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특집] 특집-삶은 곧 이야기입니다

[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 1심 판결 ]

노후 핵발전소를 멈춰라

글 박영아 _ 사진 최윤석

2017년 2월 7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국민소송인단 2천167명의 승리였다. 소송대리인단으로 참여하여 승소를 이끌어 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에게 이번 소송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7년 2월 7일,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무효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국민소송인단 2천167명이 소장을 접수한 날이 2015년 5월 18일이다. 1심 판결 선고까지 1년 8개월. 정말 기나긴 여정이었다.

 

국민소송인단 2천167명, 변호사 31명의 노력
1983년 가동을 개시한 월성1호기는 원자로 노후화로 설계수명 만료를 3년 앞두고 운전을 중단했다. 2009년 12월 30일,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허가권자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설계수명을 10년 연장하는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였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터졌다. 그러나 한국 핵산업계는 끄떡없었다. 반면 국민의 경각심은 높아졌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월성1호기에 대해 지진·해일 등 중대 사고에 대비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공약했다. 한수원이 시행한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해 전문가 등 19명의 민간검증단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검증이 이루어졌는데 결과가 상반되었다. 민간검증단에서 수명연장 시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반면, KINS에서 스트레스테스트 가이드라인의 평가 기준을 만족한다고 판단한 것. 그런데 원안위에서는 이를 포함하여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둘러싼 쟁점들을 충분히 검토·논의하지 않았다. 2015년 2월 26일 원안위는 김혜정 위원과 김익중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7명의 찬성으로 “월성1호기에 대하여 2022년 11월 20일까지 10년간 계속운전을 허가”하기로 결정하였다. 월성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전혀 해소되지 못한 상태였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시민사회단체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 취소 국민소송 원고인단을 모집하여 2천167명을 모았다. 소송대리인단도 금방 꾸려졌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녹색법률센터, 민변환경보건위원회, 탈핵법률가 모임, 환경법률센터 및 개인 변호사 등 총 31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국민소송대리인단은 두 달간 준비해 2015년 5월 18일 서울행정법원에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안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에서 처음 봉착한 관문은 원안위의 비밀주의였다. 피고인 원안위는 수명연장 결정의 근거가 된 심사 자료들이 한수원의 영업기밀이나 국가기밀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정 제출을 원론적으로 거부하였다. 우리는 자료를 보지도 못한 채 자료가 왜 필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하여 법원을 설득하고서야 그중 일부를 어렵게 받아 내었다. 관련 자료는 충실한 전문가 증언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준비 과정에서 일찍부터 월성1호기 관련 기술적 검토의 부실성을 지적해 온 전문가 집단인 ‘원자력 안전과 미래’의 도움이 컸던 터였다. 법원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도 전문가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핵심 쟁점 3가지의 위법성
1심 판결은 다음의 3가지 핵심 쟁점에 대해 원고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절차적 위법성: 월성1호기는 중수로형 핵발전소다. 중수로형은 원자로의 빠른 노화가 일반적인 특징으로, 월성 1호기 가동이 중지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수명을 연장하려면 원자로를 교체해야 했다. 그런데 한수원은 수명 연장이 결정되기도 전에 5천억여 원을 들여 원자로를 교체했고, 또 설비 변경도 9천여 건에 이르렀다. 모두 변경 허가 대상인데, 원안위가 아닌 과장 전결로 처리되었고, 그 변동 내역이 원안위에 제출되거나 심사된 바가 없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의 의결 참여: 원안위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의 위원은 임명 전 3년 이내 한수원의 원자력정책자문위원회 또는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위원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원안위 위원으로 임명되어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의결 과정에 참여하였다.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한 평가의 누락: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를 할 때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하여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월성2,3,4호기에 적용된 최신 기술기준인 ‘R-7’ 등을 활용한 안전성평가 및 심의를 누락한 점이 법령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판시에서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밝혔는데, 이것이 앞으로 있을 다른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심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규제를 국가기관에만 맡겨서는 안 돼
소송에서 다툼의 대상은 ‘수명연장 결정이 적법했는가’이다. 그런데 월성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 규제기관인 원안위는 직무유기에 가까운 무력함을 보였다. 사업자가 관련 법령을 엄수하도록 관리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규제기관이 그 모양이니 법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핵산업계의 폐쇄성과 불투명성이 가져온 독선 때문이다. 법원 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그러한 독선에 제동을 걸고 균열을 냈다는 데에 있다.
이번 판결로 귀결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의 문제점에 대한 수년에 걸친 공론화 과정이 보여 주듯, 핵발전 안전규제는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의 역할은 필수적이지만, 안전규제를 전문가의 손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일이다. 핵발전의 안전규제도 결국 규범에 따라 이루어진다. 규범은 기호나 수식이 아닌, 공학박사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매개로 하기에 평범한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편, 장차 핵발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것인가, 즉 탈핵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안전규제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 또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이 결정해야 한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잘 모르겠다고 그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정도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심 판결 이후, 원안위의 항소와 한수원의 소송 참가
2017년 2월 14일 - 피고 원안위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이 항소가 위원회 차원의 심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위원장 전결로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2017년 3월 3일 -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제3자 소송 참여를 신청했다.

※제3자 소송: 진행 중인 타인 간의 소송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의 승소를 돕기 위해 소송에 참가하는 것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수명연장 허가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노후 핵발전소 안전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승리였다. 그러나 원안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원안위 앞에서 펼친 환경운동 연합의 ‘원안위의 월성1호 재가동 항소 포기와 월성1호기 즉각 폐쇄’ 퍼포먼스

 

 

 

↘ 박영아 님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법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을 바꾸어 나가는 정의와 보살핌의 도구가 되도록 공익변호사들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공감의 모든 활동은 100% 회원의 기부로 이루어집니다. kpil.org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