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살림,살림

[ 협동의 힘-한살림 사람들의 협동조합 도전 ]

우리 일자리는 우리가 만든다

글 _ 사진 우미숙 편집위원

한국에서 여성이 출산·육아 등으로 중단했던 경제활동을 다시 이어가려고 하면, 비집고 들어갈 시장은 좁고 경험과 경력을 제대로 활용할 여지는 제한적이다. 이런 현실에 맞서 일하는 즐거움과 보람, 경제적 수익을 기대하며 협동조합으로 스스로 일터를 만드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경제활동의 시작이고, 사회적 역할의 장이며, 제2의 인생을 열어 주는 문이다. 한살림 활동을 협동조합 사업으로 이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일공동체에서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은 한살림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한살림을 만났고,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의견을 존중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배웠다. 이는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밑천이다.
한살림 사람들의 협동조합 도전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기 이전, 일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생협에서 전해진 워커즈 콜렉티브, 즉 일공동체는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마음이 맞는 조합원끼리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필요한 일거리를 찾고, 함께 출자하여 함께 일하고 경영하는 사업체다. 한살림에서 가장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일공동체는 ‘목화송이’다. 면생리대를 만들던 여성들이 모여 장바구니와 앞치마, 파우치 등 생활 소품을 제작해 한살림에 공급했다. 현재 한살림 가공생산업체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현재 운영되지 않지만 수공예품을 제작하는 ‘고운매’, 한살림 물품을 재료로 반찬 사업을 한 ‘행복한 밥상’과 ‘착한밥상 맛깔손’,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의 워커즈 1호점이었던 ‘꿈마네 되살림가게’가 있으며, 동아리에서 일공동체로 전환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살림성남용인생협의 ‘에코공작소’(친환경 제품 생산과 패브릭 소품 제작)가 있다.

 

 

협동조합 밥이야기의 밥집은 식재료의 95% 이상을 한살림 물품으로 쓴다. ‘쌀을 많이 먹는 것’이 이들의 목표여서 비용이 많이 들어도 특히 밥만큼은 꼭 한살림 유기농 쌀로 짓는다.

 

 

협동조합 창업에 나선 한살림 사람들
일공동체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협업사업체인 협동조합으로 진화해 갔다. 첫 사례로, 2013년 7월에 10년 넘게 한살림서울생협 활동가와 임원으로 활동해 오던 조합원 5명이 시간제 돌봄 어린이집을 열었다. 한살림서울생협에서 처음 설립된 마을기업형 협동조합 ‘아이사랑 생명학교’다.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이들이 만들어서인지 끈끈한 관계와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으로 사소한 갈등 없이 협동사업을 잘 꾸려 낸 사례로 유명하다.
한살림 물품을 주재료로 밥집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밥이야기’는 2015년 12월에 설립한 흔치 않은 한살림 식당이다. 한살림서울생협 경인지부 전·현직 활동가와 실무자 들이 손을 맞잡고 시작했다. 식재료의 95% 이상을 한살림 물품으로 쓰다 보니 음식값에서 식재료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이들의 소망은 ‘쌀을 많이 먹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밥만큼은 한살림 유기농 쌀을 고집한다.
한살림 주엽매장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 ‘봄’은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의 이사장을 역임한 김지현 씨와 조합원 활동 경력자들이 뭉친 ‘다온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카페 사업을 전혀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오로지 한살림 조합원들이 만나고 이야기 나
눌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에 시작했다. 봄은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의 지역살림사업단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해, 한살림고양파주생협이 공동운영체로 참여한다. 한살림에서 취급하지 않는 공정무역 커피와 설탕을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이 대담한 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도전은 협동조합 그 자체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살림에서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경험해 왔는데도 새로운 협동조합에서 하려니 왜 이리 어려운지. 전권과 위임 관계를 설정하는 것부터 역할 분담, 수익 배분까지 실전에서 배운다.

 

 

한살림 주엽매장 옆에 있는 카페 봄은 조합원 활동 경력자들이 만든 다온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공정무역 커피와 설탕도 판매하고 있다.

 

 

한살림 매장 위탁 운영하는 협동조합
독립적인 사업 영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외에 한살림 매장을 위탁 운영하는 협동조합도 있다.
한살림대전생협의 가오매장은 2015년 8월, 협동조합 ‘엄마꿈’이 위탁 운영하는 형태로 문을 열었다. 엄마꿈은 한살림대전생협에서 오랫동안 임원과 매장활동가, 지역모임지기 역할을 해 온 이들이 만들었는데,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현재 가오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살림서울생협은 4~5년 전부터 매장활동가들에게 운영에 관한 재량권을 좀 더 많이 주는 자주관리매장을 부분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 경험을 살려 자주관리매장을 협동조합위탁운영매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위탁운영매장은 일반 매장이나 자주관리매장과 달리 협동조합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사업과 활동을 결정하고 운영하며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운영 관리가 독립적이다. 초기 매장 설립비와 일상 운영비는 한살림에서 위탁수수료로 부담하고, 매장 내 일상 업무는 협동조합에서 맡는다. 광나루매장과 강일매장이 그 예다.
광나루매장은 2016년 5월에 한살림활동 경력자 6명이 설립한 ‘함께나루 협동조합’에서 맡아 운영한다. “주어진 일만 하는 건 협동조합답지 않다”는 생각에 협동조합이 지역의 조합원과 같이 매장을 자주적으로 운영해 보자고 뜻을 모았다. 강일매장은 2016년에 매장 위탁운영을 목적으로 ‘강일 일협동조합’을 설립해 그해 10월부터 매장을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살림에서 조합원 활동을 오래 해 온 사람들이 일협동조합을 만들어 한살림 매장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이 협동조합위탁운영매장이다. 대전 가오매장, 서울 광나루매장, 강일매장(사진)이 그 예다.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는 게 협동조합의 힘
오랫동안 한살림 활동을 해 온 사람들은 혼자 결정하고 독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옆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 익숙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협동조합 사업은 그동안 해 온 활동의 연장이면서 엄연한 사업체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곳저곳에서 갈등과 틈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한살림 사람들의 협동조합 도전은 시작됐다. 큰 성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일하고 싶고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도움을 바라는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한번 해 볼 만한 도전이다.
손을 서로 맞잡아 시작하고, 머리를 맞대고 운영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협동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협동의 힘’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협동조합 관계자 여러분,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 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할 수 없다고 손 놓은 일을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공동의 힘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협동의 힘’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는 사람들을 《살림이야기》가 아닌 또 다른 곳에서 계속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 필자

 

 

↘ 우미숙 님은 한살림성남용인생협에서 활동했고 현재 사회적경제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알고 먹자》, 《협동조합 도시, 볼로냐를 가다》(공저), 《공동체도시》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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