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2017년 2월호 살림,살림

[ 따로 또 같이 산다-주거와 식생활로 연대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

삶을 오롯이 스스로 꾸리며

글 _ 사진 김기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전체의 2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빠르게 달라지는 가족 형태와 이에 따른 사회 변화를 우리는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혼자 살림을 꾸려 가면서도 공동체적 삶을 살고자 하는 한 청년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독립 초기에는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건 생각도 못 했지만 이제는 점심 도시락도 싼다.

 

 

자발적 독립, 실험적 공동 주거
내 생애 첫 자발적 독립을 결행했을 당시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카페를 개업한 지 1년이 좀 안 된 때였다. 부모님 집에 살면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를 출퇴근했는데, 출퇴근 시간이 통상적이지 않아 지옥 같은 러시아워를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내 나름대로 지쳐 있었다. 거리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아 거주지를 옮기기로 했다. 1인 가구로서의 삶은 이렇게 문득 찾아왔다.
직장과 집이 가까운 삶은 여러모로 내게 맞았는데, 일단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시간이 줄었다. 스트레스는 참 사소한 것들로부터 비롯되는데, 그 사소한 것의 가짓수와 양을 전보다 줄일 수 있었다. 더불어 서른 넘게 나이를 먹고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면 겪게 되는 소소한 불편들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아서 좋았다. 밤늦게 퇴근해 혼자 맥주를 마실 때 내가 지금 맥주를 마시는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언제든 애인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내 자유의지에 기초하여 내게 주어진 시간을 기획하고 공간을 조직할 수 있게 되었고, 2012년 봄의 독립이 그 시발점이었다.
처음엔 지인의 집에 하숙생으로 들어가 4개월 정도를 살다가 원룸을 얻어 이사했다. 원룸 생활은 꽤 쾌적했지만 침실, 부엌, 화장실이 모두 한 공간에 있고 음식을 만들어도 혼자 먹어야 해서 집에선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잠 외에 다른 활동은 거의 없었다.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퇴근하고 쉬러 오는 숙소 같은 곳이었다. 한 층에 네 가구씩 총 5층짜리 건물에 사는 스무 가구와 계약 기간 내내 아무런 관계도 맺지 못했다.
딱히 트집 잡을 만한 흠결은 없었지만 때때로 삭막하고 황량하며 숨 막히는 적막으로 가득 찬 그 집을 나 혼자서는 견딜 수 없을 무렵, 결혼 외에 삶을 안정적으로 함께 꾸려 나갈 수 있는 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동 주거에 기반한 공동체를 조직해서 혈연이나 결혼과는 다른 유형의 가족 구성을 시도해 보고 싶다’ 생각하고 관련 사례를 찾아보고 공부할 때, 지인을 통해 지금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소개받았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다가 멈춰 어수선한 집이었지만 딱 내가 살 집이라는 확신이 들어 원룸 임차계약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미련 없이, 그리고 대책도 없이 원룸을 나왔다.
마당과 방 3개, 화장실과 욕실, 거실과 부엌으로 구성된 단독주택을 혼자 유지하는 건 내 소득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집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공동 주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함께 살 사람은 없었지만, 고민하고 준비만 하기보단 일단 일을 벌여 놓고 수습해 나가는 것도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가계약한 뒤 월세와 공과금을 나눠 낼 수 있는 동거인을 찾았고, 덕분에 ‘따로 또 같이’라고 명명한 공동체주택이 탄생했다.

