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06호 2009년 가을

  • 고기를 먹는 일
  •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떨어지는 것은 누적된 시간의 무게 때문이리라. 꽃과 과일과 곡식이 피고 열리고 빛깔이 변해가는 것은 태양과의 거리가 아주 조금 씩 멀어지는 탓일 테고.

    가을호를 만드는 중에 또 전직 대통령이 생을 마쳤습니다. 생사를 넘나들며 현대사의 격랑을 헤쳐 온 정치인답지 않게 눈물이 많았던 사람. 그의 육신에서 호흡이 멈추고 혼백이 빠져나갔다고 그 존재가 아예 사라지는 아닐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 소외된 이웃들의 복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한과 증오를 넘어 남과 북의 화해와 평등을 추구한 삶의 궤적은 이미 우리 시대의 정신과 가치가 되었을 테니까요.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어떻게 살면서 어떻게 죽어갈 것인가. 생각이 많았던 봄과 여름을 지나 다시 온 우주가 쓸쓸한 가을에 닿았습니다.

    살림이야기가 이번 호에 주목한 일은 육식, 고기를 먹는 일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 일을 반성하며 돌아보는 것입니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헤리슨 같은 이들에 의하면 고기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미각적 쾌락 때문만이 아니라 먹을 것이 늘 부족했던 원시 인류 때부터 고기가 생기면 영양을 보충하게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던 습벽이 각인된 때문이라고 합니다. 온 생명이 함께 사는 우주선 지구호에서 돈 많은 나라 사람들의 고기 과식이 지구의 존망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는 생각이 이번 호에 실린 글들을 통해 널리 확산되기를 희망합니다.