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호 2017년 3월호 살림,살림

[ 아빠의 수다-아이 식습관, 부모 맘대로 잘 안 된다 ]

무얼 먹을까? 무얼 먹일까?

글 _ 사진 하만조

나는 매일 자문한다. ‘무얼 먹을까?’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질문이 바뀐다. ‘무얼 먹일까?’ 사소한 차이 같지만 마음 씀씀이가 달라진다. 나는 대충 때워도 아이는 잘 먹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들이에서 먹는 도시락은 꿀맛.

 

 

생협으로 시작한 아이 먹을거리
적지 않은 부모가 아이 먹을거리를 찾아 생협에 가입한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생협인 한살림과 아이쿱의 20대 조합원은 1% 남짓이지만 출산과 육아가 본격화하는 30대 조합원은 약 30% 수준이다. 가입 이유는 ‘안전한 먹을거리’ 때문이다. 생협을 이용하면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먹을거리를 찾아 달리 헤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육아 부담을 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식품첨가물, 화학물질 등으로 잊을 만하면 터지는 식품 사고로 인한 불안감도 덜 수 있다.
나 또한 같은 이유로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생협을 본격적으로 이용했다. 그전에도 이용했지만, 품목 수와 구입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티슈, 세제, 아가수건 같은 기본 육아용품부터 푸딩, 어린이주스, 과자에 이르기까지 새로 구입하는 물품 목록이 나날이 늘어 갔다. 정말 생협이 있어서 너무나 좋았다. 아이도 한살림 매장에 장 보러 가는 데 익숙해지면서 언젠가부터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장바구니에 착착착 담기 시작했고, 뭐 사러 간다고 하면 으레 한살림에 간다고 여겼다.
식생활도 자연스레 생협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 갔다. 우리 가족은 제철 채소와 과일을 즐기고 첨가물 없는 간장과 된장 맛에도 익숙해졌다. 가공식품은 아이 간식 위주로 구입하고 가급적 일차 농산물을 구입해서 직접 조리했다. 생협에서 추천받은 스테인리스강 프라이팬으로 코팅팬을 대체하고, 조리법도 볶기나 굽기 중심에서 찌기나 삶기로 조금씩 바꿨다. 달걀프라이는 달걀찜으로, 소시지볶음은 삶은 소시지로 바뀌어 식탁에 올라왔고 나물과 샐러드도 전보다 자주 해 먹었다.
생협을 이용하더라도 아이의 먹을거리를 따로 챙기는 가정도 있다. 아이에게만큼은 뭔가 좋은 걸 먹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아이 밥이 어른 밥과 다르다는 인식도 있다. 이유식 초기에는 우리도 그렇게 했지만, 아이가 어른 밥을 먹을 때부턴 같은 밥을 먹었다. 맞벌이여서 바쁘기도 했고 아이 발달에 우리가 먹는 밥과 찬이 딱히 부족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도 식단은 아이 발달단계를 고려해서 자극이 적고 부드러운 음식부터 시작해 김치와 잡곡밥 같은 것으로 이어 나갔다. 요리의 기준을 아이에 맞추다 보니 김치찌개 같은 얼
큰한 요리는 큰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해 먹지 못했다. 묵은 김치에 고등어나 돼지고기를 넣고 팔팔 끓여 먹는 그 맛이 쏠쏠한데 돌이켜 보면 정말 왜 안 해 먹었나 싶기도 하다.

 

 

음식 만들기도 아이와 함께. 강낭콩 까는 건 이제 기본입니다.

