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8호 2010년 봄

  • 숲을 삼키고 자라는 호모A4루스
  • 헌신짝 버리듯,
    종이 찢어 버리듯?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와 지적들. 따뜻한 겨울이 그 징조라고 여러 해동안 함께 걱정했는데,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한 편에서는 이상 폭설과 추위마저도 기후변화의 불순한 기류 탓이라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중세시대의 지구가 지금보다 더 뜨거웠다는 나름의 증거를 대면서 산업화가 지구 온난화를 불러온 것은 아니니 지나친 가책은 필요 없다는 주장도 합니다.
    A4용지에 인쇄된 문서를 통해 명령하고, 구매하고, 대화하면서 존재를 이어가는 ‘호모A4루스’들이 매 2초마다 뚝딱 축구장넓이의 숲을 삼키고 있다는 지적을 들으면 어떤 공포마저 밀려옵니다. 살림이야기 이번 호 중심 이야기는, 너무 흔하고 값 싸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하고 있는 ‘종이’입니다. 종이회사들은 베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있다고 선전하고, 미래를 낙관하는 이들은 기술의 발달로 종이 없는 세상이 앞당겨지리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그 말들을 실감하고 안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무엇을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다보면 본능적으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네가 바로 나인 것을, 다가올 미래가 바로 오늘의 결과라는 것을 우리들 심성은 직감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살림이야기는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실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책을 내는 일 자체가 우선은 송구스럽고, 그럼에도 당장에는 이 일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세상에 덜 폐 끼치는 방식을 찾는 일. 이번 2010년 봄호부터 재생종이로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또 책 전체를 색인쇄 해왔지만 그것도 32면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책의 사양이 달라지고 느낌이 변했다고 탓하실 독자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외양이 조금 덜 화려하더라도 더욱 노력해서 보다 속 깊은 책이 되게끔 하겠습니다.
    눈부신 생명의 봄. 이 기적 같은 순간, 당신이 곁에 있어 비로소 의미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