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2호 2008년 가을

  • 물이야기
  • 물이 밥이다?

    주제넘게 ‘살림이야기 02호’는 물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조금 부족한 듯 넘치지 않게 담았습니다. 잡지 편집이 끝나가는 시점에 광우병에 이어 멜라민 때문에 세상 안과 밖이 시끄럽습니다. 물불 안 가리는 대규모 축산업의 폐해와 세계화의 이면에 드리워진 무한경쟁의 실체가 하나, 둘 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상이 물 흐르듯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맛을 제대로 맛보지 못해서 그런가요. 맛이 아니라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물에서 시작됩니다. 세상 만물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물의 소중함을 잃어버렸습니다. 생명을 버린 것이지요. 물은 우리 사회, 전 세계의 모든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
    외국의 많은 지도자와 학자들은 21세기를 ‘물전쟁’시대라고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언 투의 말은 참 식상한 구호에 불과 할 뿐입니다. 말이 물전쟁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한편 걱정이 듭니다. 물전쟁이 아니라 고삐 풀린 욕망의 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있을까요. 물이 부족해서 죽고,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물의 재앙과 산업화로 오염된 물 때문에 사람이 죽습니다. 북극 빙하가 녹아 한편에서는 환경을 걱정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고갈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면서 저지른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밥을 물 먹듯, 물을 밥 먹듯 습관처럼 먹고 마시지만 밥과 물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습니다. 쌀 한 톨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물들이 쓰입니까. 그렇다면 쇠고기(육류) 1kg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물이 소비되고 오염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살림이야기를 열어보십시오.

    물이 오염되면 곡물이 오염되고 사람이 오염됩니다. 물이 사라지면 사람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쉽게 알면서도 멀리 외면한 채 살고 있습니다. 물로 생명을 살리고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하이쿠 시인 오니츠라의 시를 잠시 읽어 봅시다. ‘목욕한 물을 버릴 곳이 없네, 온통 벌레들 울음소리’ 시인은 왜 벌레들 소리를 웃음소리가 아니라 울음소리로 표현했을까요. 물을 버리면 죽을 생명들의 소리를 미리 들었기 때문입니다. 옛날 우리 할머님, 어머님들은 겨울철 설거지를 하고 난 개숫물을 식혀서 버렸습니다. 벌레들이 뜨거운 물에 죽을까 걱정했던 것이지요.

    끝없이 하늘을 오르는 욕망의 줄기를 잘라야 물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어떻게 하냐고요. 사람들은 순간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톡 쏘는 인스턴트 청량음료처럼 즉각적인 해답을 원합니다. 갈증만 더 생길 뿐이지요. 교과서적인 해답은 너무 많지만, 삶의 해답은 성찰에서 시작됩니다.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행동할 때 산업문명에 찌든 지난 삶의 허울을 함께 벗겨 낼 수 있습니다.

    세상 이야기가 다 밥과 물인데 다음호에는 무엇을 다룰래? 이렇게 질문하고 싶은 독자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호부터는 물과 밥을 말아서 보여드리겠다고. 물에 밥을 말듯, 밥에 물을 말듯 알듯 모를 듯 함께 어울어지는 사람 사는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담아드리겠다고. 그렇다고 쫓기듯이 물밥처럼 급하게 먹고 끝내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살림이야기를 내면서 이 책을 만들 때 얼마나 많은 나무와 물이 소비될지, 지구온난화에 한 몫 거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읽히지도 않는 책이면 차라리 내지 말아야 하는데. 캐나다의 '뉴 소사이어티(New Society)' 라는 출판사에서는 책을 낼 때마다 표기를 합니다. 이 책 한권을 발간하기 위해서 몇 그루의 나무가 사라지고, 물이 소비되는지…. 자기 고백이자 성찰인 셈이지요.
    살림이야기도 처음 그 뜻처럼 더 낮고 소박하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8년 가을에, 유창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