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9호 2010년 여름

  • 설탕, 그 달콤하고 씁쓸함에 대하여
  •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자” 서해 군함 침몰 사건 뒤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렸다고 합니다. 섬뜩합니다. 한 편에서는 수억 년 절로 흘러왔을 강물도 그대로는 용납 할 수 없고 굴삭기와 덤프트럭과 콘크리트가 잡아주는 ‘질서’에 따라 흘러야 제대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오가면서 신뢰가 싹트고 평화가 오면 안 되는 것인가. 누군가 내 몸 안의 장기를 다 들어내고 인공장기로 교체해야 자연스럽다고 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듯 온 나라의 큰 강들을 콘크리트 옹벽 안에 가두려는 발상은 전율스럽습니다. 정녕 우리와 후손들의 운명과 직결된 이런 일들이 그릇돼 가는데도 이토록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가. 이런 자괴감에 쓰린 계절입니다.
    살림이야기가 이번 호에 주목한 내용은 “달콤한 맛” 입니다. 성경에도 낙원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묘사하고, 고진감래니 꿀맛이니 하는 말들을 떠올려 봐도 사람들에게 달콤함은 고된 삶을 극복하고 도달하려는 위로와 보상이거나 살아갈 힘 그 자체입니다. 독자들과 함께 읽기 위해 단맛과 설탕 공부를 하다 보니 달콤함에 대한 열망은 제어하기 어렵고,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점점 더 강렬하게 집약된 단맛에 몰두하기 십상이라고 합니다. 그런 뒤끝은 결코 달콤하지 않습니다. 설탕보다 몇 백배 더 달고 값싼 감미료가 개발돼 남용되는가하면, 고효율 속도전으로 단 것을 섭취한 결과 몸 안의 균형이 깨어지고 비만과 당뇨, 골다공증 같은 질병이 늘어나 극단적으로는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단맛에 대한 집중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보상하자는 것인데 심한 경우 스스로를 해치는 지경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분별을 잃고 점점 더 강한 단맛에 이끌려 자해의 길로 가게 되는 일이나 단 몇 년 안에 온 국토를 개조하겠다는 조바심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또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엄연히 실존하는 이북을 말살하고 우리끼리 평화를 구가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미망에 사로잡힌 자기 파괴의 논리라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
    살림이야기는 조화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급격히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조바심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위태롭고 수상한 시절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산 수 간에 절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