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살림,살림

[ 4월의 문화 나들이 ]

익숙함에서 떠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글 안태호 편집위원

새로운 소리로 선보이는 흥부 놀부
창극 <흥보씨>

고선웅과 이자람.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공연 팬들이 술렁이기에는 충분하다. 고선웅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연출가. 국내의 연극과 관련한 각종 상을 휩쓸었고, 최근에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 총연출로 선정되기도 했다. 브레히트의 희곡을 재해석해 만들어 낸 역작 <사천가>, <억척가>를 지나 판소리 단편 <이방인의 노래> 등으로 판소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이자람은 그 자신이 하나의 ‘장르’라고 이야기될 만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가이다.
둘이 협업해 만들어 낸 작품은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다룬 창극 <흥보씨>. 누구나 아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가 어떻게 변주될까 사뭇 흥미롭다. 연출가 고선웅은 권선징악의 큰 틀은 살리면서도 출생의 비밀과 ‘막장 코드’를 더한 반전 드라마를 새롭게 써냈다. 다른 별에서 온 스님, 말하는 호랑이 등 원작에 없던 캐릭터를 삽입해 감칠맛을 더한 점도 특징이다. 이자람은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아 새로운 소리를 선보인다. ‘박타령’ 등과 같은 판소리 <흥보가>의 여러 눈대목(하이라이트)을 가져와 전통 곡조를 살리면서도 자유자재로 변주하고 새로운 사운드를 입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4월 5~16일까지, 서울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문의 02-2280-4114

 

 

 

처음 만나는 이집트 초현실주의
전시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노르웨이 베르겐 미술관에서 지역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활동 범위가 깊고 넓은 데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게 아방가르드는 ‘프랑스와 독일 혹은 미국과 영국 사이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예술 활동의 역사’라는 지독한 편견이 강력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는 걸 인식한 계기였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월 7일부터 선보이는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전은 우리에게 낯선 이집트 미술의 한 경향을 보여 준다. 우뚝 선 피라미드,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일강 정도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는 이집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작가 30여 명의 작품 150여 점을 통해 이집트가 근대 독립국가로 성장한 1930년대 이후 이집트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의 궤적을 밝힌다. 유럽이 아닌 비서구 관점에서 모더니즘 역사를 다시 쓰자는 제안인 동시에 비주류의 시각에서 근현대 미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살펴볼 기회다.

전시 제목은 1968년 전설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이후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의 기본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에서 빌려 온 것이다. 최근 앤디 워홀 전과 피카소 전의 잇따른 취소로 위기에 몰린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를 두고 “이집트 초현실주의 미술의 놀라움을 발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7월 30일까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문의 02-2022-0600

 

 

 

↘ 안태호 님은 문화정책과 기획 영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삶과 예술이 만나 섞여 드는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제주로 이주하여 새로운 예술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노년 예술 수업》(공저)을 냈습니다. 여전히 만화를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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