 

 

이젠 소시지·만두·꼬마피자도 위태위태
아이가 자라고 먹을거리 경험이 늘어 나면서 생협 하나만으론 한계에 이르렀다. 친구 집에서 먹어 본 초콜릿이 한살림생협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두레생협으로 영역을 넓혔다. 거기엔 초콜릿은 물론 코코아우유와 아이스크림이 있었고 삶은 메추리알과 막대 사탕도 있었다.
조금 먼 행복중심생협에 가면 통조림 햄과 맛밤도 팔았다. 때로 생협에 물품이 부족할 때도 있지만, 아빠표 피자도 만들고 엄마표 호두파이도 구우며 나름대로 생협 안에서 먹을거리를 해결해 보려 애썼다.
그러나 시간이 더 흐르면서 그게 불가능하단 걸 인정해야 했다. 겨우 다섯 살인데도 아이의 욕구는 생협만으로 모두 채우지 못했다. 때로 다른 간식이나 좋아하는 과일로 아이의 주의를 돌려 보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점차 커 가면서 기억력이 좋아진 아이는 “◯ ◯ ◯ 못 먹었다.
먹고 싶다!”며 눈물도 불사했다. 곰돌이 젤리나 메론 맛 막대 아이스크림은 어떤 생협에도 없었고 집에서 만들 수도 없었다. 시장의 변화는 빠르고, 생협이 시중 음식만을 쫓는 게 목적은 아니기에 그런 식품까지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생협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어도 초등학교 갈 때까지만은 내가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주고 싶지만 남은 3년이 너무나 험난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최근에는 생협 먹을거리도 하나둘 외면받기 시작했다. 아이가 그토록 좋아하던 소시지와 만두, 꼬마피자도 위태위태하다. 간식에서 출발한 변화가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도 그동안 만들어 온 식습관은 큰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아이가 다른 먹을거리를 원하기는 하지만, 그 빈도수가 아직 얼마 되지 않고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내가 좋다고 판단하는 것만 주는 일이 계속될 수 없다.
다행인 것은 아이의 말이 늘고 이해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대화를 나누는 관계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고도 느낀다.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이와 많이 이야기
하고 주변 도움을 얻어 가면서 식습관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같은 밥을 먹으니 얘기가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을까.

 

 

유아기 식습관 도와 주기

 

1. 가공식품의 노출 빈도를 줄이기
외식을 피하기 위해 짧은 나들이면 도시락을 준비한다. 만일 밖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면 조금 여유 있게 준비해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준다.
*가장 간단한 삼각밥 : 김밥은 유아에겐 은근히 소화하기 힘든 음식이다. 삼각밥은 소화도 쉽고 간단히 집밥 맛을 낼 수 있다.
①밥 한 공기(210g)에 한살림의 ‘주먹밥채소&해물’ 같은 주먹밥용 건조채소류 재료 약 9g(2큰술)을 뿌린 후 참기름 조금 넣어 골고루 섞는다. ②집반찬 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멸치볶음, 김치볶음, 채소무침 등을 다져서 넣고 삼각밥틀로 모양을 만든다.

 
2. 자연의 단맛을 느끼도록

아이들은 단맛에 쉽게 빠져든다. 가공식품의 단맛은 단 정도가 아니라 중독될 수 있는 단맛이다. 외출하면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힘이 되는 단 음식을 찾는 것이 본능이다. 이때 과일을 갖고 다니면서 먹인다.

 

3. 단 음료 피하기
아이가 목이 마르다고 할 때 가공음료를 주면 물과 함께 당을 과하게 섭취하게 되고 다음에 목이 마르면 단 음료를 찾게 된다. 물을 갖고 다니는 연습이 중요하다.

 

4. 단 음식으로 보상하지 않기
아이가 착한 일을 했을 때 단 음식으로 보상받으면, 단맛이 좋은 것이라고 인지하게 된다. 칭찬할 때는 따뜻한 말을 해 주고 안아 주는 것이 좋다.

 

이동엽

 

 

 

↘ 하만조 님은 4살 아들과 4개월 된 딸을 키우는 두 아이의 아빠이며,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한살림운동을 확산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이동엽 님은 한살림연합식생활센터 팀장으로 일하며, 한신대학교에서 평생교육전공 외래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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