 

 

주문한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식사 모임을 하기도 했다. 1인 가구로 살아가며 겪는 애환을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혼자 먹으려니 사 먹는 게 더 싸고 함께 먹으려니 모이기가 어렵네
원룸 생활 2년차이던 2013년 한살림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가입 첫해에는 거의 주 1회 매장을 이용했다. 집에서 해 먹기 위함이 아니라 카페에서 식사 모임을 하면서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독립 초기만 해도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웠다. 경험도 부족했거니와 온전한 내 살림살이가 없거나 살림을 꾸리기 어려운 구조의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는 게 쉽지 않은 까닭이다. 무엇보다 포장된 재료의 양이 한 사람이 해 먹기엔 너무 많았다. 혼자 해먹다 보면 재료가 소진되는 속도보다 상하는 속도가 더 빨라서 먹는 양보다 버리는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식사 모임이 아니었다면 한살림 이용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올겨울엔 공동체주택 식구들과 한살림 재료로 김장을 했다. 같이 사는 이들 모두 한살림 조합원이다. 각자에게 필요한 큰일을 힘을 합쳐 해낼 수 있었다.

 


1인 가구의 경우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 것보다는 사먹는 게 더 간편하고 싸게 먹힌다. 수입 재료를 사용해 단가가 싸고, 요식업 분야의 서비스직 인건비가 비정상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그것이 건강한 식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 등으로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1인 생활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2013년부터 2년여 동안 카페 공간을 활용한 공동 부엌과 식사 모임을 때로는 웹/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이용해서, 때로는 오프라인 관계에 기반하여 시도했다. 함께 밥 먹을 사람을 찾기 위해,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혼자 삶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고립된 삶을 자처하는 건 아니라고 느꼈고, 기존 가족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할 동기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생활권이 같지 않을 경우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웠고, 설령 생활권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도 각자의 일상을 살면서 고정적으로 식사 시간을 함께 갖기 어려웠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밥상으로 모임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공동체를 조직할 수는 없다는 것을, 숱한 약속의 시간과 불가피하게 그 약속이 깨지는 과정과 누군가는 늘 자리를 마련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순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결국 밥상 공동체란 한솥밥을 나누는 사이로, 약속 여부와 무관하게 끼니를 나눌 수 있어야 했다. 더불어 전통적 가족에서 어머니, 주부가 맡은 역할을 누군가 대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자애로운 어머니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 살림을 꾸릴 능력이 있는 주부가 될 필요는 있었다.

 

 

도시에 살면서도 현관문을 열면 흙을 밟을 수 있고, 집 주변을 둘러싼 녹음을 만끽할 수 있는 우리 집. 공동 주거를 통해 1인 가구이면서도 이러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었다.

 

 

혼자 살 수 있어야 같이 살 수 있다
1인 가구들이 ‘연대 가족’을 형성함으로써 1인 가구의 식생활은 더 풍성해지고, 공동체주택과 같은 주거·생활 기반은 연대 가족이 형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함께 나누는 밥상,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교감과 감정적 교류, 그리고 식(食)·주(住)와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연대 의식이 1인 가구 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결국 공동체를 조직해야 독립도 분리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역설적이지만, 그게 바로 혈연가족과 함께 살 땐 미처 몰랐다가 나 혼자 살며 밥상을 차리고 함께 먹을 사람을 찾다가 깨달은 사실이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자기 몸을 돌보고 살림을 꾸려 나갈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1인 가구 생활은 그 능력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쌓게 한다. 1인 가구는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감당하는 상태, 과도기적인 단계가 아니다. 이미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일 만큼 거스를 수 없는 사회 흐름으로,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앞으로 계속 1인 가구로 살아갈지, 결혼 혹은 동거 생활을 할지 알 수 없지만 홀로 사는 능력은 어떠한 쪽에든 필요한 기본 사항이고 전제 조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가부장적 가족 구조와 사회 환경에서 당연시되던,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의 가사 돌봄 노동에 의존해 살아온 남성들에게 1인 가구의 삶은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도전을 회피한다면 1인 가구 공동체는 성립되기 어렵고, 1인 가구로서의 삶 또한 녹록치 않을 것이다.

 

 

↘ 김기민 님은 한살림서울생협 성북지구 운영위원으로, 비조합원 청년들도 함께 모인 성북청년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4년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공동 주거를 시작했으며, 일상 속에서 당면한 문제와 언젠가 닥쳐올 노후 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지역과 공동체 안에서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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