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2011년 봄

  • 씨앗, 콩 심은 데 콩 났으면
  • "부활은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껴안고 녹여 새로운 차원을 여는 것입니다." 기억이 정확한 지 자신이 없습니다만, 지난 해 박재일 선생 장례미사를 집전한 함세웅 신부는 강론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옥에라도 갔다 온 것처럼 호된 겨울을 났습니다. 아니 지난 해 내내 우리 모두가 함께 흉흉한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어려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후재앙이 그랬고 이 때문에 빚어진 농작물 피해, 물가불안, 그리고 온 국토를 훼손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우리들 심층의식을 어수선하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가늠할 수 없어 더욱 불안하기만 한 구제역 파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환란이 단순히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인 이해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치부한다면 우리의 절망이 그토록 깊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누가 권력을 잡든, 사람과 자연을 별개로 생각하고 얼마든지 더 정교하게 철저하게 수탈하면서 인간의 복리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한 이 고통을 쉽사리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우리의 근심은 뿌리내린 채 자라고 있습니다. 이번 호 특집은 유전자를 조작해 생명 가진 작물과 동물마저도 쇼핑하듯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그 도저한 '실용주의'를 돌아보고, 생명의 신비가 간직된 고갱이로서의 씨앗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마련했습니다.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것들이 기적처럼 싹을 틔우는 이 부활의 계절. 이 환란을 껴안고 우리도 고난도 함께 녹아 새로운 차원으로 도달하기를 《살림이야기》는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