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2017년 4월호 살림,살림

[ 농자천하지대본 ]

먹거리, 국민의 기본적 권리

글 장경호

농업은 우리 삶의 근본. 매달 한국 농업 농촌 이슈를 살펴보고, 더 나은 농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건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일까 아니면 국가가 보장해야 할 문제일까? 개인이 책임질 문제로 보는 건 먹거리를 스마트폰이나 티셔츠 등과 같이 일반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시장이 제공하는 상품으로서의 먹거리를 자신의 소득수준에 따라 소비하는, 개인이 책임지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국가가 보장할 문제로 보는 건 먹거리를 일반 상품과는 다른 ‘공공재’로 바라보는 시각에 해당한다. 자신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받는 건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이 권리를 보장하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생협, 로컬푸드, 학교급식, 공공급식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먹거리가 개인의 책임 영역에 맡겨져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기업과 이윤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은 먹거리를 가격과 품질에 따라 철저하게 차별한다. 개인은 이렇게 차별화된 먹거리 상품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국내산과 수입산, 친환경 유기농산물과 일반 관행농산물, GMO 식품과 Non-GMO 식품, 화학첨가물 포함 식품과 무첨가 식품, 천연 방식 가공식품과 화학 처리 가공식품, 식재료를 직접 조리하는 음식과 인스턴트식품 및 패스트푸드에 접근하는 데 차별과 제한이 생긴다. 먹거리 시스템을 주도하는 기업과 자본, 언론과 전문가 집단 등은 이러한 차별과 제한을 ‘합리적 선택’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길들이고자 한다.
하지만 소득수준에 따른 먹거리 차별로 건강의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아토피, 비만,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식원성 질병의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그래서 ‘먹거리 양극화’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났다. 소득 → 먹거리 → 건강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게 ‘식량주권’ 혹은 ‘먹거리기본권’이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먹거리를 포함하고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 연방·주 헌법이나 기본법 등에 먹거리에 관한 기본적 권리를 포함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이제 그렇게 할 때가 되었다. 마침 개헌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중임제니 내각책임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하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기본적 권리가 더 중요한 개헌 희망 사항일 것이며, 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장경호 님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으로 한국 농업과 먹을거리 정책을 연구·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