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특집] 특집-삶은 곧 이야기입니다

[ 시작하고 맺는 이야기 ]

한살림 곳곳에 남아 활용될 10년의 기록

글 김성희 편집위원

월간 《살림이야기》 발행이 중단된다. 창간 때부터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복잡하다. 한살림 안팎을 잇는 소통 창구로서 먹거리 문제뿐 아니라 생활문화운동, 생명과 관련한 사회적인 의제들을 논의하고 널리 알리고자 하는 포부로 창간한 지 10년째. 그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을 이루려 했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짚어 본다.

 

 

《살림이야기》 창간의 계기가 되었던 2006년 한살림 20주년 기념 대화마당

 

 

울타리 밖의 사람들과 더 열심히 소통하자
《살림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006년 12월 6일, 한살림 20주년을 맞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한살림운동 돌아보고 내다보며’라는 대화마당이 열렸다. 당시 이병철 전국귀농운동본부 대표, 권복기 한겨레신문 기자 등 참가자들이 한살림에 대해 울타리 밖에 있는 시민사회와도 더 열심히 소통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무렵 박재일 사단법인한살림 회장도 ‘물품 직거래운동은 한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이제 일정한 궤도에 올라 계속 성장해 갈 수 있겠지만 먹을거리 불안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힘들다. 한살림이 대안을 만들자’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이후 두 가지 움직임이 일어났다. 하나는 도서출판 한살림을 설립하여 계간 《살림이야기》를 창간하고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일이고, 또 하나는 한살림 수행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와 논의다. 이것은 한살림연수원 설립과 ‘마음살림’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한살림은 초창기부터 먹거리 직거래 운동과 생활문화 운동을 함께 펼쳤다. 1989년 ‘한살림모임’은 <한살림선언>을 발표하고 이듬해 무크지 <한살림>을 간행했다. 여기에는 독일 녹색당의 정강정책 등 세계 각국의 녹색운동에 대한 소개, 생명운동, 생협운동에 대한 좌담 등이 실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이어지지 못했다. 1990년 무렵 한살림의 사업 규모는 조합원 5천여 세대, 연간 공급액도 17억 원 수준이었다.(2016년 약 60만 세대, 연간 공급액 약 3천916억 원) 생활문화운동을 위해 따로 상근자를 유지하며 조직을 꾸려 갈 여력이 없었다. 한살림모임과 출판사업은 결국 중단되었다가 2002년에 와서야 모심과살림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이어가게 되었다.

 

계간지에서 월간지로
2008년에 도서출판 한살림을 설립하고 3월 초에 계간 《살림이야기》 창간준비호를 발행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변형 국배판 170쪽가량의 단정한 책이었다. 특집으로 ‘앗 사버렸다’와 ‘냉장고 속 세상’ 그리고 인터뷰와 파일럿 꼭지들이 여럿 선을 보였다. 창간호는 2008년 여름 호였다. 이때부터는 160쪽 내외 사륙배판으로 판형이 자리를 잡았다. 한살림 조합원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독자로 하며, 잡지지만 단행본처럼 공부 자료로 오래 활용되게 만들자는 생각을 반영해 절반 이상인 100쪽 가까이를 특집으로 편집했다. 특집 주제는 ‘쌀’, ‘농부’, ‘육식’, ‘설탕’, ‘씨앗’처럼 먹을거리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이 많았고, 더러는 ‘학교’, ‘원자력’ 같은 내용도 다뤘다.
계간지로는 2008년부터 2014년 봄까지 6년 남짓 계절마다 모두 25권을 펴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호 정기구독자를 포함해 1천 부가량 판매되는 데 그쳤다. 잡지 제
작비는 모든 분야에서 이윤 없이 빠듯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한살림에 적잖은 부담이 되었는데, 이처럼 독자의 저변이 확대되지 못하고 정체한 것은 문제였다.
매체를 간행하는 과정에서 한살림에 관한 사진과 콘텐츠가 모이고 이는 온라인 매체, 매장 안내문과 소식지 등 홍보물에 활용되었다. 사회 현안에 대한 원고를 실으면서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유대가 생긴 점도 중요했다. 한살림을 단순히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생명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한살림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독자 1천 명을 넘어서지 못하는데, 이 인력과 예산을 이대로 계속 써야하는가 하는 질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폐간이냐 혁신이냐의 기로에서, 2014년 5월 《살림이야기》는 계간지에서 월간지로 전환했다. 판형을 국배판으로 약간 키우고 쪽수는 48쪽(2016년부터 사륙배판 56쪽)으로 줄이는 대신 발행부수는 1만 2천 부로 늘려 전국 회원조직들이 함께 읽게 하자는 취지였다. 주로 다룬 내용은 계간지와 마찬가지였지만, 발행주기가 월간으로 바뀐 만큼 좀 더 시의성을 살리고 기사당 글의 분량도 줄였다.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계간지의 깊이와 무게감을 그리워하는 독자도 있고, 이전처럼 공부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잠깐씩 짬을 내어 읽기에 부담 없다는 독자도 있었다. 배포 방식도 달라졌다. 정기구독과 서점 판매도 했지만, 대부분 한살림 생산자와 활동가, 매월 새로 가입하는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배포하는 식이었다. 월간지로는 2014년 5월 호(재창간준비호)부터 이번 호, 2017년 4월호까지 모두 36호를 발행했다.


