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7호 2009년 겨울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달아나는 용의자를 향해 쫓던 형사가 뜬금없이 던지던 그 말이 가끔 생각납니다. 밥을 떠올리면 갑자기 우리가 마음 졸이는 이 모든 일들이 부질없기도 하고 허망해지기도 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밥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생각하면 밉던 사람들에게도 안쓰러운 동료애가 느껴집니다. 또 우리가 느끼는 결핍감 같은 것은 이해도 못할 것 같은 재벌이나 대통령이라고 한들 한 끼에 밥을 두세 그릇 먹을 리 없을 텐데 싶어지기도 합니다.
    《살림이이야기》이번 호 이야기는 ‘잠’입니다. 잠꼬대 같은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좀처럼 발 뻗고 자기 어려운 시대. 우리들의 고단한 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제개발, 국민총화 선동 아래 우리나라에서는 요 몇 십 년 동안 잠은 참 험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잠을 잘 자는 사람은 무신경하고, 심하면 부도덕하다고까지 손가락질 당하는 분위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OECD 통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적게 자고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도 제일 낮다고 말해줍니다. 아무리 각박한 부모라도 자식에게 밥 좀 그만 먹으라는 말은 하지 않는데 아이들 잠 푹 자는 모습은 그냥 두고 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여남은 살 남짓한 어린 학생들이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에도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2009년 한국의 새벽 풍경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새벽 조찬에 모여 4대강사업을 독려하고, 어디 한구석에라도 남아있는 자투리시간이나 여유 공간들도 남김없이 싹싹 개발하자고 결정하는 높은 분들께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잠은 자면서 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