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2017년 2월호 [특집] 노동음료

[ 핵 없는 세상을 위해-에너지 절약 공동체 ‘실감나는 성북절전소’ ]

주민+지자체+환경단체 삼박자로 ‘에너지 살림’

글_사진 김순남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철의 몇 시간을 위해 늘어 가는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1기라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소비가 많은 서울의 시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앞장서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공동체가 ‘절전소’다. 성북구에는 이러한 절전소 공동체가 60여 개소나 있다. ‘실천으로 감축하고 나눔이 있는 성북절전소’여서 이들을 ‘실감나는 성북절전소’라고 부른다.

 

 

전기요금 줄이고 선물도 받아 살림에 보태는 재미
‘회원님께서는 00차 에코마일리지 인센티브 확정 대상이십니다. 인센티브내역에서 상품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하고 절전소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 날 문자가 왔다. 이제까지 인센티브를 두 번 받았다는 둥, 총 30만 원을 받았다는 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자랑에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에코마일리지 누리집에 들어가 본다. 성북절전소 5년차 회원이 얼마 전 “전기요금도 줄이고, 선물도 받고. 그래프 그리는 재미로 정말 전기 줄이는 재미가 쏠쏠했어”라고 이야기했다. 맞다, 절전소 활동은 진짜 살림에 보탬이 되어 더 재미있다.
2013년 성북구의 공동주택 2곳과 주민 커뮤니티 1곳에서 ‘절전소’로 에너지 살림을 시작했다. 절전소마다 소장과 부소장을 뽑아 매월 구청에 모여 회의를 연다. 지하 주차장의 전등을 바꾸고 주민들을 독려해 에코마일리지에 가입시킨 이야기 등 절전소별로 한 달 동안 회원들과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공동주택의 경우 절전소 부소장인 관리사무소장들이 공동주택 전기 운영에 관해 절약·관리 기술 등 직업으로 연결된 전문적인 노하우까지 공유하기도 한다.
절전소 회원들은 매월 절전소 모임에서 각자 가져온 전기요금 고지서로 전기 사용량을 그래프로 그려가며 지난달에 비해 전기 사용량이 어느 정도 늘었는지 또는 줄었는지를 확인한다. 절전 멀티탭을 활용하고 냉장고와 TV 기능 설정을 바꾸고 안 쓰는 가전제품을 처분하는 등 한 달 동안 전기를 아끼기 위해 각자 가정에서 실천했던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에너지 절약에 관해 배우고 익힌다. 절전소 회원들이 요청하면 녹색연합과 성북구청에서 교육하여 선발한 ‘에너지 길라잡이’가 매월 1회씩 절전소에 방문해서 에너지 교육을 하고 가정의 전기 사용 패턴을 분석해 주며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 살림 비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열심히 활동해서 절감량이 많은 회원들에게는 구청에서 매월 꼬박꼬박 절전 선물을 준다.
지난 4년간 성북절전소는 발마사지, 천연 가습기 만들기 등 다양한 생활 강좌들과 접목하여 에너지교실을 운영하고, 먼저 시작하여 성과를 낸 다른 지역의 에너지공동체들을 탐방했다. 한 달에 한 시간 불끄기를 통해 공동체가 모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전기 절약을 실천하고,
단결된 힘을 보여 주고, 천문학 강의로 별을 보고, 에너지를 공부하는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축제도 열었다.
해마다 한 번 회원들끼리 멀리 견학 겸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2015년에는 화천 느릅마을에 가서 200가구의 난방을 책임지는 펠릿보일러를 보고 왔다. 2016년에는 경기 안산과 충남 당진을 다녀왔다. 안산에서는 시민협동조합이 종합운동장 와스타디움 옥상 주차장에서 햇빛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었다. 당진에는 아름다운 해안 옆으로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발전소가 지역에 미치는 피해와 고통받는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름다운 해안이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캡션) 2013년 공동주택 2곳과 주민커뮤니티 1곳으로 시작한 성북절전소가 4년 만에 60여 개 공동체가 참여하는 활동으로 성장했다.

 


3개소로 시작해 5년 만에 60개소로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소문이 돌아 처음 3개소로 시작한 절전소가 2013년 12월에는 35개소로 늘었고 2016년에는 60개소가 넘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성북구의 온실가스 감축량 중 성북절전소의 감축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1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성북구 전체는 전기 사용량을 4.2% 줄였지만 성북절전소는 9.2%를 절약했다. 또, 한 공동주택 절전소는 절약한 에너지요금으로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절전소에 대해 소개하면 “그까짓 코드 하나 뽑는다고 크게 달라지겠어? 귀찮기만 하지!”, “몇 푼 한다고!” 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대도시에서 전기를 소비만 하는 시민들에게 전기는 값싸게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며 절전소 활동은 잔소리로 여겨지는 것이다. 또 절전소는 구의 정책에 따라 구청에서 앞장서서 회원들을 모집하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회원들 사이에서 에너지 문제에 대해 고민이나 공감이 부족하였다. 그 동안 양적으로는 참여가 늘었지만, 에너지 문제에 대한 회원들 개개인의 이해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에너지 문제에 대한 반복적인 소통과, 절약이라는 꾸준한 실천의 성과는 돌아보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동안 탈핵 활동은 시민운동의 영역이라고만 여겼는데, 절전소 활동이 계속되면서 지금은 구청 주선으로 탈핵 영화를 함께 보기도하고 구청주관의 마을 축제에서 탈핵 부스를 차려 서명을 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특히 성북절전소 회원은 60~70대 주민이 많은데, 이렇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보다도 열성적으로 절전소 홍보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정말 고맙고 뿌듯하다.
에너지 문제는 미세먼지, 폭염처럼 이제 생활의 문제가 되었고 전기요금 누진제처럼 우리 살림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에너지로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일상을 살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016년까지 36개소의 절전소 회원들이 받은 에코마일리지 인센티브는 5천860만 원이다. 성북구 전체 주민 중 20% 정도가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했으니, 아직 절전소의 씨를 뿌릴 곳이 많다. 성북구 주민 모두가 에너지 살림을 산다면 세상이 조금은 바뀌리라 생각한다.

 

 

절전소란?

에너지 절약을 하는 공동체가 전기를 생산하는 핵발전소·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은 발전소라는 개념의 신조어다. 전기 1kW를 절약하는 것은 전기 3kW를 발전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가정에서 전기 1kW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집까지 전기가 보내지는 과정의 손실분 때문에 3kW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북절전소는 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 성북구의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성북구에 제안하여 협약을 맺어 민관협치로 함께 기획하고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 김순남 님은 녹색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하며 ‘실감나는 성북절전소’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