환경의 변화, 창조적인 변신의 부족

2017년 4월, 《살림이야기》라는 이름의 잡지는 끝을 맺는다. 왜 중단할 수밖에 없을까. 처음 잡지를 창간하던 때와 환경이 변했다. 환경만 탓할 건 아니다. 달라진 상황에 맞게 창조적으로 변신하며 존재 이유를 입증할 만한 스스로의 동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달라진 환경은, 스마트폰으로나 글을 읽게 된 세태 변화도 있고, 뒤에 창간된 소식지 <한살림> 같은 다른 정기간행물이 《살림이야기》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사정도 있다. 창간할 때 《살림이야기》는 한살림사업연합에서 발행하던 <물품정보지> 말고는 한살림에서 전국 단위로 발행하는 유일한 매체였다. <물품정보지>는 한살림의 물품 가격과 사양, 새 물품 안내 등 조합원을 위한 물품 이용 정보에 집중하고, 《살림이야기》는 한살림운동의 관심 영역인 생명운동, 농업문제, 사회적경제, 탈핵과 대안에너지, 육아와 건강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로 매체 간 역할 분담을 했다. 그러나 2011년 한살림연합이 출범하면서 타블로이드판으로 소식지 <한살림>을 발행했다. 여기에는 물품 정보뿐 아니라 생산자 인터뷰, 한살림 물품을 이용한 요리법, 관련 사회 현안에 대한 칼럼 등을 싣고 지면도 28면까지 늘어나 종합 정보매체가 되었다. 게다가 무료 배포다. 《살림이야기》와 콘텐츠가 겹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살림이야기》가 월간지로 전환하면서 회원조직에서 일정 수량을 책임지고 배포했는데, 점차 이런 이유 등으로 회원조직 가운데 조합원과 사업 규모에서 한살림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한살림서울생협이 구독을 중단했다. 한살림 전체 조직이 함께 보는 매체로서 《살림이야기》의 위상은 위축되었다.
다시 변화가 필요했다.
이제 《살림이야기》가 지향하던 바와 기사들은 소식지에서 이어질 것이다. 《살림이야기》 종간과 함께 소식지의 재창간이 이어질 예정이다. 《살림이야기》가 존재했던 햇수로 10년 동안의 기록은 한살림 곳곳에 다양한 흔적으로 남아 있으며 계속 활용될 것이다.

 

 

↘ 김성희 님은 한살림연합 조직지원부문 상무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무 살 한살림 세상을 껴안다》, 《한살림답게》, 《햇살과 바람 정직한 땀의 결실》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으며 한살림 생산자 인터뷰 모음집 《살리는 사람 농부》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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