 세상을 맞이하게 해 주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날이 올까? 나는 아직도 근거 없는 낙관으로, 지금보다는 더 나은 경제를 꿈꾼다.

 

 

↘ 우석훈 님은 경제학자입니다. 사람들이 욕심과 의무감 대신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보람으로 살아가는 경제를 기다립니다. 《88만 원 세대》(공저), 《촌놈들의 제국주의》,《불황 10년》,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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